택시노동자의 희망-전국민주택시노동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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ㆍ작성자	민주택시
ㆍ작성일	2012/08/16

ㆍ조회: 1667

택시에서 바라본 복수노조시대 산별운동의 위기와 대응방향


김성재 민주택시연맹 정책국장

매일노동뉴스 기고>

최근 노동운동의 위기를 논하면서 산별 구획정리에 대한 논의가 다시 제기되고 있다. 우리나라는 20년 사이에 산별노조 전환이 급속하게 진행되고 있다. 정치적 의도에 의해 기업별노조가 일반화된 조건에서 노동자 대투쟁 이후 산별노조가 많이 건설되고 크게 성장한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산별교섭이 보장되지 않는 등 여전히 법·제도적으로 많은 제약이 도사리고 있다. 비정규직 확산·노동 유연화·규제 완화·자본의 세계화 등 신자유주의 공세에 대항하기 위해 산별노조 건설을 통해 재정과 조직, 교섭과 투쟁을 집중하는 것이 관건이 됐다.

그러나 유례없이 짧은 기간에 기업별노조에서 산별노조로 비약적인 성장을 거듭한 우리의 산별노조운동이 더 이상 조직적으로 질적인 도약과 발전을 담보하지 못하고 많은 문제와 한계를 드러내고 있는 현실 또한 부인할 수 없다. 우리의 산별노조운동은 종전의 기업별노조 체계뿐만 아니라 10% 수준의 노조 조직률과 대공장·공기업·대기업 중심의 울타리를 뛰어넘지 못하고 있다. 중소·영세·비정규 노동자들의 권익을 쟁취하는 데 소극적이며, 이들이 자유롭게 가입하고 참여할 수 있는 압도적 다수 노동자의 진정한 산별노조로 발전하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산별구획과 산별운영은 그 현장의 정서, 노조운동의 역사, 산업의 성격과 구조, 교섭의 관행과 구조 등을 면밀히 살피고 그에 맞는 발전단계와 방향으로 실천돼야 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와 동떨어진 허구적 대산별 체계를 앞세워 조직통합만 지나치게 강조하거나 위에서 아래로 교조적·형식적·관료적으로 운영되는 폐해도 많은 것이 현실이다.

더구나 MB정권의 극심한 노동탄압 국면에서 강행된 전임자임금 지급 금지, 기업 단위 복수노조 전면허용 및 교섭창구 단일화는 산별노조의 재정과 조직, 교섭과 투쟁에 극심한 압박과 분열을 조장하면서 산별노조운동의 진로에 심각한 위기를 불러오고 있다. 노동자의 자주적 단결권 보장과 자율적이고 노사 대등한 단체교섭권 보장은 온데간데없다. 우리 앞에 노동운동과 산별노조의 위기가 다가오고 있는 것이다.

산별노조를 제대로 조직하고 교섭하고 투쟁하려면 급변하는 정치적·사회경제적 변화의 흐름을 제대로 읽어야 한다. 교조와 형식의 고정된 틀에서 벗어나 조합원들의 눈높이 변화에 맞게 우리 실정에 맞는 산별노조운동의 방향을 고민해야 할 시기다. 이에 택시산별노조의 경험을 토대로 복수노조시대 산별노조운동의 위기와 대응방안을 제안한다.

택시는 전국적으로 영세한 규모의 사업장이 1천700여개 존재한다. 평균 노동자수가 서울·인천 등을 제외하고 50~60명에 불과해 노동조합의 영세화 현상 또한 심각하다. 지역별 또는 사업장별로 임금 및 노동조건의 편차가 심하다. 분산된 교섭력을 집중하기 위해 오래 전부터 지역별 공동교섭이 관행화됐다. 임금체계 또한 불합리한 사납금제와 포괄역산식 저임금 체계가 일반적이다. 지방자치단체별로 다른 요금결정 구조와 지역별 사업장별 교섭구조로 인해 전국적 통일성을 확보하기가 어렵다. 특히 택시자본의 노동통제는 전근대적이고 일방적이며 폭력적이어서 이에 편승한 어용노조의 노사야합과 임금 착취구조가 만연해 있다.

택시는 민간자본에 의해 운영되지만 연간 43억명이 이용하고 육로여객수송의 47%를 차지할 정도로 공공성이 강한 여객운송수단이다. 때문에 택시노동자의 처우개선이나 대시민 서비스 개선을 위해서는 단순히 대자본 투쟁만이 아니라 중앙정부와 국회를 상대로 한 중앙집중 투쟁이 필요하다. 이러한 투쟁의 집중을 위해 민주택시연맹은 지난 2001년 7월 산별노조로 전환한 뒤 월급제 실시와 생활임금 보장을 요구로 걸고 2002년과 2004년 산별총파업을 전개했다.

이후 산별교섭과 산별투쟁으로 중앙집중성을 확보했으나 10명 내외의 영세한 사업장별 분회의 난립과 중앙직수납 체크오프의 어려움 등 조직의 영세성과 재정의 불안정은 극복하지 못했다. 이러한 조직과 재정의 어려움은 산별교섭과 산별투쟁의 난관으로 이어졌다.

민주택시는 더 큰 산별, 더 큰 투쟁을 목표로 2006년 말 전국운수산업노조로 전환해 민주택시연맹과 택시산별을 해소했다. 그러나 운수노조에서도 중앙산별교섭구조가 확립되지 못했고 교섭과 투쟁은 업종에 맡겨져 업종별 골간체계를 강화할 것인지, 지역별 골간체계로 전환할 것인지, 운수산별을 강화할 것인지, 공공운수 대산별로 전환할 것인지, 인력과 재정의 집중과 지원 등을 둘러싼 논란과 갈등만 심화됐다. 공공운수노조로의 전환을 강행한 결과 일부는 공공운수로, 일부는 업종노조로, 일부는 운수노조로, 사분오열된 상태가 됐다.

운수산업은 업종 간 연관성과 파급력이 강력하다. 하지만 여객운송과 화물운송 간 업종별 특성이 다르고 업종 간에 산별운동을 함께했던 역사가 비교적 짧다. 또 교섭의 관행과 구조는 오랜기간 업종별 또는 업종 내 지역별로 형성돼 왔다. 이러한 역사와 특성과 차이를 면밀히 고려해 산별운동의 전략을 실천적으로 세웠다면 현장에 맞는 운수산별노조가 운영될 수 있었을 것이다.

택시처럼 중소 영세기업이 대다수이고 열악한 저임금과 장시간 불안정 노동에 시달리고, 지역별 요금결정구조와 대도시·중소도시 및 군지역의 임금·노동조건의 격차가 커서 노동조합이 조직과 재정운용을 안정적 수행하기 힘든 경우 산별노조는 필수적이다. 하지만 조직의 특성을 면밀하게 고려하고 그에 맞는 산별체계와 발전전략·운영방식을 창의적으로 디자인해야 한다. 총연맹 차원에서도 이러한 중소·영세·비정규직에 대한 동지애를 기초로 특별한 배려와 지원 전략을 세워야 한다. 대산별 체계로 무조건 편입하도록 하는 것은 평균주의 늪에 빠져 정체성과 조직력을 약화하고 결국 교섭력과 투쟁력을 약화시키는 결과만 초래할 것이다.

복수노조가 시행된 이후 새로 설립신고된 842개 노조 중 242개(29%)가 택시업종이었다. 설립신고되지 않는 산별가입 조직까지 포함하면 그 비중은 더욱 커진다. 복수노조 시행 이후 120여개 사업장 1천200여명이 민주택시노조로 가입했다. 이는 자본의 탄압과 착취, 노조의 비민주성에 대한 택시노동자들의 뿌리 깊은 저항이 복수노조 가입으로 분출된 것이다. 그러나 택시는 현장의 문제가 복잡하고 탄압이 극심해서 새로 설립된 노조도 단기간에 쉽게 무력화되는 사례가 비일비재하다. 이런 상황에서 자본의 탄압에 맞서 산별노조의 직접적인 개입과 집중적이고 위력적인 투쟁지원이 절실히 필요한 상황이다. 택시같이 열악한 현장조직의 경우 현장친화력이 강한 기업별조직의 장점을 살리고 전국적 단결과 연대의 가치로 승화시키는 산별노조로 집중되는 조직적 활동을 위해 업종소산별운동이 효과적이다.

대산별노조는 장구한 세월 동안 산별노조운동이 터득한 다양하고 소중한 경험이 충분히 모이고 쌓여 질적인 전환이 이뤄질 때 가능하다. 산별노조의 통합과 재편은 노동자가 스스로 운명을 결정하고 자주적으로 만드는 것이다. 진정으로 내용과 형식을 갖춘 대산별노조를 건설하려면 현장에서 오랜기간 다양하고 소중한 경험을 쌓아 온 산별노조 조합원들의 자주적 단결권을 보장하고 자주적이고 민주적인 의사결정을 존중하는 것에서 출발해야 한다.

복수노조 시대에는 조직의 건설과 분리, 통합과 재편 등 다양한 변동이 늘어날 수밖에 없다. 이런 상황에서 규율과 형식을 앞세워 억지로 제약하는 것은 최소화하고, 다양하고 역동적인 대중의 요구나 조직의 발전에 잘 조응할 필요가 있다. 다만 민주노총을 상급단체로 두고 있는 노조가 있는 사업장에서 복수노조를 만들어 분란을 야기하는 행위는 규약으로 엄중히 금지해 1사업장 1노조 원칙을 유지해야 한다. 민주노총 가맹은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노조법)상 허가사항이 아니라 자주적 단결권 보장의 문제임을 직시하고, 전국적 범위의 산업별노조(연맹)로서 조합원들의 자주적이고 민주적으로 총회에서 의결하는 등 법적 요건만 충족된다면 인준하는 방향으로 매뉴얼을 고민해야 한다.

현재 민주노총의 산별구획 정리는 대산별 위주 논의가 대부분이다. 물론 산별노조는 규모가 있어야 하고 재정과 인력과 사업을 효율적으로 집중하는 것이 맞다. 하지만 그 구획이 너무 경직되거나 발전경로가 획일적이고 일반화된 그림만 제시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소산별노조의 다양하고 소중한 경험을 존중하고, 그 특수성과 독자성을 인정해 다양하고 창의적인 발전경로가 가능하도록 개방적으로 접근하는 것이 좋다고 본다.

예를 들면 지향하는 대산별 체계와 구획은 다소 느슨한 연맹 체계와 개방적인 구획을 상정하되, 산업 또는 업종별 소산별노조의 특수성과 독자성을 보장하고 소산별들이 오랜기간 구축해 왔던 강고한 교섭구조와 투쟁력을 강화하고 확대발전시킬 수 있도록 설계할 수 있을 것이다. 택시와 같이 기형화된 산업구조와 복수노조의 빈번한 조직변동, 열악한 노동조건을 극복하기 위한 집중적이고 즉각적인 대응체계가 요구되는 경우에는 소산별노조가 인정되는 업종으로 분류할 필요가 있다. 대산별을 부정하는 것이 아니다. 전체 산별운동 속에서 소산별운동의 소중한 경험과 그 특수성·독자성을 존중해 산별노조의 안정화와 대산별 지향에 기여할 수 있는 방안이 함께 고민돼야 한다는 것이다. 그래야 엄중한 복수노조 시대에 우리 실정에 맞는 산별노조운동의 활성화를 기대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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