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주=뉴시스】안현주 기자 = 택시기사들의 잇따른 범죄행각이 사회문제로 대두되면서 지난 2006년 6월 강·절도나 성범죄 등 반사회적 범죄자에 대한 택시운전자격증 취득과 채용이 제한됐지만, 허울뿐인 규제에 머물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특히, 택시회사는 교육기관과 다르게 채용대상자의 전과 유·무를 알 수 있는 범죄경력조회가 불가능해 현실적으로 자격미달 기사들의 채용을 제한하기 힘든 것으로 나타났다.

실종 이틀만에 목졸려 숨진 채로 발견된 20대 통신회사 여직원 살해사건을 수사하고 있는 광주 서부경찰서는 28일 광주 모 택시업체 기사 A씨(54)에 대해 살인 및 사체유기 혐의로 구속영장을 신청했다.

A씨는 지난 20일 새벽 광주 서구 모 오피스텔 앞에서 자신의 택시에 탑승한 K씨(26.여)를 목졸라 살해한 뒤 시신을 전남 나주시 다도면 나주호 인근 도로변에 유기한 혐의를 받고 있다.

개인택시를 몰던 A씨는 지난 2005년 10월 시비가 붙은 취객을 폭행해 숨지게 한 혐의(폭행치사)로 교도소에서 복역하고, 지난해 5월 가석방된 이후 줄곳 영업용 택시회사에서 일했던 것으로 조사됐다.

이외에도 다투던 승객에게 주먹을 휘둘러 폭력과 상해 혐의로 4번이나 약식기소된 그는 다분한 폭력성향에도 택시기사로 취업하는데 제한을 받지 않았다.

지난 2006년 6월 개정된 '여객자동차운수사업법'에 따르면 강·절도, 성폭행, 마약 관련 범죄로 금고 이상 선고를 받은 사람은 형을 마친 뒤 2년 동안 택시기사 자격시험을 볼 수 없고, 이같은 범죄를 저질렀을 경우 자격증을 박탈한다.

그러나 A씨는 이미 택시기사 자격증을 취득하고 있었을 뿐만 아니라 폭행치사와 상해 등은 자격증 박탈과 취업을 제한하는 사유에 포함되지 않았다.

또 제한사유에 포함됐다고 하더라도 재취업시 범죄경력조회서 제출 의무가 없어 회사는 A씨가 다시 핸들을 잡는 것을 막지 못하는 것이 현실이다.

이같은 허술한 인력채용체계 때문에 재범 우려가 높은 반사회적 범죄자들이 불특정 다수를 상대하는 택시업계에 발을 들일 수 있는 것이다.

경찰 관계자는 "마땅한 기술이 없는 출소자들이 택시기사로 취업하는 길을 무작정 막는 것은 인권침해 시비가 일 수 있지만, 재범 우려가 높은 전과자들이 기사로 채용되는 것을 막기위한 조밀한 여과장치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택시기사 B씨(48)는 "일부 일탈 기사들 때문에 모든 기사들이 범죄자라는 시선을 받고 있어 불편한 것이 사실이다"며 "제도를 보완해 이런 오해를 불식시켜야 시민들이 안심하고 택시를 이용할 수 있을 것이다"고 말했다.

광주시운송조합 관계자는 "강력범에 대한 면허시험 응시를 제한한 현 제도로는 인력채용의 어려움을 호소하고 있는 일선 택시업체들의 무분별한 채용을 막을 길이 없다"며 "인권침해 요소를 없애기 위해서라도 재범 가능성을 판단하는 기준과 제도가 마련돼야 할 것 같다"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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