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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평균 수입 15만2000원···80% 이상 회사에 납부해야"
주간 12만5000원·야간엔 14만원···월평균 320만원 달해
기사 부담 덜려는 법률도 사납금 구조적 문제에 무기력 

 【서울=뉴시스】 이종희 기자 = "다 먹고 살려면 어쩔 수 없어요. 우리도 사람인데 난폭운전이나 승차거부가 잘못된 줄 모르겠어요?" 
 10년간 법인택시를 몰았다는 정모(58)씨가 매일 회사에 내야 하는 사납금은 12만5000원이다. 서울 택시기사(1일 2교대) 하루평균 수입 15만2000원의 약 82%에 해당하는 돈이 고스란히 회사로 들어가고 있는 것이다. 
 정씨는 "개인택시를 몰고 싶지만 면허를 사는 데 필요한 7000만~8000만원을 감당할 수 없다"며 "회사 소속 택시기사 대부분이 돈만 있으면 개인 면허를 사고 싶어할 것"이라고 깊은 한숨을 내쉬었다. 
 유류비·세차비 등 운행지출경비를 택시회사가 부담함으로써 기사의 부담을 덜어주는 '택시운송사업의 발전에 관한 법률'(택시발전법)이 시행된 지 10개월이 지났지만 택시기사의 승차 거부·난폭운전 등의 행위는 좀처럼 나아지지 않고 있다. 하루 운송 수입 대부분을 회사가 가져가는 사납금 구조가 주요 원인이 되고 있다는 지적이다. 
 최근 개인택시 면허를 얻은 최운규(62)씨는 "손님이 많은 날도, 적은 날도 있는데 회사는 매일 같은 금액의 사납금을 요구했다"며 "사납금을 못 채울까 봐 죽기 살기로 일한 날이 하루 이틀이 아니다"라고 회상했다.

 최씨는 "개인택시를 하면서 손님을 많이 받기 위해 운행을 급하게 할 이유가 사라졌다"고 밝혔다. 
 택시기사 오모(56)씨는 "하루 10만원 이상 사납금을 내면 월급 130만원을 고정으로 받는다"며 "추가로 40만~50만원(월 기준)을 벌어도 한 달 생활비가 빠듯하다"고 토로했다. 
 전국택시노동조합연맹에 따르면 서울 택시 1일 2교대의 경우 평균 사납금은 주간 12만5000원, 야간 14만원이다. 택시기사의 평균 근무일수인 25.6일(2교대)로 계산했을 때 한달 평균 320만원의 사납금을 내면 130만~140만원을 월급으로 돌려받는다. 
 서울노동권익센터가 지난해 발간한 '서울시 택시기사의 노동실태와 지원방안' 보고서에 따르면 서울시 택시기사들은 월평균 254.6시간(2교대)을 일하지만 유류비 등 운행지출경비를 제외한 순수입은 166만7000원에 불과하다. 
 택시기사들은 사납금에 비해 고정급이 적어 추가 수익을 올리기 위해서는 어쩔 수 없이 장시간 운전을 해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또 휴식시간을 조금 더 확보하기 위해 속도를 높이고 손님을 걸러 태울 수밖에 없다고 털어놓는다. 하지만 시민들은 상당수 택시기사의 도를 넘는 운행 태도에 극심한 불안감을 호소하고 있다.  
 직장인 최지훈(32)씨는 "평소 택시를 자주 이용하는 편이지만 짧은 거리는 택시기사들이 대놓고 승차 거부를 한다"며 "운이 좋아 택시를 잡은 경우에도 택시가 너무 빨리 달려 놀란 적이 한 두 번이 아니다. 천천히 가달라고 해도 못 들은 척하더라"고 전했다. 
 업무상 택시를 자주 타는 정호정(32·여)씨는 "택시가 신호가 바뀌었는데도 차가 출발을 하지 않아 운전석을 봤더니 기사님이 꾸벅꾸벅 졸고 계셨다"며 "다시 생각하기 싫은 아찔한 경험이었다"고 떠올렸다. 
 택시기사들은 이같은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선 우선 사납금을 낮춰야 한다고 했다. 하지만 회사들은 택시발전법으로 회사 운영 부담이 커졌다고 하소연하고 있다. 오히려 회사의 안정적인 경영을 위해 사납금을 더 인상해야 한다는 목소리까지 나온다.

【수원=뉴시스】 경기도가 개인택시 요금 수수료 인하를 위해 카드결제 방식 변경을 추진 중이다. 그러나 단말기를 교체, 대표가맹점에서 개별가맹점으로 바뀌면서 단말기 A/S 불편, 교통카드 호환 등의 문제도 예상된다. 사진은 8일 오전 경기 수원역 택시승강장에서 손님을 태우기 위해 길게 줄지어 대기 중인 택시. 2017.08.08. ppljs@newsis.com

 전국택시운송사업조합연합회 관계자는 "택시 회사가 경영하기 위한 수입원은 사납금 하나뿐"이라며 "각종 차량 구매비와 사무실 유지비 등 고정적으로 발생하는 비용이 매년 늘어난다는 점을 고려하면 사납금을 낮추긴 힘들다"고 설명했다.     
 서울 시내 한 택시회사 관계자는 "택시발전법이 생기고 회사 유류비용 부담이 커지고 있다"며 "지금은 유가가 안정적이지만 오르게 되면 사납금을 인상할 수도 있다"고 예측했다. 
 전문가들은 사납금의 구조적인 문제가 해결되기 전까지 택시기사들의 승차거부, 과속·난폭운전 등의 행위는 지속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택시회사 경영에 메스를 대 구조 개혁을 실시하는 동시에 승객의 안전을 위협하는 택시기사의 불법행위를 철저히 단속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김기혁 계명대 교통공학과 교수는 "사납금을 납부하기 위해 기사들 스스로 불법적인 운행에 나서야 하는 것이 현실"이라며 "택시회사를 사납금이 없는 협동조합 형태로 전환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김 교수는 "기사 개개인이 조합원으로 회사 경영에 참여하고 이익을 분배받음으로써 임금 인상의 효과를 누릴 수 있다"며 "궁극적으로는 택시 서비스 개선도 이뤄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임재경 한국교통연구원 박사는 "사납금을 핑계로 시민 안전까지 위협하는 영업용 택시의 불법운행을 계속 두고만 볼 수는 없다. 철저히 단속해야 한다"며 "기사들 모두가 안전 운행을 하면 사고가 줄어 차량 보험료, 수리비, 유지관리비가 줄어드는 등 유무형의 수익을 창출할 수 있다"고 조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