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회찬 정의당 원내대표. 2017.9.3/뉴스1 © News1 이동원 기자

양승태 전 대법원장 시절 대법원이 주요 노동 사건들의 판결을 지연시켜 사회적 약자 보호 의무를 다하지 않았다는 지적이 나왔다.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소속 노회찬 정의당 원내대표는 12일 대법원 국정감사에서 "대법원이 중요 노동 사건에서 판결을 짧게는 2년, 길게는 5년 넘게 미루며, 노동자들의 고통을 가중시키고 있다"고 비판했다.

그는 대법원 판결 지연의 폐해가 큰 5대 노동 사건으로 △최저임금법 개정 후 택시기사들의 법정 최저임금 청구 △성남시 환경미화원 휴일근로·연장근로 중복할증 주장 △노조파괴로 인한 유성기업 노동자들의 불법직장폐쇄 기간 미지급 임금 청구 △재능 학습지 교사 부당노동행위 구제 청구 △금호타이어 불법파견 사건을 꼽았다.

노 원내대표는 "2016년 대법원의 민사본안사건 평균 처리기간은 4.4개월이었다"며 "이 사건들은 명백한 법적 근거가 있거나, 대법원의 판단이 다수 노동자의 권리보장 여부를 결정하는 중요한 사건임에도 5개 사건 모두 한 번도 변론기일을 열지 않고 판결을 미루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택시 최저임금 청구 사건에 대해 "2010년 개정된 최저임금법을 위반한 사업주에게 법정임금을 구하는 사건"이라며 "사업주가 노동관계법 강행규정을 어긴 것이 분명한데도 법원이 모르쇠를 놓는 사건"이라 꼬집었다.

그러면서 "임금채권 소멸시효인 3년 안에 소송을 제기하지 않은 택시기사들은 최저임금을 받을 수 없다"며 "대법원의 판단이 늦어져 소송비용을 대기 어려운 기사들의 권리는 휴지조각으로 변하고 있는 실정"이라 목소리를 높였다.

노 원내대표는 유성기업 사건에 대해선 "이미 유시영 유성기업 회장이 항소심에서 노동조합법 위반 혐의 등으로 실형을 선고받은 상태에서, 불법직장폐쇄기간 동안 받지 못한 임금을 청구한 사건"이라 강조했다.

또 금호타이어 불법파견 사건과 관련해서도 "금호타이어가 직접고용 시정명령에 대한 취소소송을 제기했다가, 대법원에서 패소확정되면서 파견의 불법성이 어느 정도 확정된 사건"이라 설명했다.

이에 더해 "휴일연장근로수당 청구와 학습지 교사 사건은 국민의 노동권 보장에 큰 영향을 미치는데도 법원이 차일피일 결론을 미루는 사건"이라 말했다.

그는 휴일연장근로수당 청구 사건에 대해 "1주일의 법정근로시간을 52시간으로 볼지 68시간으로 볼지를 결정하는 사건"이라며 "한국은 OECD 국가 중 연평균 근로시간이 두 번째로 긴 나라이기에 휴일연장근로수당은 사회적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제도적 장치"라 역설했다.

또한 학습지 교사 사건과 관련해선 "현재 학습지 교사들은 휴일수당이나 식대 등을 지급받지 못한 채 휴일 홍보 노동에 동원되고, 4대 보험의 사각지대에 있으며, 산업재해 인정을 받지 못하는 등 열악한 상황에 처해 있다"며 "대법원은 판결 지연으로 사태를 장기화시키고 있다"고 지적했다.

노 원내대표는 "대법원이 판결을 미루는 것은 사회적 약자의 권리를 보호해야 할 법원의 의무를 방치하는 행위"라 규정하고, "양승태 대법원의 '노동 사건 모르쇠' 현상은 노동권 문제를 인권이 아닌 색깔론의 문제로 봤던 박근혜정부 적폐 흔적"이라며 "대법원은 이제 구태에서 벗어나 신속하게 노동자의 권리 구제에 나서야 한다"고 촉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