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님 한 분 모시고 올때마다 3만원 씩 드립니다."

29일 저녁 7시쯤 경기도 수원역 앞 택시승강장. 길게 늘어선 택시 행렬 사이로 40대 가량 돼보이는 남성들이 분주하게 움직이고 있었다.

택시운전자들을 상대로 '손님을 모시고 오면 사례금을 지급한다'는 문구와 휴대전화번호, 유흥주점 상호가 적힌 명함을 돌리고 있었던 것.

명함에는 '손님 한 명당 3만 원의 알선료를 지급하며, 8회 이상이 되면 보너스로 10만 원을 추가 지급한다'고 명시돼 있었으며, 1인이면 8만 원, 2인 10만 원, 3인 13만 원 등 고액의 알선료를 지급하겠다는 유인물도 있었다.

명함을 나눠주던 유흥주점 업주 A 씨는 "무한 경쟁시대에서 살아남으려면 어쩔 수 없다"면서 "억지로 끌고 오는 것도 아니고 술집을 찾는 손님들에게 우리 가게를 추천해주는 것이니 상관없지 않나"라고 말했다.

특히 당시 택시승강장에서 50m도 채 떨어지지 않은 곳에서는 연말연시를 맞아 교통질서 확립과 방범활동 등에 나선 경찰들이 10여 명 있었지만 제재는 전혀 없었다.

택시운전기사 정 모(43)씨는 "썩 내키진 않지만 가끔 취객들이 유흥업소를 추천해달라고 하면 명함에 적힌 유흥업소로 데려다 주곤 한다"면서 "나 뿐 아니라 몇몇 운전사들도 주머니 사정이 좋지 않아 알바 형태로 뛰고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회사원 성 모(26)씨는 "지리를 잘 몰라 택시운전기사에게 가까운 술집으로 가달라고 부탁했다가 바가지를 쓴 적이 있다"면서 "업소 사례비에 대해 경찰이 단속해야 하는 것 아니냐"고 불만을 터트렸다.

이처럼 유흥업소들의 택시기사 상대 '호객' 행위가 계속되고 있지만 경찰 단속은 미미한 실정이다.

단속에 나서더라도 형사입건 대신 미신고된 전단지 배부에 대한 500만 원 미만의 과태료 부과만 가능하기 때문이다.

경찰 관계자는 "일주일에 두 번정도 유흥골목을 대상으로 단속에 나서고 있지만 과태료 사항이라 직접적인 제재는 어려운 실정"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