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5개 단체 항의서한 전달.. "택시비리 사태의 중심에 부산시가 있다"

 

부산지역 택시업계 노사대표가 사납금과 요금인상을 위한 임단협 과정에서 뇌물을 주고받은 혐의로 검찰에 구속돼 택시노동자들의 반발이 커지고 있는 가운데, 부산시의 책임론이 강하게 제기되고있다.

 “요금인상 택시업계만 배불려.. 부산시가 문제해결 나서야”

23일 부산지역 시민사회단체들은 오전 10시 시청광장 앞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이번 사태의 중심에 있는 부산시가 사납금과 택시요금 인하추진 등 문제 해결에 적극 나서라”고 촉구했다.
민주노총 부산본부와 부산실업극복지원센터, 부산인권센터, 부산청년회 등 25개 단체들은 이날 기자회견에서 “부산시가 택시기사 처우개선 등을 이유로 경기가 어렵던 지난 10월 전국 최초로 20.5%나 요금인상을 추진했다”며 “그러나 정작 택시업계만 배불려 왔다”고 지적했다.
이들 단체는 “요금인상 이후 택시기사들의 처우가 더 어려워지고 노조간부에게 금품살포까지 진행되는 등 합리성을 잃어버린 상태”라며 “부산시는 이제라도 택시요금과 사납금 인상의 적정성 여부를 따져야 한다”고 주장했다.
또한 “사납금 인상 문제를 노사간의 문제로 치부할게 아니라 택시노동자들의 처우가 개선된 회사에만 보조금을 차등 지원하는 방법 등으로 접근해야 한다”는 제안도 내놨다.
덧붙여 이번 사건과 관련한 수사에 대해서도 “단순비리가 아닌 민생과 저임금 노동자들을 외면한 파렴치한 범죄로 단정한다”며 “수사당국은 한점 의혹없이 파헤쳐 일벌백계해야한다”고 25개 단체는 입장을 밝혔다.
천환규 전국운수노조 부산본부장은 “부산시가 택시기본료를 올리는데 동의했지만 택시기사들의 처우는 더 열악해진 상황”이라며 “택시노동자들의 경우 대부분이 한국노총 소속이지만 더 이상 두고볼 수 없어 민주노총이 부득불 나섰다”고 말했다.
천 본부장은 “정관계 로비의혹까지 제기되고 있어 유감을 표시한다”며 “당장이라도 부산시가 나서 문제해결에 적극 나서라”고 요구했다.
이들은 기자회견 직후 부산시 대중교통과 관계자를 만나 항의서한을 전달했다. 이 자리에서 부산시 관계자는 “업계 자구책에는 한계가 있다는 것을 동감한다”며 “곧 최저임금제 시행과 관련해 보완협상 과정에서 해결책이 나오지 않겠냐”는 입장을 내비쳤다.
당시 어려운 경기에도 택시요금을 인상한 것은 부당하다는 지적에 대해 이 관계자는 “시행의 차이일뿐 부산에 이어 대전, 울산 등 전국적으로 요금인상이 진행됐다”고 반박했다. 또 “사측의 양보를 이끌어내려고 노력하고 있다”며 “조금만 기다려달라”고 덧붙여 말했다.

한편 지난 15일 조합측에 사납금을 올려주는데 동의한 대가로 거액을 주고받은 혐의로 한국노총 부산본부 이모(55) 의장과 부산시 택시운송사업조합 박모(49) 전 이사장이 검찰에 구속된바 있다. 검찰은 이 과정에서 택시요금까지 인상된 점을 포착해 현재 정관계 로비 의혹으로 수사를 확대하고 있는 실정이다. 이들의 구속소식이 언론을 통해 알려지자 택시업계가 술렁이고 있는 상황. 택시노동자들은 규탄집회를 열거나 부산지역 곳곳에 ‘뇌물로 인상된 택시요금’ 등의 내용이 적힌 전단지를 뿌리며 분노 수위를 높여가고 있다. 지난 19일 한국노총 소속 전국택시산업노조 간부 7명이 부산택시운송사업조합 사무실을 항의방문해 사납금과 택시요금 등과 관련해 추가협상을 촉구하기도 했다.
이에 대해 부산택시운송조합 측은 “노조대표인 본부장이 구속된 만큼 먼저 대표성을 지닌 인물을 협상 파트너로 제시해야한다”고 긍정을 표시했지만, 사납금 인상 재협상에 대해서는 난색을 표시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