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페셜경제=박단비 기자]낮 시간에는 길을 무수히 수놓던 택시들이 밤만되면 사라지고 심야시간 승차난이 심해진다. 이 원인 중 하나가 개인 택시로 꼽히고 있다. 서울연구원이 6일 공개한 '서울시 택시 이용 및 운행 실태와 개선방안' 보고서에 따르면 서울시 전체 택시의 68.4%가 개인택시로 나타났다. 지난해 기준 개인택시와 법인택시의 면허대수 비율은 6.8대 3.2였으며 개인택시의 면허대수는 4만9348대, 법인택시는 2만2787대로 두 배 이상 차이가 났다. 개인택시는 주로 낮 시간에 많이 운행했다. 오전 4시에는 전체 개인택시의 12% 수준인 약 4000대가 운행하는 반면, 오후 2~10시 사이에는 약 85%에 해당하는 2만8000대의 개인택시가 운행했다. 비교적 운행시간이 자유롭기에 가능한 일이었다. 법인택시는 오전·오후 교대근무 특성으로 낮과 밤의 불균형이 심하진 않았다. 오전 4시에는 전체 법인택시의 39% 수준인 약 4000대가 운행했다. 법인은 오후시간대부터 지속적으로 공급이 증가해 심야시간인 자정에 최대치를 기록한 반면 개인택시는 퇴근시간대부터 공급이 점점 줄어들어 심야시간이 되면 급격히 감소했다. 이는 개인택시 운전기사의 고령화와 심야시간대 취객을 피하려는 운행행태가 원인인 것으로 분석됐다. 전체적으로는 오전 10시(약 3만8000대)와 오후 9시(약 4만3000대)에 가장 많은 택시가 분포했다. 택시 수요의 경우 오전 8시(약 2만대)와 오후 11시(약 2만4000대)에 가장 많았다.
"택시 삼진아웃제, 승차거부 못 막아요"
심야에 개인택시 적고, 법인택시 '사납금' 발목…"가격·서비스 다양화해야
10일 밤 서울 종로 1가 대로변에서 서울경찰청 교통안전계 경찰관들이 택시 승차거부와 합승, 주ㆍ정차 위반 등 교통 무질서 행위 특별단속을 하고 있다. 경찰은 이날 택시 승차거부가 빈번한 강남역, 홍대입구, 종로 등에서 집중단속을 실시했다. 2014.12.11/뉴스1
지난 5일 밤 홍대입구역 인근. 자정이 가까워오자 택시를 잡으려는 사람들이 삼삼오오 모여들었다. 시민들이 손을 뻗어 흔들고, 자리를 조금씩 앞으로 옮겼지만 택시는 쉬 잡히지 않았다. 택시는 멈췄다가 행선지를 듣고 이동하고 다시 멈추기를 반복했다. 직장인 김진욱 씨(30)는 "정부가 강하게 단속하겠다고 한 것 같은데 택시 잡기가 여전히 힘들다"고 토로했다.
정부가 택시 승차거부를 막겠다며 '삼진아웃제'란 칼을 빼든지 일주일이 지났지만, 시민들은 여전히 승차거부로 불편을 겪고 있다. 지난 5일 서울시내 택시 승차거부 주요지역인 광화문·홍대입구 등 주요 도심지역에서 많은 택시들이 삼진아웃제 시행에도 아랑곳 않고 승차거부를 하는 모습을 쉽게 볼 수 있었다.
대중교통 등이 끊긴 심야에는 타려는 승객보다 택시가 적기 때문에 '승차거부'가 잦은 것이다. 심야에 택시가 적은 이유는 전체 택시의 68%를 차지하는 개인택시가 취객과 피로감 등을 이유로 운행을 기피하기 때문인 것으로 나타났다.
시간대 별 택시를 놓치는 비율. 개인택시와 법인택시 모두 밤 11~12시 사이가 가장 높다. /자료=안기정 서울연구원 연구위원
안기정 서울연구원 연구위원의 정책리포트에 따르면 오후 2~10시에는 개인택시 85% 이상인 2만8000대가 운행했지만, 새벽 4시에는 약 12% 수준인 4000대로 확연히 줄었다. 반면, 동일 시간에 법인택시는 개인택시의 3배가 넘는 39%가 운행한다.
그나마 운행하는 법인택시는 매일 회사에 내는 '사납금'을 채워야한다며 단거리 승객의 탑승을 기피하고 있다. 법인택시를 모는 박 모씨(62)는 "매일 채워야하는 사납금이 12만 7000원인데 수요가 몰리는 심야에 단거리 손님을 태우면 이를 못 채울 확률이 높다"고 말했다.
박 씨는 "택시를 오래 몰아 요령이 좋은 편인데도 주간(오전 5시~오후 5시) 근무에는 1~2만원, 야간(오후 5시~오전 5시)에는 4~5만원 정도 밖에 못 번다"며 "사납금을 못 채우는 동료도 많고, 요금이 올라도 벌이가 줄었다며 그만둔 동료도 많다"고 말했다.
법인택시를 하다 그만뒀다는 택시기사 김 모씨(40)도 "예전 회사의 사납금이 14만원이었는데 이를 못 채우는 동료들이 10명 중 7명이었다"며 "삼진아웃제를 시행해도 사납금을 채우려는 생각 때문에 승차거부를 할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삼진아웃제 등 제재 강화와 함께, 획일화 된 택시 시장을 다양화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안기정 연구위원은 할증 요금체계가 다른 '프리미엄 택시' 도입을 제안했다. 안 연구위원은 "할증요금을 높이면 승객 수요는 억제하고, 심야택시는 늘릴 수 있다"며 "승객은 요금을 더 내더라도 승차거부 없이 갈 수 있고, 심야 수익이 늘면 운행하는 택시가 많아질 것"이라고 말했다.
강상욱 한국교통연구원 연구위원은 노상영업을 못하는 콜택시 등 다양한 형태의 택시서비스 도입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강 연구위원은 "현행 콜택시는 노상영업을 함께하게 돼 있어 콜을 거부하기 쉽다"며 "노상영업을 못하도록 금지하는 콜택시를 만들면 승차거부 문제를 해결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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