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나라당, 노동법도 '직권상정' 강행처리

정부여당 압박에 김형오 의장 돌변..."노동기본권 후퇴법안"

 

노동법 개정안이 1월 1일 1시 새벽 2시 5분경 국회 본회의를 통과했다. 당초 김형오 국회의장이 노동법 개정안 직권상정에 부정적인 것으로 알려져, 현행 노동법이 그대로 시행될 가능성이 높아보였으나, 결국 김형오 의장은 직권상정을 선택했다.

김형오 의장 말바꿔 직권상정..."2009년엔 예산안, 2010년엔 노동법 날치기"

노사간 이해관계가 첨예해 합의처리가 관행이었던 노동법을 직권상정할 수 있었던 것은, 추미애 위원장이 주도해 환경노동위원회 대안을 만듦으로써 김형오 의장의 부담을 상대적으로 덜어준 것이 크게 작용했다. 또 법 개정 최종시한인 12월 31일 정부와 한나라당의 계속된 직권상정 요구도 한 몫 한 것으로 보인다.

실제 허용범 국회의장 대변인은 노동법은 직권상정하지 않겠다고 했던 김형오 의장이 입장을 바꾼 것과 관련 "환경노동위원회에서 논의하는 동안은 직권상정하지 않겠다는 뜻이었다. 추미애 위원장이 절차를 거쳐 의결할 때까지 기다렸다"고 말해, 직권상정하지 않겠다고 말할때와는 상황이 달라졌다고 설명했다.

또, 김형오 의장은 31일 본회의에서 직권상정을 하기 위한 법안을 이날 오전 지정했으나, 이때까지만 해도 노동법 개정안은 빠져 있었다. 국회에서는 한나라당이 직권상정을 수 차례 요구했으나 김형오 의장이 결심을 굳히지 못했다는 말이 돌았다.

그러나 이날 밤 상황이 급반전됐다. 김형오 의장은 31일 밤 11시, 앞서 직권상정 처리하지 못한 예산부수법안의 심사기간을 1일 0시 30분까지 지정하면서 노동법 개정안도 포함시켰다.

민주.민주노동당, 반대토론 한시간 후 표결 전 퇴장...'내용도 절차도 원천무효"

본회의장에 있던 한나라당 의원들은 1일 0시30분부터 의장석 주변에 빙 둘러서 노동법 직권상정에 대비했다. 숫적으로 열세인 민주당과 민주노동당 의원들이 손쓰기에는 역부족인 상황이었다.

결국 민주당 김상희, 홍영표 의원, 민주노동당 권영길, 이정희 의원, 진보신당 조승수 의원은 돌아가면서 한 시간여 반대토론을 진행했다. 이들은 "노동법 개정안은 직권상정 하지 않겠다고 해놓고 왜 직권상정하냐"고 거칠게 항의했고, "국회의장과 청와대 용역깡패가 노동기본권을 죽이고 있다"(김상희 의원)고 외쳤다.

그러나 국회의장과 거대 여당의 밀어붙이기 앞에 속수무책이었고, 민주당과 민주노동당 의원들은 반대토론을 마치고 "이 법은 원천무효"(김재윤 의원)라며 회의장을 퇴장했다. 이어 김형오 의장이 표결을 선언해, 재석 175명, 찬성 173명, 반대 1명, 기권 1명으로 법 개정안이 통과됐다.

복수노조 유예, 산별노조 교섭권 불인정 등 '노동기본권 후퇴'법안 지적

이날 통과된 노동법 개정안은 작년 12월 30일 추미애 위원장과 임태희 장관, 한나라당 차명진 법안심사소위원장의 합의에 기반해 마련된 추미애 중재안이다. 중재안은 복수노조 허용은 유예하고, 산별노조 교섭권은 인정하지 않는 등 노동기본권을 심각하게 훼손하고 있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정작, 국회 환경노동위원회에서 민주당의 반대를 무릅쓰고 한나라당과 중재안을 만들어낸 추미애 위원장은 이날 본회의에 참석하지 않았다.

이날 노동법 개정안이 통과됨에 따라, 복수노조 허용은 1년6개월 유예해 2011년 7월 1일부터 시행되며, 노조전임자 임금지급 금지는 6개월 유예해 2010년 7월 1일부터 시행된다.

<정웅재 기자 jmy94@vop.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