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택시요금 용역보고서 부풀려졌다' 파문

김보성 기자 vopnews@vop.co.kr

 

 

부산지역의 택시비리로 업계와 노조, 시의회 관계자들이 대거 구속된 가운데, 택시요금 인상의 근거로 삼은 부산시 용역보고서가 “의도적인 비용 부풀리기로 작성됐다”는 의혹이 제기돼 파문이 일고 있다.

이번 폭로로 그동안 택시요금 인상과는 전혀 관계가 없다고 발뺌해온 부산시가 앞으로 해명해야할 일이 많아질 것으로 보인다.





“2007년 용역보고서 비용 산출 크게 부풀려져” 운수노조 폭로

전국운수노조와 민주노총 부산본부는 27일 오전 부산시청에 기자회견을 갖고, 지난해 부산시 택시요금인상 관련 ‘2007년 용역 보고서’를 입수해 분석한 결과 “택시 기사들의 1인당 인건비를 현실과 다르게 155만원으로 산정하는 등 비용산출이 크게 부풀려 있었다”고 폭로했다.

이 용역보고서는 부산시내 택시요금 인상의 타당성을 조사하기 위해 부산시가 부산택시운송사업조합 측에 1차 용역을 맡긴 뒤 이 결과를 갖고 재차 검증용역을 실시한 자료다. 지난해 교통개선위원회 등의 심의를 거쳐 10월 택시요금을 기존 1800원에서 현행 2200원으로 20% 인상할 때 이를 토대로 결정했다.

운수노조 등은 용역보고서에 택시기사들의 임금이 155여만원으로 계산되어 있지만 사실과 다르다고 꼬집었다.

실제로 2교대 기사들의 임금은 70여만원에 불과한데도 용역보고서에는 2배나 부풀려져 있고, 심지어 사납금을 내고난 초과수입금에 대해서도 4대보험료를 적용했다고 운수노조는 설명했다. 기사들이 부담하는 비용도 회사가 부담하는 것으로 해 운송단가 인상에 포함시켰다는 것이다.

또한 운수노조 등은 택시당 LPG연료도 과다지급하는 것으로 되어 있었다고 주장했다. 시 용역에 따르면 대당 65.96리터를 제공하는 것으로 나와 있지만, 택시기사들에게 제공되는 LPG양은 60리터에 불과하다는 것. 나머지는 기사들이 직접 부담하기 때문에 사측의 원가계산에 포함될 수 없다는 지적이다.

운수노조 등은 차량 관리직과 정비직의 인건비와 숫자도 부풀려졌다고 밝혔다. 용역보고서에는 택시 10대당 1명꼴로 관리직원이 배치되어 있지만 실제로는 18대당 1명 꼴에 불과해 인건비도 과다책정됐다고 밝혔다.

운수노조 장현술 사무국장은 “만약 시의 용역보고서 대로라면 현재 택시노동자들의 임금은 200여만원이 되어 조금이라도 처우개선이 되어야 했다”며 “그러나 지금은 한달 100만원 벌기도 힘들 정도로 실질임금이 더 떨어져 있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윤택근 민주노총 부산본부 부본부장은 “이런 엉터리요금 인상에 택시노동자들과 시민들이 우롱당한 격”이라며 “그동안 관계없다 발뺌해온 부산시가 무슨 이야기를 할지 궁금하다”고 힐난했다.

운수노조 등은 기자회견문을 통해 “택시요금의 인상의 근거가 된 ‘엉터리 용역보고서’를 전혀 신뢰할 수 없다”며 “당장 재심의하라“고 부산시에 강력히 촉구했다. 덧붙여 택시요금 인상에 대한 모든자료 공개와 택시용역보고서에 대한 공개토론회를 실시하라고 요구했다.

부산시 “국세청 자료 토대로 해 문제없어”

이에 대해 부산시는 “용역보고서의 비용이 부풀려지지 않았다”고 반박했다. 시는 운수노조의 발표에 대한 해명자료에서 사납금으로 내는 회사불입금 이외에 수입을 택시기사들이 가져가 월급이 155만원이 된다며 문제가 될게 없다고 반박했다.

LPG지급량도 총 운행거리인 401㎞를 리터당 평균 주행거리인 6.08㎞로 나눠 산출했기 때문에 당연하다는 해명이다. 또한 용역보고서에는 국세청의 자료를 기준으로 검증을 하게 되어 있어 요금산출이 부풀려질 수 없다고 덧붙였다.

부산시는 이날 운수노조의 공개토론회 제안에 대해서도 “기꺼이 응하겠다”고 밝힌 것으로 알려졌다.

한편 지난해 택시요금과 사납금 인상과정에서 부산지역 택시노사 대표와 부산시의회 부의장, 부산시 교통국 간부 등이 검은돈을 주고받은 혐의로 대거 검찰에 기소됐다.

이를 두고 택시기사들과 민주노총, 시민단체의 비난 여론이 높아지자 결국 이번달 24일부터 부산지역 택시노사가 부산 동구 택시사업조합 사무실에서 임단협 추가협상에 들어갔다.

한국노총 전택노련 부산지역본부는 사납금 인하가 되지 않을 경우 총파업에 들어가겠다고 경고했지만, 부산택시조합 측은 경제위기에 사납금 인하는 실질적으로 어렵다는 입장을 밝혀 별다른 소득이 없는 상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