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운행택시 수 총 2만4930대 포화
- 작년 일일 이용객 80만 명 안돼
- 20년새 기사 월평균 임금 급감
- 하루평균 영업거리도 35% 뚝
- 난폭운전 등 서비스 질 떨어져

- 부산시 감차보상 등 해결책 마련
- 환승할인·보조금 지원도 시행
- 시 "전국택시 모범사례 만들 것"

부산의 택시 승객은 20년 동안 30% 이상 줄었다. 승객 감소는 택시기사의 임금 감소로 이어져 불법·난폭운전→승객의 택시 탑승 기피라는 쳇바퀴를 만든다. 부산시는 최근 택시운송사업 발전 계획안을 마련하고 해결에 나섰다. 감차와 환승 할인은 물론 택시기사에 보조금을 지급하는 게 핵심이다. 매년 악순환을 거듭하고 있는 택시 문제가 해결될 수 있을지 주목된다.

■공급과잉→저소득→불친절

9일 부산시에 따르면 현재 운행 중인 택시는 총 2만4930대(지난 4월 기준)이다. 2015년 '택시 총량산정 용역'에서 제시한 적정 택시 1만6971대보다 7956대(46.8%)가 과잉인 셈이다.

택시 승객도 줄고 있다. 지난해 일일 평균 택시 승객은 78만4000명으로 20여년 전인 1995년 123만2000명보다 36.4% 감소했다.

택시의 하루 평균 운행 거리는 1995년 304.7㎞에서 지난해 261.1㎞로 14.3% 줄었다. 같은 기간 '미터기'를 켜 놓고 다닌 거리인 하루 평균 영업 거리는 227.6㎞에서 148.9㎞로 34.6%나 감소했다. 택시기사가 실제 손님을 만나 운행한 거리가 크게 줄어든 것이다.

택시 기사의 근로 환경은 악화 일로를 걷고 있다. 부산시가 개인·법인 택시기사 200명을 대상으로 지난 5월 조사한 결과 개인택시 기사의 한 달 수입은 170만~180만 원이었다. 법인택시의 경우 상황은 더 열악해 월평균 140만~150만 원 수준인 것으로 파악됐다.

21년간 택시를 몰고 있는 최모(58) 씨는 "20년 전에는 하루 10시간 정도 일하면 기름값·밥값을 제외하고도 하루에 10만 원을 벌었다. 요즘은 14시간을 일해도 8만 원 벌기가 힘들다"고 하소연했다. 최 씨는 또 "그나마 예전에는 3일 일하고 하루 쉬는 방식이라 월 24일을 일했지만, 이제는 이틀 일하고 하루 쉬기 때문에 한 달에 일할 수 있는 날이 20일밖에 없다. 20년새 월수입이 240만 원에서 160만 원으로 줄었다"고 덧붙였다.

택시업계의 적자와 만성화된 택시기사의 저소득은 서비스의 질 악화로 이어졌다. 짧은 거리를 이동하는 손님은 '돈이 되지 않는다'는 이유로 승차를 거부하거나 퉁명스럽게 대하는 사례도 종종 발생한다. 지난해 부산시에 접수된 승차거부 신고 건수는 447건이었다. 불친절 신고는 158건에 달했다.

사망사고도 늘었다. 부산경찰청에 따르면 2013년 1600건이던 택시 교통사고는 2015년 1618건으로 소폭 늘었지만 사망자 수는 2013년 18명에서 3년 뒤 24명으로 크게 늘었다. 같은 기간 전체 교통사고 사망자 수가 213명에서 178명으로 대폭 줄어든 것과 대조적이다.

■"악순환의 고리 끊자" 각종 정책

부산시는 올해 택시산업 발전을 위한 각종 정책을 내놨다. 지난 2~3월 택시 발전 워킹그룹과 택시 발전 라운드테이블을 구성해 택시 운송사업 발전 계획안을 마련했다. '안전과 친절로 시민에게 사랑받는 부산 택시'라는 비전으로 ▷택시 과잉공급 완화 ▷택시 경쟁력 강화 ▷종사자 근로여건 개선 ▷서비스 개선 및 고급화·다양화 ▷택시 안심·안전 관리 강화 분야에 23개 사업을 시행할 예정이다.

우선 악순환의 출발점인 택시 공급과잉을 해결하기 위해 2015년 택시감차위원회를 구성해 강력한 감차 사업을 진행 중이다. 지난해 총 100대를 감차한 데 이어 올해는 200대 감차가 목표이다. 감차에 동의하는 경우 법인택시와 개인택시에 각각 대당 2900만 원과 8600만 원을 보상금으로 지급한다.

부산시는 2020년까지 1000대 감차를 포함해 2034년까지 총 5009대(전체의 20%)를 줄여 과잉 공급 문제를 해결할 계획이다.

열악한 택시 기사의 처우와 위기에 빠진 택시업계에 대한 지원도 시행된다. 당장 오는 10월부터 택시 환승 할인 사업과 택시 종사자 보조금 지원 사업인 '희망 키움 사업'이 시행된다.

택시 환승할인이란 버스나 지하철을 이용한 뒤 30분 이내에 택시를 탈 경우 기본요금 500원을 깎아주는 것이다. 택시 이용을 늘려 기사와 법인(개인택시 포함)의 수입을 올려 궁극적으로 서비스의 질을 올리자는 취지다. 승객 입장에서도 요금 부담이 줄고 대중교통이 미치지 못하는 사각지대를 없애는 효과도 기대된다.

희망키움 사업은 부산에서 신규 채용된 법인 택시 기사와 10년 이상 근속한 기사 1000명에게 매월 5만 원의 수당을 지급하는 것이다. 장기 근속 기사는 최근 1년간 교통법규를 위반하지 않고, 사고를 내지 않은 경우에만 지원 대상이 된다.

부산시 송광행 대중교통과장은 "공급과잉과 처우 불만이 서비스의 질을 하락하는 근본적인 원인이다. 또 자동차 수가 크게 늘어나면서 대체재인 택시는 그만큼 수입이 많이 감소했다"며 "올해 추경에서 예산을 확보한 사업부터 먼저 시행해 부산이 전국 택시의 모범 사례가 될 수 있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박호걸 기자 rafael@kookje.co.kr

※ 공동기획: 부산지방경찰청, 부산광역시, 부산교통공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