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쿱 택시’ 결국 멈췄다

사납금 없는 택시로 주목받던 국내 첫 택시협동조합 ‘쿱(coop) 택시’가 경영 악화로 출범한 지 6년여 만에 파산했다.

서울회생법원 회생15부(이동식 부장판사)는 지난달 30일 한국택시협동조합에 파산을 선고했다고 3일 밝혔다.

쿱 택시는 2015년 7월 택시기사들이 약 2500만원씩 출자해 설립한 조합이 부도 택시회사를 인수하면서 출범했다. 조합은 수익금으로 조합원에게 기본급과 수당을 지급하고, 남는 이익을 배당하는 방식으로 운영됐다. 기존 법인택시에서는 기사가 매일 정해진 사납금을 채우지 못하면 자비로 메워야 했다.

쿱 택시는 출범 직후에는 안정적으로 운영되는 듯했다. 출범한 지 1년 만에 출자 조합원이 175명까지 늘어났고, 76대였던 택시는 100대를 넘어섰다. 택시 한 대당 기사 수도 2.4명으로 기존 택시(1.1명)의 2배 이상이었다. 기사들의 근무 여건이 개선됐다는 뜻이다.

월급 역시 일반 법인택시보다 평균 100만원 이상 많은 250만원까지 늘었다. 이후 대구와 광주, 포항 등에서도 비슷한 모델의 조합택시가 생겨났다.

2017년 말부터 국회의원 출신 박계동 초대 이사장과 조합원들 간 갈등이 불거지면서 쿱 택시는 운영난을 겪기 시작했다. 박 전 이사장은 독단적으로 경영하고 출자금을 임의로 대여했다는 의혹을 받았다. 조합원들은 2018년 4월 임시총회를 열어 박 전 이사장을 해임했다.

쿱 택시는 이후 운행률이 97%에서 50%대로 떨어졌다. 조합원까지 급격하게 줄면서 경영은 크게 악화됐다. 2019년 9월부터 이듬해 5월까지 조합원 임금 5억원가량을 지급하지 못해 고용노동청의 수사를 받기도 했다. 2020년 10월부터는 법정관리 절차를 밟아왔다.

회생법원은 2월25일까지 채권 신고기간을 갖기로 했다. 채권자들은 이날까지 서울회생법원에 채권을 신고할 수 있다. 채권자 집회는 3월24일 열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