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커멘트]

개인택시 면허를 사고 파는 관행은 어제 오늘 일이 아닌데요.

최근 면허 신규 발급이 줄어들면서 면허가 고가에 거래되고 있지만 관리는 소홀해 피해가 잇따르고 있습니다.

박기현 기자가 보도합니다.

[리포트]

63살 이병길 씨는 지난 2005년 중개업자에게 6,000만 원를 주고 택시면허를 양도받았습니다.

하지만 3년 뒤 이전 택시면허 소유자가 나타나 면허를 돌려달라면서 소송을 제기했습니다.

돈을 빌려쓰고 갚지 못했는데 채권자가 마음대로 면허를 팔아넘겼다는 것입니다.

이 씨는 소송에서 져 면허를 고스란히 잃게 됐습니다.

[인터뷰:이병길, 택시면허 양수인]
"몇 개월 동안 일도 못하고 1차 공판에서 졌고, 2차 공판도 졌고..."

56살 박원용 씨도 비슷한 일을 당했습니다.

이전 면허 소유자가 택시를 불법 도급에 사용한 사실이 뒤늦게 드러나면서 서울시에서 면허를 취소한 것입니다.

[인터뷰:박원용, 택시면허 양수인]
"제가 잘못을 했다면 인정하고 수긍을 하는데 제가 저지르지 않았고 전 사람이 저지른 잘못을 저한테 묻는 것은 (억울합니다.)"

택시면허를 양도나 상속할 수 있도록 한 법조항 때문에 개인들끼리 면허를 사고 팔면서 이처럼 억울한 피해 사례가 잇따르고 있습니다.

문제는 개인들 사이의 거래에서 이전 소유자의 음주운전이나 불법도급 사실을 제대로 확인하기 힘들다는 것입니다.

면허 변경을 인가해주는 지자체도 면허 관리에는 소극적입니다.

[인터뷰:지자체 관계자]
"자기 자신의 위법한 사실에 대해서 (알리지 않고) 양도 양수를 사전에 해버리면 그것을 나중에나 알 수 있지 (당시에는) 알 수 있는 방법이 없죠."

관계기관이 손을 놓고 있는 사이 택시 면허는 과세 등의 규제도 받지 않고 거래되고, 사기 등 범죄에 이용되기도 합니다.

지난해 면허 취소가 부당하다며 서울시를 상대로 5건 소송이 제기되는 등 전국에서 면허 양도에 관한 소송도 잇따르고 있습니다.

[인터뷰:모창환, 한국교통연구원 박사]
"택시면허를 내준 다음에 사후 관리가 아주 미흡한 실정입니다. 일정 제한을 가해서 남발되지 않게 소극적인 제한이라도 해야 되지 않나..."

문제가 커지자 정부는 지난해 말 이후 발급된 신규 면허에 대해서는 양도를 금지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신규 발급이 거의 없어 효과는 미미한 수준입니다.

면허 매매로 인한 피해를 최소화하고 면허의 본래 의미를 되찾기 위해서는 관계기관이 보다 적극적으로 면허 체계의 개선과 관리·감독에 나서야할 것으로 보입니다.

YTN 박기현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