택시노동자의 희망-전국민주택시노동조합

택시뉴스

ㆍ작성자	민주택시
ㆍ작성일	2011/06/20

ㆍ조회: 5545

경쟁력 잃고 사라지는 모범택시
사라지는 모범택시, 일반택시도 카드·외국어 가능

… 경쟁력 잃고 현재 1841대 남아

9일 밤 자정. 야근 후 택시를 타러 길에 나선 회사원 김상원(40)씨는 20분이 지나도 빈 택시를 잡지 못하자 눈물을 머금고 모범택시를 세웠다. 승차해 주머니 속 현금액수를 확인하는데, 모범 기사가 푸념을 늘어놓기 시작했다. "정말 살 맛 안 납니다. 손님이 없어요. 3~4시간 기다려 기본요금(4500원) 거리 손님 만나면 기름값은커녕 밥값도 안 나와요. 일반택시 안 가는 동네, 일반택시가 꺼려하는 만취손님들만 태우는 처지가 됐답니다."

1992년 택시선진화를 표방하며 탄생한 '모범택시'가 멸종 위기에 처했다. 621대로 시작해 1997년 4783대로 급증했던 모범택시가 2011년 5월 현재 1841대밖에 남지 않았다. 모범택시 기사 전모씨는 "초창기에는 17년 무사고 기록을 가진 개인택시 기사만 자격이 주어질 만큼 선망의 대상이었고, 외국인 관광객들의 증가로 월수입도 일반택시의 3배 이상 되었는데, 지금은 영업이 안 되니 일반택시로 면허를 전환하거나 은퇴하는 사람들이 대부분"이라고 말했다. 광화문 코리아나호텔 앞에서 만난 모범 기사 고모씨는 "주가가 하늘 모르고 치솟았던 IMF 외환위기 직전이 전성기였다"면서 "요즘은 호텔에서도 문전박대당하는 신세"라며 허탈해했다.

모범택시의 운명이 기로에 선 것은 외환위기 이후 택시업계 환경이 크게 바뀌면서다. 일반 택시 수가 급증한 데다 이들이 모범택시 전용서비스였던 카드결제, 콜 서비스 등을 받아들이면서 경쟁력이 떨어지기 시작한 것. 서울시가 밀고 있는 해치택시처럼 '새 차'가 대거 등장한 것도 모범택시를 주눅들게 했다.

모범택시의 쇠퇴가 미군부대 전용택시였던 '아리랑(현 스마트)'택시의 희생양이라는 주장도 있다. "서울에서 미군부대가 빠져나가니 200대 가까이 되는 아리랑택시들이 외국인 관광객 시장으로 몰려든 거죠."

자구책을 마련하기 위해 모범택시 기사들은 영어는 물론 중국어, 일본어를 공부한다. 리무진급으로 차종을 격상시켜 '단골손님'을 겨냥하는 차량도 늘고 있다. 하지만 모범의 미래는 여전히 비관적이라고 기사들은 말한다. 서울시, 한국관광공사에서 묘책을 세워주지 않으면 서울시내에서 모범택시는 곧 사라지게 될 거라는 얘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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