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6월1일부터 서울시내 택시 기본요금이 기존 1900원에서 2400원으로 인상됐다. 택시 요금이 오르자 시민들은 물론 택시기사들의 불만 섞인 목소리가 여기저기서 들리고 있다. 택시 이용객들이 줄어들면서 대부분의 기사들이 사납금 채울 걱정을 고심하는 이유에서다. 또 업체에서는 기본요금 인상을 이유로 사납금을 올리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어 기사들의 걱정은 배가 될 전망이다. 기사와 승객, 양측 모두 불만을 토로하는 택시 기본요금 인상은 과연 누구를 위한 것인지를  취재했다.
 
6월1일부터 서울시내 택시 기본요금 2400원으로 500원 인상
택시요금 인상에 시민은 물론 기사들도 볼멘소리 터져나와
 
지난 4월10일 서울시의 발표대로 6월1일부터 서울시내 택시 기본요금이 기존 1900원에서 2400원으로 인상됐다.
 
서울시내 택시요금 인상
 
서울시는 그동안 시의회에서 의견청취 과정을 거치고 소비자단체 등으로 구성된 서울시 물가대책위원회의 심의를 거쳐 당초 발표했던 원안대로 택시요금 인상을 시행했다.

2005년 이후 택시업계는 유가인상, 인건비 인상요인 발생 등을 이유로 대폭적인 택시요금 인상을 주장해 왔지만 서울시는 최근 어려워진 경제여건으로 시민이 겪는 어려움을 고려해 요금인상을 보류해 왔다.

하지만 택시업계의 고통을 나누고 경영개선 등의 노력이 필요하다고 보고 지난 4년간의 소비자물가 상승률 범위 내에서 택시요금 인상을 추진했다.

이로 인해 서울시내 택시 기본요금은 1900원에서 2400원으로 500원 인상됐고, 거리요금과 시간요금은 기존 144미터당 100원과 25초당 100원으로 동일하다.

이에 대해 서울시는 "시간요금 및 거리요금을 인상할 경우 택시 요금 인상률이 높아지고 장거리 이용시민의 부담이 가중될 수 있어 택시요금인상률을 최소화하기 위해 이 같은 결정을 했다"고 밝혔다.

또 장거리 고객을 선호하는 일부 택시운전자들의 승차거부 사례가 빈번히 발생해 이로 인한 시민의 민원이 많았던 점을 고려해 기본요금을 인상해 단거리 손님에 대한 승차거부 사례를 방지하기 위한 목적도 있다고 덧붙였다.

하지만 아직 택시미터기 수정작업이 마무리되지 않아 미터기 수정이 덜 된 택시를 이용하는 승객들은 6월 한 달간 미터요금에 500원을 추가해 지불해야 하고, 심야요금이 적용되는 자정부터 새벽 4시까지는 600원의 요금이 추가된다.

서울시에서는 택시업계와 시민들의 불만을 최소화하기 위해 거리요금과 시간요금을 인상하지 않고 기본요금만 인상하는 방안을 도입했으나 택시 요금이 인상된 6월1일 이후 시민들은 물론 택시기사들의 불만의 목소리가 크다.

먼저 수정되지 않은 미터기로 인해 택시 요금 인상 시행 첫날인 6월1일 오전에는 여기저기서 실랑이가 벌어졌다.
 

▲ “택시요금 인상에 시민·기사 ‘인상’ 팍!” 6월1일부터 시행된 서울시내 택시 기본요금 인상에 시민들은 물론 기사들까지 불만의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요금 인상 소식을 제대로 알지 못한 손님들의 경우, 미터기에 표시된 금액에 500원을 더 내야 한다는 기사의 말에 반감을 가지게 된 것.

서울시 구로구에서 시청으로 출퇴근을 하는 임아무개(여·27)는 "택시 요금이 인상된다는 것은 알고 있었지만 막상 그 날짜에 닥치고 보니 500원을 더 내야 한다는 기사의 말에 깜짝 놀랐다. 특히 수정되지 않은 미터기로 운행을 하면서 탑승 당시 요금인상에 대해 충분히 설명하지 않고 내릴 때가 돼서야 500원을 더 내라는 기사의 말에 불쾌하기도 했다"고 말했다. 
 
500원 인상에 손님 뚝!
 
하지만 택시 요금 인상이 불편하기는 기사들도 마찬가지다. 경기침체로 인해 가뜩이나 택시를 이용하는 승객이 줄어든 마당에 택시 기본요금이 500원이나 오르면서 손님이 30% 가까이 줄어들어 사납금 채우기도 버거워진 것.

운수업에 종사하다가 택시 핸들을 잡은 지 3년째에 접어들었다는 'D' 택시회사의 김아무개(45) 기사는 "택시운송사업조합에서 택시 요금 인상을 요구해 요금이 인상된 것으로 안다"면서 "하지만 거리요금이나 시간요금이 인상되지 않은 채 기본요금만 인상될 경우, 기사들에게 좋은 점은 단 한 가지도 없다"고 말했다.

기본요금 인상으로 승객이 줄어들고 승객이 줄어들면 하루 10시간 운행에 9200원의 사납금을 채우기 힘들어진다는 설명이다. 택시운송사업조합에서는 기본요금을 올려 매출이 증가하면 택시기사들의 인건비를 올려주겠다는 복안이지만 손님이 줄어든 마당에 회사의 매출이 증가할 까닭이 없다는 것.

김씨에 따르면 개인택시가 아닌 업체 택시를 운행하는 기사의 경우 하루 9200원의 사납금을 납부하고 나면, 한 달 고정 수입은 약 80만원에 불과하다.

사납금을 납부하고도 남은 금액은 기사가 가져가도 되지만 요즘 같아선 사납금을 채우기도 빠듯하다는 지적이다. 게다가 최근 사납금까지 오른다는 소문이 돌면서 기사들의 고민은 배가 되고 있다.

김씨는 "택시 요금 인상이 기사와 시민을 위한 정책이라면 잘못된 선택"이라면서 "택시 요금을 인상하기 전에 가스비를 인하 하거나 세금감면을 해주면 자연스럽게 경기가 좋아질 것"이라고 말했다.

가스비가 인하되면 기사가 충당해야 하는 가스충전 비용이 줄고, 택시 요금도 오르지 않아 승객이 줄지 않기 때문에 기사들에게는 사납금 부담이 적어지고 승객은 요금부담이 적다는 설명이다.

김씨는 "택시기사를 시작해보니 일부 택시기사들이 왜 놀음을 하고 경마장에 다니는지 알 것 같다"면서 "30대 초반의 젊은이들이 택시기사를 하고 있으면 보따리라도 싸서 들고 다니며 말리고 싶다"고 말했다.

'T' 택시회사의 박아무개(52) 기사 역시 이번 택시 요금 인상에 대해 잘못된 선택이라고 꼬집었다.

전체적으로 택시를 이용하는 승객이 많아야 택시업계가 살아나는데 요금 인상으로 인해 손님이 뚝 끊겨 당분간은 사납금 채우기에 급급해질 것이라는 지적이다.

박씨는 일부 택시기사들이 승차거부를 하거나 밤 시간대 합승을 요구하고 장거리 손님을 선호하는 이유도 사납금에 있다고 설명했다.

10시간 동안 운전대를 잡으면서 사납금을 채우려면 이 같은 편법을 동원하지 않고서는 힘들다는 것. 또 "서울시내 255개나 되는 택시회사로 인해 기사들 간의 경쟁이 치열해져 한 사람이라도 더 태우기 위해서는 어쩔 수 없는 선택이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서울특별시 택시운송사업조합의 한 관계자는 "서울시측에서 지난달부터 방송광고나 뉴스 등을 통해 인상소식을 꾸준히 알렸음에도 불구하고 택시 요금 인상 소식이 제대로 전해지지 않은 것 같다"고 말했다.

이어 사납금 인상 소문에 대해 "아직 확실한 인상폭이나 시행 날짜 등이 정해진 것은 아니다. 하지만 사납금이 올라야 기사들의 임금도 함께 오를 수 있다. 시행 초기이기 때문에 일시적으로 승객이 줄었을 뿐 조만간 다시 예전 수준으로 돌아갈 것"이라고 말했다.

결국 서울시가 4년의 고민 끝에 시행한 서울시내 택시 요금 인상은 시행 하루 만에 시민들은 물론 택시기사들에게 싸늘한 표정의 ‘인상’만 불러일으켰다. 택시운송사업조합 관계자의 말처럼 택시를 이용하는 승객들의 숫자가 조만간 예전 수준으로 돌아갈 수 있을지 귀추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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