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PG가격, 유통구조 개혁이 유일한 해법

국내 가격은 국제LPG가격 환율과
연동 CP가격으로 사실상 ‘결정’

국내 LPG유통구조 변혁이 해법…
판매사업자 생존권과 직결돼 ‘고민’

유례없는 한파로 전국이 꽁꽁 얼어붙은 가운데 대표적 서민연료인 LPG가격이 크게 인상돼 연초부터 에너지가격에 비상이 걸렸다.

LPG가격은 매달 통보되는 사우디아라비아 아람코사의 CP(Contract Price)가인 국제가격과 환율의 영향으로 인해 가격변화가 일어나고 있지만 직접 가스를 사용하는 소비자들의 입장에서는 LPG가격의 상승이 크게 부담되는것만은 사실이다.

소비자들은 서민연료인 LPG가 왜 중산층연료로 불리는 LNG보다 비싼 가격에 공급되며 가격변동의 폭도 더 큰 것에 대한 의문을 가질 수 있다.

일반에 공급되는 LPG가격을 낮출 수 있는 방안은 그동안 정부 차원에서 다각도로 추진했지만 현재의 유통구조하에서 LPG가격의 대폭적인 인하를 기대하기는 사실상 어려운 실정이다.

겨울철 이상한파가 기승을 부리는 가운데 LPG가격에도 비상이 걸렸다.

유럽지역 한파로 국제 거래시장에서 공급이 부족해 국제 LPG가격이 급등하고 있고 환율상승과 맞물려 고스란히 소비자가격에 반영되고 있기 때문이다.

한국석유공사가 운영하는 ‘오피넷’ 사이트에 따르면 1월 가정에서 연료용으로 쓰는 일반 프로판가스의 충전소 가격은 kg당 1446.43원을 기록했으며 판매소 가격은 2008.65원을 기록해, 종전 최고 기록인 지난 2008년 12월의 1966.79원을 경신했다.

자동차용 부탄의 충전소 가격도 ℓ당 1068.12원으로 지난해 12월(프로판 1509.15원. 부탄 1080.02원) 이후 2년1개월만에 최고가를 기록하고 있다.

LPG가격은 매월 말일 E1, SK가스등 LPG 수입사가 다음 한 달간 충전소 공급가를 정하면 이에 따라 움직인다. LPG 수입사들은 유럽지역 이상한파로 국제 거래시장에서 공급이 부족하고 환율 상승 등으로 공급가격이 크게 상승해 가격인상이 불가피하다고 밝혔다.

문제는 고공행진을 거듭하고 있는 LPG가격이 2월에도 상승할 여지를 남겨두고 있다는 점이다.

1월 LPG가격을 발표하면서 수입사인 E1과 SK가스는 지난달 인상분이 원가반영에 충분히 반영되지 않았다고 설명했기 때문이다.

사실상 1월 가격은 국제 LPG가격과 환율변동폭을 제대로 반영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국내 공공요금 인상에 따른 소비자들의 충격을 완화하기 위해 그나마 가격인상폭을 줄였다는 것. 그만큼 국제 LPG가격의 상승폭이 컸다는 반증이기도 하다.

따라서 이 상태라면 LPG 소매가격은 다음달 사상 최고가를 경신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국내 LPG는 크게 프로판과 부탄으로 구분된다. 쉽게 말해 프로판은 일반 가정과 식당에서 쉽게 볼수 있는 프로판용기로 공급되는 연료이며, 부탄은 자동차 연료로 사용된다.

프로판은 도시가스가 보급되지 않은 농어촌, 지방 등을 중심으로 658만 가구가 취사·난방용으로 쓰고 있고 부탄을 사용하는 LPG차량은 지난해 말 현재 244만여대로 전체 차량의 13.7%를 차지하고 있다.

“도매가격은 국제LPG가격과 연동,
수입사 억울하다” 하소연

LPG가격의 급등에 수입사인 E1과 SK입장도 당황스럽긴 마찬가지다.

LPG가 서민연료이자 공공요금으로 인식되면서부터 가격인상요인이 발생할때마다 모든 비난이 수입사에 집중되고 있기 때문이다. 가장 최근 발생한 공정위의 LPG가격 담합으로 인한 사상 최대의 과징금 부과건에 대해서도 수입사로서는 할말이 많은 입장이다.

LPG가격 형성에 가장 큰 원인이 되고 있는 국제LPG가격의 변동과 환율의 변화가 국내 LPG가격을 결정하는 바로미터인데도 불구하고 여론은 가격인상시마다 수입사에게 모든 화살을 돌리고 있는 형국이다.

LPG가격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LPG의 수입구조와 국내 유통구조를 함께 살펴볼 필요가 있다.

우리나라의 LPG가격은 사우디아라비아 아람코사의 가격결정에 달려있다해도 무방하다.

LPG를 수입하는데 있어 국내 수입사들은 아람코사와 가격을 협상한다기보다 가격을 통보받고 있는 실정이다.

국내 수입사들은 매달 아람코사로부터 CP가격으로 불리는 LPG가격을 통보받는다. 충전소에 공급하는 LPG가격은 이같은 CP가격에 환율변동폭을 반영해 이뤄지고 있다.

이는 세계 LPG시장이 사실상 아람코사의 독점공급에 의해 이뤄지기 때문이며 비단 우리나라뿐만 아니라 모든 LPG수입국에도 해당되는 상황이다.

업계의 관계자는 “경쟁연료인 LNG의 경우 한국가스공사가 공급국과 협상을 통해 장기계약물량을 결정하지만 LPG시장은 그와 달리 세계 시장 자체가 독점형태를 띠고 있어 가격의 유연화가 어렵다” 며 “LNG가격과 전기가격은 정부가 어느정도선에서 가격을 조정하고 이로인한 가스공사와 한전의 적자폭을 추경예산 등을 통해 보전해주고 있지만 민간기업인 LPG 수입사에게 정부가 (적자 보전을)해 줄 수는 없는 것 아니냐”며 고충을 토로했다.

수익을 철저히 따져야 하는 민간사업자 입장으로 볼때 국제 LPG가격이 크게 올랐을 경우 그에 맞게 국내 가격을 올려야 하지만 국내 공공요금에 미치는 영향을 고려해 인상폭을 적게하는 부담을 안고 있다는 의미다.

“LPG 유통구조 슬림화를 주장하는
공무원은 제자리 못 지켜”

이같은 이유로 도매분야에서 LPG가격을 인하할 수 없다면 가격을 안정시킬 수 있는 해법은 어디서 찾을 수 있을까.

우리나라의 경우 LPG는 이미 서민연료가 된지 오래지만 경쟁연료인 LNG에 비해 가격이 비싸다는 문제점을 안고 있다. 상대적으로 중산층이 사용하는 LNG에 비해 서민들이 더 비싼 연료비를 부담한다는 점은 아이러니한 부분이다.

일반 가정에서 사용하는 프로판가스에 대한 가격안정대책에 대해 정부와 업계는 모두 LPG의 낙후된 유통구조가 문제며 이에대한 개혁만이 가격안정의 해법이라는데 동의한다.

대부분의 에너지유통이 단순한 구조를 띄는데 반해 프로판의 경우는 수입사, 충전소, 판매소, 소비자의 4단계 유통구조를 갖고 있다. 각 단계별로 LPG가 공급되면서 사업자의 마진과 인건비가 추가되다보니 눈덩이처럼 가격이 불어나는 근본 문제를 안고 있는 것.

특히 영세한 사업자들이 많은 판매사업자들의 마진폭이 크다는 점은 눈여겨볼 부분이다.

익명을 요구한 업계 관계자는 “소비자에게 최종적으로 가스를 판매하는 LPG판매사업자의 마진이 40%에 달하는 상황에서 상위라인인 도매가격을 조정해봐야 아무런 가격인하 효과를 기대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근본적으로 LPG시장은 전근대적인 유통구조를 변화시키기 전에는 가격문제에서 자유로울수 없다는 것이다. 결국 프로판 가격이 안정되기 위해서는 이 문제에 메스를 대야 하는데 누구도 앞장서서 칼을 들이대기 어렵다는데 문제가 있다.

또 다른 관계자의 이야기를 들어보자.

“판매사업자에게 가스를 공급하는 충전소의 인프라가 이미 충분히 구축돼 있기 때문에 충전소가 판매소를 거치지 않고 직접 소비자에게 가스를 공급한다면 LPG는 가격경쟁력을 갖추게 되고 산업 자체로는 제2의 도약을 이뤄낼 수 있다. 그런데 아무도 이를 언급할 수 없는 상황이다”

이 관계자는 “정부 공무원이 이 문제를 건드려 유통구조를 줄이는 슬림화를 주장한다면 판매사업자들의 반발로 인해 그 자리를 지키기 못할 것” 이라며 “이로인해 문제점을 알면서도 20년동안 체적거래에서 시작해 최근의 소형LPG 소비자 판매 등 일부의 변화만을 진행하다보니 큰 틀의 접근이 어렵다”고 덧붙였다.

실제 LPG유통구조의 슬림화를 통한 가격인하와 LPG가격경쟁력을 제고하는 부분은 전국 4300여 판매사업자의 생존권과 연계되어있는 예민한 문제다.

그래도 일단 정부는 유통구조의 변화를 꾀하기 위해 다양한 경로와 방안을 모색하고 있다. 올해도 마찬가지다.

LPG를 용기로 판매할 경우 지역제한 폐지를 통해 경쟁촉진을 유도하고 소비자가격 안정화 방향으로 법률을 개정하는 부분도 판매사업자의 반발을 뚫고 진행할 계획이다.

물론, 입법을 추진하는 과정에서 LPG판매업계의 의견을 충분히 수렴한다는 단서를 달고 있다.

국내 LPG의 가격을 다루는데 있어 프로판 유통구조를 건드리지 않고 해법을 찾는다는건 사실상 요행을 바라는것과 다르지 않다. 전에도 그래왔고 앞으로도 그렇다. 그래도 풀어야할 숙제다.

이정훈 기자 jhlee@ekn.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