택시노동자의 희망-전국민주택시노동조합

택시뉴스

ㆍ작성자	민주택시
ㆍ작성일	2009/12/02

ㆍ조회: 3526

택시회사 횡포에 기사는 '노예'

도 넘은 택시회사 횡포에 기사는 '노예'

사고 비용도 운전기사가 처리..합의 못하면 배차도 안해줘

서울에서 6년 째 영업용 택시 운전을 하고 있는 홍지환씨(가명.42). 그가 한 달에 26일, 하루 12시간 이상 꼬박 일 하고 받는 월급은 92만원. 반나절 이상을 쉬지 않고 일해 손에 쥐는 돈은 최저 임금 수준에도 못 미친다.

"보통 오전 8시에 나와 밤 10시까지 일해요. 요즘엔 손님이 줄면서 사납금 17만원(매일 택시회사에 입금해야 하는 돈)을 채우지 못해 새벽까지 일 하는 날도 적지 않아요. 피로가 누적되다 보니 몸이 아파서 결근을 하게 될 때도 있는데 회사에서 따로 휴무를 주기는 커녕 사납금 부족을 이유로 월급을 삭감합니다."

서울 서대문구 소재 모(某)택시회사 소속 기사 박모 씨(39)도 "매일 사납금 19만원(주간 8만원,야간 11만원)을 100% 입금하고 26일 만근을 할 경우 받는 월급이 고작 90만원이지만 더 이상 갈 곳도 오라는 곳도 없으니 눈과 귀를 닫고 일할 뿐" 이라고 하소연했다.

박씨는 "사납금을 채우고 난 후 버는 돈은 기사 몫이지만 실제 사납금 이상을 벌려면 하루 24시간 이상 운전해도 모자를 판"이라며 "사납금이 하루라도 부족 할 경우 무차별 적으로 월급을 삭감하고 있어 동료들 가운데는 밥을 굶어가며 30시간 이상을 쉬지 않고 운전하는 경우도 있다"고 말했다.

이런 가운데 지난 6월 서울시가 기본요금을 1,900원에서 2,400원으로 올리면서 택시 회사들도 일제히 1만원 이상씩 사납금을 올려 택시기사들의 한숨은 더 깊어지고 있다. 기본요금 인상으로 승객은 줄었지만 사납금은 올라 이중고에 시달리고 있는 것.

또 카드 택시가 도입 되면서 카드 결제 시 생기는 수수료를 이유로 사납금을 올리는 회사가 늘며 하루 종일 거리를 누비고 다녀도 최저임금도 받지 못하는 택시 기사가 부지기수다.

실제 두 달 전 경남 김해에서는 사납금 인상문제를 놓고 회사측과 협상을 벌였던 택시회사 노조측 협상위원이 목을 매 숨진 채 발견되는 사건도 있었다.

사납금 제도에 불만을 갖는 택시기사들이 많지만 현재 서울시내 255개 택시회사 가운데 사납금 제도가 아닌 완전 월급제를 운영하는 택시회사는 2% 정도에 불과한 것으로 집계되고 있다.

연차수당 및 퇴직금을 제대로 지급하지 않거나 교통사고 수리비를 운전기사들에게 떠넘기는 등의 근로기준법을 위반하는 사례도 적지 않다. 교통사고가 날 경우 회사에서는 보험수가 인상된다며 기사에게 모든 사고 처리 비용을 떠넘기고 있다. 자체적으로 합의를 하지 않고 보험 처리를 할 경우에는 회사에서 아예 배차를 해주지 않은 악행도 버젓이 일어나고 있다.

규정상으로는 사고처리비를 기사들에게 전가하지 못하도록 되어 있지만 오랫동안 관습처럼 이루어 졌기 때문에 사고 비용을 떠넘겼다고 해서 제재를 받는 택시회사도 거의 없는 실정이다.

이렇다 보니 한푼이라도 더 벌기 위한 운전자들은 과속, 난폭운전을 일삼게 되고 이는 승객의 안전을 심각하게 위협할 수 밖에 없다. 더군다나 어려운 경기 탓에 구직이 힘들어지면서 택시 운전대를 잡으려는 사람들이 넘쳐 택시회사들의 횡포는 좀처럼 나아질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다.

동대문구의 한 택시회사 기사 김모씨는 "돈 버는 데 급급한 택시회사들이 처우 개선은 관심도 없고 사납금을 인상하며 기사 등골을 빼먹고 있는데 관련 행정기관은 나 몰라라 하고 있다" 며 울분을 터뜨렸다.

택시노동자 1,700여명은 지난 달 말 여의도 국회 앞에 모여 "사납금, 사고처리비 등을 기사 부담으로 전가해 생계에 큰 압박이 되고 있다" 며 최저임금보장 등을 요구했다. 그들은 또 '전국 택시노동자 총력투쟁 결의대회' 를 개최하는 등 열악한 근무환경과 조건에 대한 정부나 지자체 차원의 종합적인 지원 대책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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