택시기사 주 모(44) 씨는 지난 7월 광주시 동림동 한 아파트 단지에 승객을 내려주다 황당한 일을 겪었다.

승객 손 모(23) 씨를 내려주고 아파트를 빠져 나오기 위해 후진하던 중 손 씨가 갑자기 택시 뒤에서 소리를 지르며 쓰러졌던 것.

손 씨는 '지갑을 놓고 내린 것 같아 돌아가던 중 후진하던 택시와 부딪쳤다'며 통증을 호소하며 합의금을 요구했다.

택시기사 주 씨는 아무 소리도 듣지 못했지만 손 씨에게 35만 원과 병원비 등 모두 40여 만 원을 주고 합의를 봤다.

그러나 손 씨의 수상한 '사고'는 이뿐만이 아니었다.

손 씨가 지난 7월 한 달 동안만 후진하던 차량에 부딪쳐 택시기사에게 합의금을 요구한 것은 모두 세 번.

손 씨 뿐만 아니라 김 모(44) 씨도 건너편 택시를 손짓으로 부른 뒤 유턴한 택시에 부딪쳤다며 모두 8차례에 걸쳐 240만 원을 받아갔다.

◈ 회사 택시만 골라 '사고'

손 씨와 김 씨가 요구한 돈은 사고가 난 직후 경찰 조사나 보험 처리 없이 그 자리에서 합의금을 받아내는 일명 '현장 합의금'.

이 같은 피해 사례가 늘면서 택시공제조합 광주지부는 1일 광주 북부경찰서에 손 씨와 김 씨를 고발했다.

특이한 점은 손 씨 등이 사고가 났다고 주장하는 차량이 모두 회사 택시라는 점이다.

공제조합 측은 "인사사고가 났을 경우 병원비뿐 아니라 회사 자체 벌점도 올라가기 때문에 사고에 민감할 수밖에 없다"며 "현장 합의금을 주고 사고를 처리하는 경우가 많다"고 설명했다.
승객이 다쳤을 경우 병원비와 합의금 등으로 백 여만 원이 지출되는 데다 경미한 사고라도 벌점이 쌓이다 보면 사망 사고 벌점과 맞먹는 점수가 되기 때문이다.

조합측은 "회사 입장에서는 기사가 현장 합의금을 주고 처리하면 오히려 고마워하기도 한다"고 상황을 전했다.

경찰은 고발 내용을 토대로 조사를 벌여 혐의가 드러날 경우 손 씨와 김 씨를 사법처리할 방침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