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도심 '택시 지옥' 사라졌다…서울시 해피존 첫날

(서울=연합뉴스) 이태수 기자 = "큰길로 나가시면 위험합니다. 어차피 그쪽에서는 택시를 잡을 수가 없어요."
'불금'(불타는 금요일)이 저물어가는 3일 0시 종각역 인근 '젊음의 거리'. 평소 보지 못하던 낯선 노란 풍선 간판이 들어섰다. 바로 서울시가 24일까지 운영하는 임시 승차대, '택시 해피존'이다.
서울시에 따르면 '택시 해피존'은 젊음의 거리, YMCA 앞, 삼일대로 인근 등 종로 일대 5곳에 만들어졌다. 택시 승차난 해소를 위해 자정부터 오전 2시까지 종각∼종로3가 650ｍ 구간에서는 '택시 해피존'에서만 승객을 태울 수 있다.
시행 첫날 현장에는 서울시 공무원 30명, 택시 조합 50명, 노조 관계자 50명 등 백수십 명으로 꾸려진 단속반이 투입돼 타 지역 택시의 서울 시내 영업과 손님 골라 태우기 등을 막았다.
단속반은 '택시 승차 질서 계도'라 적힌 형광 조끼를 입고 빨간 경광봉을 들고서, 지정된 위치가 아닌 곳에서 영업하려는 택시를 제지했다.
현장에 나온 시 관계자는 "승차 거부 등 불법 영업이 적발되면 이를 채증해 해당 구청으로 보내 행정처분을 하게 한다"며 "처음에는 경고와 과태료 20만원을 부과하지만, 3차 적발 시에는 과태료 60만원에 자격 취소까지 내려진다"고 말했다.
종로 젊음의 거리는 금요일 밤이면 많은 시민이 몰려 택시가 잡히지 않기로 악명이 높다. 특히 대중교통 막차 시간이 다가오는 자정 전후로는 멀리 가는 손님을 골라 태우는 '얌체 영업'이 성행하곤 했다.
유동인구가 많은 만큼, 기다리는 시민들은 그 수가 빠르게 불어났다. 처음에 10명 안팎이던 승객은 20분 만에 40명을 넘겼다.
빨간색 '빈 차' 등을 켠 택시가 하나둘 '택시 해피존'으로 도착하자, 승객은 차례로 택시에 올라탔다. 현장 단속반은 손님을 태운 택시에 확인증을 건넸다.
시 관계자는 "'택시 해피존' 참여를 유도하기 위해 손님을 태울 때마다 인센티브 3천원을 지급한다"며 "이를 증명하기 위한 확인증"이라고 설명했다.
회식을 마치고 직장 동료 2명과 중랑구 상봉동으로 가고자 택시를 기다리던 배모(34)씨는 "그동안 금요일 밤이면 서로 택시를 타려고 무질서하게 흩어져 때로는 차례를 기다리는 게 허탈하기도 했다"며 "이렇게 지정된 승차대를 만드니 승차 거부도 없고, 순서대로 집에 갈 수 있어 합리적인 것 같다"고 만족스러운 반응을 보였다.
하지만 일부 시민은 줄을 서 택시를 기다리는 데 익숙지 않아 하는 모습을 보였다.
한 시민은 다른 곳에서 택시를 잡으려다 제지당하자 단속반을 향해 "무슨 권리로 방해하느냐"고 삿대질하기도 했고, 추위 속에서 줄을 서는 대신 '카카오 택시'를 부르는 시민도 종종 눈에 띄었다.
시는 '택시 해피존'이 늦은 시각 승객이 몰리는 연말연시 택시 수급 불균형 문제를 해결하는 데 도움이 되리라 기대하고 있다.
실제로 지난해 강남역∼신논현역 770ｍ 구간에서 시범 운영한 결과 택시 공급은 11.7% 늘었고, 대기 시간은 8.4분 단축됐다.
한편, 시는 종로 말고도 강남·홍대 등 택시 민원이 많이 발생하는 시내 20곳에 단속 공무원을 배치해 승차 거부를 막을 방침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