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구수영 “택시파업 집회, 10월엔 더 크게 한다”

“공약 안 지킨 이명박 대통령, 택시에 애정 없다"

지난 20일 전국의 택시가 멈추고 서울시청광장에 택시 노동자 7만여 명이 모였다. ‘설마’ 하던 이들도 택시가 종적을 감추자 ‘택시 문제가 심각하구나’하며 관심을 갖게 됐다. 언론도 ‘택시 대란’에 비해서는 호의적으로 LPG 가격 폭등으로 인한 택시업계와 노동자의 어려움을 자세히 보도한 곳이 많았다.

택시 노사 4개 단체가 함께 한 사상 초유의 이번 투쟁을 초기부터 적극적으로 제안하고 조직해 온 구수영 민주택시노조 위원장을 만나 투쟁 평가와 앞으로의 전망에 대해 들었다.
구수영 위원장은 “나이 지긋한 개인택시 기사 분들도 ‘우리도 모이면 뭔가 이룰 수 있겠다’며 자신감을 보였다”며 “20일 하루 법인과 개인택시가 벌지 못한 돈이 무려 500억원에 달할 것으로 추산한다”고 밝혔다.

이어 구 위원장은 민주노총과 한국노총, 개인과 법인택시, 그리고 노사단체가 함께 집회를 한 배경을 “그만큼 택시산업의 상황이 절박하다”고 설명하며 “100만 택시 가족의 힘으로 5대 요구안을 관철하겠다”고 말했다.
택시 4개 단체가 공동으로 내세운 5대 요구안은 ▲택시를 대중교통으로 법제화 ▲LPG가격 안정화 ▲택시연료 다양화 ▲택시요금 현실화 ▲감차 보상대책 마련 등이다.

택시 노사단체의 공동투쟁을 폄하하는 일부의 반응에 대해 구 위원장은 “그런 한가한 이야기하기에는 택시산업의 상황이 너무 엄중하다‘며 “중요한 정책 결정이 조합원의 근로조건과 직접 연결되는데, 가지 말고 사업자와 손잡지 말고 그저 싸우기만 하라는 식의 운동은 문제가 있다”고 반박했다.

구수영 위원장은 대선에 적극 개입해 요구를 관철하겠다는 뜻을 거듭 밝히며 “이번 한번으로 끝내면 정치권이 우습게 본다. 오는 10월 20일 전후에 다시 대규모 집회를 열어 정치권을 압박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다음은 구수영 위원장과의 인터뷰 전문이다.

-실제로 택시가 멈추겠냐 싶었는데 서울 등에서는 종적을 감췄다?

=서울인천경기 등은 휴업 동참이 90% 넘었고 지방은 5-60% 된 곳 많다. 6월 20일 하루를 쉬면서 돈에 눈먼 사장들이 얼마나 억울했겠냐. 택시는 그날 못 벌면 지나가는 거다. 총 벌지 못한 금액이 500억은 넘을 것으로 본다. 그런 피해를 감수하고도 올인할 수밖에 없었던 절박한 상황이다.

-시청광장에 7만 명이나 왔다. 집회 뒤 현장 반응은 어떤가?

=그날 오후 개인사업자 등 나이 지긋한 이들이 돌아가며 하는 이야기가 참 감동적이었다. ‘우리도 모이면 뭔가를 이뤄낼 수 있다’는 자신감을 표시했다. 일부의 젊은 분들은 집회 뒤 행진까지 하는 줄 알았는데 취소돼서 아쉽다고 했다. 덥더라도 행진했어야 되는 거 아니냐고 하더라.
택시가 절박한 상황이기 때문에 사람이 많이 올 것이라고 확신했다. 그러나 상상 이상으로, 특히 개인택시 기사들이 많이 왔다.

-집회에 여야 지도부도 왔다. 정치인들도 열기에 놀랐다는데
=정치인 온다는 건 알았는데 황우여, 박지원 올 줄 몰랐다. 박지원은 택시 현안을 당론으로 결정해 정부 추궁하고 국회에서 심도있게 논의하겠다고 말해 가장 호감을 얻었다. 황우여 대표도 ‘이렇게 힘들고 어려운줄 몰랐다. 당에 가서 택시 문제 어떻게 빨리 해결할 것인지 깊이 논의하겠다’고 말했다. 물론 우리는 정부여당과 정치인 잘 믿지 않는다.

-여러 성향의 단체가 이례적으로 집회를 같이 열었다.
=택시산업이 100년인데, 현금장사다보니 좋은 시절이 있었다. 그러나 1990년 중반부터 정부가 택시정책을 방치해 불법경영, 노조탄압 등이 집중적으로 불거졌다. 그러면서 택시산업이 꺾이기 시작했다.
2000년 들어서서 유가인상, 자가용 증가, 지하철과 버스 확대 개편, 마을버스. 등 택시 상황이 어려워졌다. 오죽했으면 이명박 대통령이 후보 시절 택시 대중교통 법제화 문제 처리해주겠다며 집중육성책을 펴겠다고 약속했다. 그러나 4년이 지났으나 달라진 것이 없다. 이 정부 들어서 LPG 가격이 47% 인상됐다. 택시산업은 한계에 봉착했다. 작년부터 이렇게 놔두면 공멸한다는 생각으로 방법을 찾았다. 그것이 올해 총선과 대선에 개입하자는 것이다. 권력교체기에는 택시 문제를 상대적으로 쉽게 해결할 수 있다.

-민주택시노조 하면 월급제 쟁취 등을 놓고 격렬하게 투쟁했던 것이 기억난다. 이번에는 노사가 손잡고 집회를 했다. 단순히 집회 한번 같이 하자는 이상의 고민이 있을 듯 하다.
=택시노조 27년 됐다. 감옥도 갔다고 수배생활도 했다. 그러나 세상이 변화하는 것처럼 운동도 변해야 한다. 이번 5대 요구안도 다 노동조건과 관련 있고 단체교섭 사항이다. 유종다변화하려면 새로 차량 구입해야 하는데, 그거 조합원에게 부담시키지 말아야 한다.
일부에서 사측과 같이 한 것에 문제제기하는데, 그런 식의 운동으로는 지금의 엄중함에 살아남기 어렵다. 중요한 정책 결정이 조합원의 근로조건과 직접 연결되는데, 가지 말고 사업자와 손잡지 말고 그저 싸우기만 하라는 식의 운동은 문제가 있다.

-같이 요구안 만들고 집회 하는 것이 쉽지 않았겠다.
=제일 어려운 것은 인식의 폭을 좁히는 것이었다. 개인과 법인, 노와 사, 누구는 끼고 누구는 끼지 말자는 말이 많았다. 내가 앞장서서 더 이상 이용당하지 않으려면 4개 단체가 제대로 투쟁한번 해보고 결실을 맺자고 주장했다.
지금도 노조 탄압하는 사업장 많다. “중앙에서 힘 모아서 택시산업 살려보려고 하는데, 노조탄압이나 하면 되겠냐”고 사장한테 직접 전화하기도 했다. 그래도 말 안 듣는 곳도 있다. 상층연대는 연대대로 하고 현장에서 투쟁은 또 투쟁대로 해야 한다.

-이명박 대통령 서울시장 출신이고 교통문제 중요하게 다뤄서 이해가 있는 사람인데 공약을 안 지키는 이유가 무엇인가? 의지 문제인가, 예산 문제인가?
=일단 이명박 시장 택시에 애정이 없다. 서울시장 당시 말도 안 되는 택시요금 인상한다고 해서 반대했다. 대책없이 요금 올리면 손님 줄고, 사납금 올라 더 힘들다.
세계적으로도 공익성, 사회공공성 중시한다. 택시는 사회공공적 측면에서 충분히 대중교통으로 분류할 수 있다. 우리나라는 사회공공성이라는 말 자체를 싫어한다.
정부에서는 택시를 대중교통으로 법에 명시하면 상당한 예산이 투입된다고 한다. 그러나 우리는 예산을 단계별로 투입하면 된다는 입장이다. 4대강사업과 감세정책으로 돈이 없다고 솔직히 말하는 정부당국자도 있다. 당장 감차 예산 세울 수 없고 내년쯤 고려하겠다고 하더라.

-LPG 가격 안정화 요구는 어떤 점을 개선해달라는 것인가?
=사우디 국영회사인 아람코가 LPG의 70%를 독점하고 있다. 이 회사가 에스오일의 지분 35%를 갖고 있다. 가격결정에 영향을 끼칠 수 있다.
또 국내에서는 몇몇 대기업 정유사가 독점하고 있는데 이들이 가격 담합을 한다. 공정위는 2009년 LPG 담합을 적발하고 정유사에게 6600억이라는 사상 최대 규모의 과징금을 부과했다. 노조에서는 부당이익금 반환소송 진행 중이다. 수입선 다변화하고 재벌의 담합 단속해야 하고 나아가 CNG(천연가스) 등으로 유종을 다변화해야 한다. 지금처럼 LPG 가격 올라가면 택시산업은 전망이 없다.
         
-택시가 과잉이라는 공감대는 있다. 어떻게 감차를 할 것인가가 문제인데...
=일본은 인구 1억2천만에 택시 26만대고, 우리는 5천만에 택시 25만대다. 먼저 도급, 지입 등 불법경영하는 업체를 단속해서 인위적인 감차를 하는 것이 우선 필요한데 공무원 인력이 턱없이 부족하다. 신고포상제 등을 도입할 필요가 있다, 보상적 감차는 수산업 감선 경우와 비슷하다고 할 수 있다. 감차하면서 어떤 기준으로 얼마나 벌 것인가는 투명한 기준을 세워야 한다. 감차 보상은 지방정부로는 힘들고 중앙정부의 예산 지원이 절실하다.

-현장에서 들어보면 지금도 승객이 없다고 요금 인상 반대하는 목소리가 크다. 그러나 요구안에 들어갔다. 왜인가?
=요금 인상 무조건 찬성하는 게 아니다. 개인택시는 요금 인상과 엘피지 지원 밖에 없다. 그래서 개인택시도 같이 하려고 요금 인상 넣었다. 택시 요금은 결정하는 과정이 투명해야 한다. 그리고 지자체에서 가이드라인을 제시해 업체에서 경영보전 부분 외에는 택시기사 처우 개선에 쓰도록 해야 한다. 요금은 올려놓고 나눠먹기는 알아서 하라는 것은 무책임하다. 사납금 인상 안하겠다, 이런 내용으로 강제성 없지만 협약 맺어야 한다. 지자체가 면허 허용과 단속 권한 있기 때문에 업체에서 무시하지 못한다.

-10월에 다시 집회하면 이번과는 좀 다른가?
=이번 한번으로 끝내면 정치권이 우습게 본다. 10월 20일 전후에 다시 대규모 집회를 열어 정치권을 압박할 것이다. 그쯤이면 여야 후보도 정해졌을 것이다. 모든 대선 후보와 정당이 택시 요구안에 동의하고 보증하면 누가 좀더 구체적이고 진정성이 있는지 조합원에게 판단을 맡겨야 한다. 민주택시든 전택이든 상층은 여당과 친해도 조합원들 이명박, 새누리당 안 찍는다.
이제는 지역에서 중앙으로 불을 떼서 모아 가자는 생각을 하고 있다.

대선을 맞아 백만 택시 가족이 역동적으로 투쟁할 수 있도록 민주택시가 견인차가 되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