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스·택시 노동자, 정신건강 실태 취약한 것

으로 드러나

 

지하철 기관사, 소방관 등 다른 고위험 직종에 비해 높아

버스·택시 노동자들의 정신건강 실태가 다른 노동자들에 비해 상대적으로 취약한 것으로 드러났다.

홍희덕 민주노동당 의원이 지난 4월부터 6월까지 버스·택시 노동자 1천여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조사에 따르면 이들의 외상후 스트레스장애와 우울증상은 소방관, 지하철기관사, 이주노동자 등 다른 고위험 직종에 비해 상대적으로 높았다.

홍 의원이 3일 공개한 조사결과에는 택시노동자와 버스노동자의 외상후 스트레스장애는 각각 34.1%, 25.2%로, 지하철 기관사(17.5%), 소방관(25%) 등에 비해 높았다. 택시노동자와 버스노동자의 우울증상 비율 역시 각각 35.2%, 25.2%로, 지하철 기관사와 이주노동자들 보다 높게 나타났다.

조사에는 특히 택시노동자의 경우 승객과의 갈등을 경험했던 노동자의 44.2%가 외상후 스트레스 의심환자인 것으로 나타났는데, 홍 의원은 "승객과의 갈등 경험이 없는 노동자 중 이 질병의 의심환자 비율이 28.4%였던 것과 비교한다면, 통계적으로 유의미하다"고 주장했다.

홍 의원은 또 "이러한 정신건강의 문제는 승객과의 갈등과 운전 중 타인이 다치는 사고에 많은 영향을 받은 것으로 나타났으며, 장시간 노동시간과도 관계가 깊은 것으로 나타났다"고 강조했다.

홍 의원실이 버스·택시 노동자들을 대상으로 한 인터뷰에서 한 버스노동자는 "하루 14시간 넘게 근무하고, 한 달에 4~6회 정도 원거리 외박근무를 하는데, 배차시간 15분과 새벽에 대기해야 되는 8시간은 아예 노동시간으로 계산하지 않는다"며 과도한 노동시간에 따른 어려움을 호소했다.

한 택시노동자도 "술 취한 승객 태우는 일은 어쩔 수 없는 일인데, 요금을 못 받고 돌아올 때도 많고, 승객이 폭행하는 경우도 많다"면서 "경찰서에 가도 거의 일방적으로 당할 때가 많다"고 하소연했다.

홍 의원은 오는 4일 서울 여의도 국회도서관 소회의실에서 '버스·택시 운전노동자 정신건강실태 발표 및 대안마련을 위한 토론회'를 열고, 실제로 버스운전 중 사고를 낸 후 해고당한 노동자들의 이야기와 현장에서 승객과 매일 갈등을 겪고 있는 택시노동자의 증언을 청취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