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사하며 반주하는 습관 많아
경찰도 ‘설마…’느슨한 단속
2014년 집계 ‘매일 1명 사망’

직장인 차모(33) 씨는 지난 20일 오전 출근길에 택시를 탔다가 기사의 몸에서 술 냄새가 심하게 나는 것을 느꼈다. 차 씨가 기사에게 “술 냄새가 나는 것 같은데 혹시 술을 드셨느냐”고 묻자 예상치 못한 답변이 되돌아왔다. 얼굴이 벌겋게 달아오른 기사는 창문을 열며 “집에 들어가기 전이어서 식당에서 아침 식사와 함께 반주로 소주 한 잔 마신 게 전부”라며 “너무 걱정하지 말라”고 대수롭지 않게 대답했다. 차 씨는 황당했지만, 내려서 다른 택시를 잡다가는 지각할 것 같아 홍익대 앞에서 광화문까지 가는 내내 택시 안에서 불안에 떨어야 했다.

상대적으로 느슨한 경찰 단속을 틈타 술을 마시고도 운전대를 잡는 택시와 버스 등 대중교통 차량 기사들 때문에 시민들의 공포가 커지고 있다. 23일 도로교통공단에 따르면, 택시와 노선버스 운전기사가 음주운전을 하다 교통사고를 내는 경우가 2011년부터 2014년까지 매년 3만 건을 훌쩍 넘어서는 것으로 집계됐다. 2011년 3만3493건에 이어 2013년 3만1912건, 2014년에도 3만553건에 달했다. 2014년 대중교통 운전기사가 음주운전을 하다 낸 사고로 목숨을 잃은 사람은 택시 215명, 노선버스 149명 등 모두 364명에 달했다. 중상을 입은 사람은 택시와 버스를 합쳐 1만2378명에 이르렀다.

현행법상 음주운전으로 적발돼 혈중알코올농도가 0.1% 이상이면 벌금형과 운전면허 취소처분을, 0.05% 이상일 경우는 벌금형과 운전면허 정지처분을 받게 된다. 운전으로 생계를 유지하는 사람은 음주운전으로 면허취소 처분을 받을 경우 각 지방경찰청 등에 ‘생계형 이의신청’을 할 수 있지만, 알코올 농도가 0.125%를 초과하거나 0.1% 이상이면서 사망사고를 낸 경우 등은 구제대상에서도 제외된다.

이 같은 대중교통 기사들의 무책임한 음주운전은 버스·택스 등이 음주 단속에서 사실상 ‘열외’라는 점을 악용하고 있기 때문이다. 강수철 도로교통공단 정책연구원은 “식사를 하면서 반주를 즐기는 습관을 지닌 운전자들이 적지 않은데, 단속 경찰들마저 ‘영업용 차량 기사들은 당연히 술을 마시지 않겠지’하는 생각에서 단속대상에서 제외한다”며 “이 때문에 늦은 밤이나 새벽에 술을 마신 뒤 사고를 내는 기사들이 없어지지 않고 있다”고 지적했다. 경찰 관계자는 “요금을 받고 영업하는 택시나 버스 기사들은 음주운전을 하지 않을 걸로 보고 단속대상에서 제외하는 경우가 많은 게 사실”이라며 “만약 발견할 경우 승객이 차량 번호나 기사 이름을 기억한 뒤 신고하면 단속할 수 있다”고 말했다.

최준영·김기윤 기자 cjy324@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