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염병이 돌아 말 못하는 짐승들이 죽어가는 겨울이다. 몇 년간 키운 자식 같은 가축을 땅에 뭍은 농민들의 눈에서는 피 눈물이 흐른다. 우리 이웃들도 마음으로나마 농민들의 슬픔을 함께 하고 있다.

이 와중에 어떤 ‘급살 맞을 기업’은 농민들의 눈물은 보이지도 않는지 미국산 LA갈비를 싼 값에 내 놓았다. 우리 이웃들이 키우는 소가 죽어가자 수입산 재고를 처리할 속셈인지, 아니면 소 값이 올라 쇠고기 한 점 못 사먹는 소비자를 위한건지 혼란스럽다.

하지만 농민들이 ‘딱 죽기 직전’의 고통을 받고 있는데, 한편에서 “이때다”하고 상품을 내놓는 모습은 분명 보기 좋지는 않다.
출생 자체가 ‘일본 제국주의’에서 비롯돼서 그런지 모르겠지만, 한국의 기업은 유독 ‘천민자본주의’를 신봉한다. 돈이 우선이다. 돈을 더 벌기위해 남의 고통, 심지어 자기 직원들의 고통은 생각지도 않는다.

노동자들이 만든 이윤에서 조금씩 빼돌린 돈을 가지고 기부하고는 어려운 이웃과 함께 하는 기업이라고 자화자찬 한다. 온 세상도 함께 기업을 칭송한다. 그러나 ‘부처님 가운데 토막’ 같은 그 기업의 비정규직이 몇 명인지, 근로기준법은 잘 지키는지 관심 밖이다.
양주도 다르지 않다. 얼마 전 양주 민주노총 소속 택시기사 20여 명을 회사가 ‘사실상’ 해고했다.

취재과정에서도 이들이 해고당할 만한 특별한 이유는 보이지 않는다. 다만 남들과 다른 점이 있다면 ‘자신의 권리’를 줄기차게 요구해왔다는 점이다. 당장 생계가 끊긴 이들은 관계당국을 찾아 불합리함을 호소하고 있지만 아무런 도움도 받지 못하고 있다.

내가 마지막으로 본 민주노총 소속 기사들의 월급은 40만원 이다. 다른 한국노총 소속과 비조합원 기사들은 100만원 조금 넘게 받는다.
반면 회사는 사납금과 충전소 운영으로 매 년 수억원의 매출을 올린다. 회사 사장님은 반짝반짝 빛나는 빌딩도 있고, 삐까번쩍한 ‘외제차’를 타고 다니신다. 기사들은 사납금 채우기 위해 다리에 쥐가 나도록 운전을 하는데 말이다.

노사 대립이 20명의 ‘노동의 권리’를 박탈하는 지경까지 갔으니 문제가 매우 심각하다. 많은 이들이 중재를 위해 머리를 싸매고 있지만 해결의 실마리는 보이지 않는다. 이 상황에서 머리에 글자 꽤나 들었다고 하는 이들은 ‘둘 다 조금씩 양보하라’고 말한다.

물론 손뼉도 마주쳐야 소리가 나는 법이다. 그러나 회사와 노동자의 책임이 같을 수는 없다. 노동자가 아무리 큰 잘못을 했다고 해도 그 책임은 작지만, 회사가 한 잘못이 아무리 작다 해도 큰 책임을 가지기 때문이다.
양주 축산농가는 구제역으로 박살나고, 양주의 기사들은 ‘천민자본주의’에 경도된 회사 때문에 고통을 당하고 있다. 대체 봄은 언제 올 것인가? 이제 시민들이 나서야 할 때다.
 

김광선기자(kioaio@hanmail.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