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0아시안게임 취재를 하기 위해 중국 광저우에 온 지도 이제 열흘이 넘었습니다. 대회도 반환점을 돌아 초반 금메달 레이스에 불을 당겼던 유도나 사격, 그리고 우리 국민에게 큰 기쁨을 안겼던 야구 대표팀 등은 한국으로 돌아갔습니다.

그런데 광저우를 조금이나마 알게 되니, 한국 선수단이나 스포츠 이야기 말고도 할 말이 많게 됐습니다. 이번에는 택시 이야기를 써볼까요. 외국인들이 그 나라에서 대해 갖는 첫 인상을 결정짓는 것 가운데 하나가 바로 택시라고 합니다. 지난 19일밤 야구 드림팀이 금메달을 땄습니다. 인터뷰와 기사송고를 모두 마치고 나니 꽤 늦은 시간이 됐습니다. 배가 고픈 데다, 우승의 기쁨도 있고 해서 광저우의 한국 식당을 찾아가기로 했습니다.

아오티스포츠타운 밖에서 택시를 잡으려고 한참을 기다렸더니 두 대가 지나가더군요. 소리치고, 팔을 흔들었더니 차는 멈췄는데 불을 껐다 켰다 하면서 자기들끼리 한참을 의논하더군요. 말이 통하지 않으니 한국야구위원회(KBO) 일을 도와주는 중국교포에게 전화를 걸어 목적지를 가르쳐 주기를 부탁했습니다. 기사가 일단 타라고 하더군요. 그리고 전화기에 있는 계산기에다 ‘150’을 찍어서 보여주더군요. 150위안(약 2만7000원)이라는 얘기인데, 중국에서는 엄청나게 비싼 요금입니다. 바로 ‘바가지’인 거죠. 역시 미터기를 안 누르더군요. 외국 손님에게 바가지를 씌우고, 회사에는 돈을 입금하지 않고 자기 수입으로 잡겠다는 의미죠.

다시 중국교포에게 전화를 걸었더니 “그 정도는 나옵니다”라고 강변하더군요, 그대로 물러서서야 되겠습니까. 깎아달라고 한 끝에 120위안으로 낙찰됐습니다. 그런데 진짜 황당한 것은 다음에 온 사람들은 정확히 미터기를 눌러서 왔는데 52위안을 냈답니다. 앞에 온 두 차는 120위안씩을 냈고, 다음에 온 두 차는 52위안을 냈습니다. 요금대로 온 착한 기사는 ‘양심 냉장고’를 받아야 합니다.

그런데 분노의 불길이 일어난 것은 중국교포가 몇 번이나 “거리가 멀어서 그렇게 나온다”고 강조했다는 겁니다. 가만히 생각해보니 어쨌든 그 사람 국적이 중국(출신은 북한 함경도이고, 사는 곳은 칭다오랍니다)이었습니다. 할 말 없더군요. 덧붙여 우리 한국 사람들이 중국에 여행가서 돈을 흥청망청 쓰고 오니까, 우리를 ‘봉’으로 보고 있지 않나 반성도 하게 됩니다. 하지만 광저우에는 착한 택시기사도 많습니다.

광저우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