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퉤! 에이! 침이나 한번 뱉고 가렵니다!"

국회 정문을 나서던 택시 기사는 운전석 창문을 내리더니 걸쭉하게 침을 한번 뱉는다. 그러다 경범죄로 벌금 물면 어떻게 하냐는 기자의 만류에도, 택시 기사는 그예 입안에 고였던 침을 국회 정문앞 도로 한복판에 내뱉고 만다.

뭐하는 양반이냐고 묻길래 '기자'라고 답했더니 갑자기 택시 기사의 혈압이 오르는 모양이다.

그는 2년 전까지 조그만 건설 사업체를 운영하다가 결국 사업을 청산하고 택시 운전수로 나섰다고 했다. 자기 인생을 생각하면 한스럽기도 하지만, 택시에 올라타는 손님들의 낯빛도 요즘 말이 아니라는게 그의 전언이다.

"정치하는 놈이나, 행정하는 놈이나, 서민들이 어떻게 사는지는 관심이나 있답니까? 공무원들은 서민들하라고 마련해준 희망근로인가 뭔가도 다 지들이 해먹었다면서요? 내, 나랏돈 먹는 놈들 말은 콩으로 메주를 쓴다 해도 안 믿습니다."

택시기사는 꽤나 격앙돼 있다. 요 며칠 국정감사를 통해 드러난 공무원들의 각종 비리에 어지간히 치를 떤 모양이다.

지난 23일 끝난 국정감사에서도 횡령이나 비리, 각종 탈법과 편법을 자행하는 현장에 우리 공무원들이 직간접적으로 연루돼 있는 사실들이 드러났다.

물론 비리를 저지른 것은 일부 공무원들이다. 하지만 청렴하고 성실한 대다수 공무원마저 국민들의 분노를 한 몸에 받고 있다.

국민들의 '유리지갑'에서 각종 명목으로 세금을 뜯어가더니만, 그렇게 허투루 떼먹고, 가로채고, 낭비하고, 개인의 욕정을 위해 사용했다하니 치오르는 분노를 참을 길이 없는 게다.

유형도 다양하다. '선진문화시찰'이란 명목으로 한사람당 수천만원씩 배당해 유럽 여행을 떠나, 술도 사마시고 뮤지컬도 관람했다.

벼랑 끝에 선 저소득 서민을 구제하기 위해 1조7천억원을 들여 시행하는 희망근로 사업에도 검은 손길이 그냥 지나치지 않았다. 에쿠스, 다이너스티를 타고 출근한 공무원 사모님들이 다수 참여한 것. '사회수업(?)'을 시키려는지 공무원 자녀들도 꽤나 참여해 '희망'을 받아갔다.

민주당 김유정 의원은 이같은 공무원 비리를 밝히면서 "국민의 세금이 당신 자녀들 알바 비용인줄 아느냐"고 비명에 가까운 호통을 쳐 댔다.

점잖은 얼굴로 성매매를 하다 적발된 공무원도 적잖다. 그런 공무원을 단속해야 할 경찰도 성매매 대열에 합세했다.

공무원들의 범죄사실을 더 나열하면 속만 상하니 이쯤에서 그만두겠다. 문제는 이같은 공무원 비리와 부도덕함이 해를 거듭할 수록 늘어간다는 점이다.

왜 그럴까? 그 이유야 정교하게 분석해봐야 할 테지만, 행정기관 및 경찰 등 공무원들의 끈끈한 동료애(?)도 늘어나는 비리에 한 몫을 거든 것으로 판단된다.

잘못을 저지른 공무원들에게 '엄정한 조취'를 취하는 경우가 드물다. 대개는 흉내만 낸 솜방망이 처벌에 머무른다. 중징계를 받은 공무원도 있긴 하지만 일부에 불과하다.

"공무원도 사람인데, 한 번의 실수로 매몰차게 어떻게…"라며 주의, 훈계 조치만 취하다보니 범죄 건수가 갈수록 늘어나는 거다.

공무원은 일반 직장인과 다르다. 국민에게 헌신해야 하고 누구보다 청렴한 태도를 견지해야 한다. 이 얘기는 이달곤 행정안전부 장관이 국정감사 기간동안 주로 '정치색'을 보인다는 공무원 노조를 향해 한 말이다.

그런데 죄 지은 공무원에게는 그같은 잣대가 잠시 보류되는 모양이다. '공무원도 사람인데…'라며 금새 바뀌는 것을 보니 말이다.

오히려 그들이 가진 권한과 업무의 특수성을 생각할 때 일반 시민보다 더 엄격한 룰을 적용받아야 하는게 아닌가 하는 생각은 정치인들이 좋아하는 '헌법에 위배되는' 것일까?

"뭐라더라, 법 집행에는 성역이 없다나요? 내 얼마 전에 급한 손님을 서울역에 모셔다주면서 갓길로 좀 갔더니 경찰차가 세우고 딱지를 끊더군요. 한번만 봐달라는데 그 말을 합디다. 그 '성역'은 우리같은 힘없는 서민한텐 참 엄하기도 하지요."

택시기사의 마지막 한탄에 기자의 얼굴이 다 화끈거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