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택시기사가 승객에게 사적 모임인지 어떻게 물어보나"…현실성 떨어지는 4단계 수칙들

12일부터 시행된 물리적(사회적) 거리두기 4단계의 일부 방역 수칙이 실효성이 떨어진다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개인의 행동을 규제하다보니 수칙이 지나치게 세분화된데다, 위반 사례를 현장에서 일일이 잡아낼 방법도 없어 방역조치가 제대로 이행되기 어렵다는 것이다.

손영래 보건복지부 중앙사고수습본부(중수본) 사회전략반장은 이날 정례 백브리핑에서 “오후 6시 이후 3인 이상 택시 승차가 불가능한 건 아니다”며 “공동의 목적으로 식사를 하러가면 사적모임 제한 위반에 해당하겠지만, 퇴근하는 3명의 직장동료가 귀갓길에 택시를 타는 행위는 위반으로 볼 수 없다”고 말했다. 정부가 지난 9일 ‘오후 6시 이후 3인 이상 사적모임 금지’를 포함한 4단계 조치를 발표하면서 “오후 6시 이후 직장동료 관계인 3인이 같이 택시를 타는 것도 사적모임에 해당한다”고 밝혔다가 과한 조치가 아니냐는 지적이 일자 말을 바꾼 것이다.

택시 업계는 현장에서 택시기사가 승객의 사적모임 여부를 확인하는 것 자체가 불가능하다는 반응이다. 박영만 서울개인택시연합회 업무부장은 “기사들이 함께 탄 승객들이 서로 사적모임을 갖는지, 동거가족인지 어떻게 물어보겠느냐”라며 “심지어 택시는 처벌 기준이 없어 (단속에서 적발되더라도) 택시 기사는 과태료 등 제재를 받지 않는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이밖에도 정부는 등산을 가거나 대형마트를 이용하는 것도 사적모임으로 간주해 3인 이상 함께할 수도 없도록 하고 있는데, 산이나 대형마트 등 개방된 공간에서 사적모임 여부를 구분해 제재할 방안은 따로 마련되지 않았다. 복지부 관계자는 “사적모임이라는게 외형적으로는 드러나지 않아 (이를 위반하더라도) 택시 기사에게 책임을 묻는 것은 고려하지 않고 있다”며 “3인 이상 제한은 최대한 외출을 자제하고 사회 활동을 최소화하자는 차원이지 그 이상 일일이 사생활을 깊이 관여하기는 어렵다”고 했다.

헬스장 등 실내외 체육시설의 방역 수칙이 지나치게 세분화된 데다 종목별로 형평성이 어긋나는 경우도 있어 현장의 혼선이 가중되고 있다. 정부는 4단계 조치 하에서 수영장을 제외한 모든 실내체육시설의 샤워장을 이용할 수 없게 하면서도, 실외 골프장 등 실외 체육시설에서는 따로 샤워 시설 이용을 금지하지 않았다. 헬스장의 러닝머신 속도를 6㎞/h 이하로 조정하고 GX(그룹운동)류는 음악 속도를 100~120bpm으로 유지토록 하는 조치도 현장 이행 및 단속 측면에서 제대로 지켜지기 어렵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김우주 고려대 구로병원 감염내과 교수는 “앞으로 헬스장에서는 수첩을 들고 다니며 음악별로 bpm이 얼마인지 확인해야하는 상황”이라며 “방역 수칙이 너무 복잡해 국민들이 위반하기도 쉽고 단속하기도 어렵다”고 말했다.

손 반장은 “헬스장의 음악속도나 러닝머신 속도는 생업시설의 집합금지를 최소화하는 방향으로 관련 협회와 협의해 만든 수칙”이라며 “침방울 배출이 많은 행위를 규제하기 위해 고강도 유산소 운동을 줄이고 저강도로 전환시키는 방안을 논의한 결과”라고 설명했다.

샤워 시설의 형평성 문제에 대해서는 “실외체육시설이 방역적 위험도가 낮다는 측면에서 샤워실에 대한 부분을 간과했다”며 “실질적으로 샤워실 운영이 잘 안 되고 있어 문제가 없다면 그대로 가고, 운영하는 시설이 많다면 조정하게 될 것”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