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적 거리두기가 해제된 지 100여일이 지났지만 수도권은 여전히 심야택시 대란에 시달리고 있다. 택시기사들은 사납금 제도 폐지 등 열악한 처우를 개선해야만 지금의 문제가 해결될 것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연합뉴스

 

지난달 30일 새벽 1시께 수원시 인계동의 한 택시승강장. 막차 버스도 끊긴 시각, 귀갓길 택시를 잡기 위해 기다리는 시민들로 줄이 길게 늘어섰다. 언뜻 봐도 20m는 넘어 보였다. 대략 30여 분을 기다린 끝에 마침내 택시 승차에 성공할 수 있었다.

사회적 거리두기가 해제된 지 100여일이 지났지만 수도권은 여전히 심야택시 대란에 시달리고 있다. 정부와 지자체가 심야시간대 택시 공급을 늘리기 위해 다양한 정책을 펼치고 있지만 아직까지 효과는 나타나지 않고 있다. 택시기사들은 사납금 제도 폐지 등 열악한 처우를 개선해야만 지금의 문제가 해결될 것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수개월째 계속되는 택시 대란의 원인은 택시기사 수 감소가 큰 몫을 차지한다. 코로나19 발생 전인 2019년 대비 현재 3만여명(2019년 10만2천여명→2022년 7만4천여명)의 법인택시 기사들이 일터를 떠났다. 거리두기 조치로 음식점 등 영업 종료시간에만 수요가 집중돼 수익이 줄어들자, 배달업계 등으로 기사들이 옮겨간 것이다. 

수익 줄어들자 3만명 일터 떠나
정부·지자체 확대 조치 역부족
업계 "생활임금 보장돼야 해결"

국토교통부와 각 지방자치단체는 이를 해결하기 위해 택시 부제 해제와 강제 배차 등의 방법으로 택시 공급을 늘리겠다는 입장이다.

원희룡 국토부 장관은 자신의 인터넷 방송에서 "지자체에 개인택시 부제 해제를 요청해 개인택시의 공급을 늘릴 것"이라며 "배차 성공률을 50% 이상 끌어올리기 위해 목적지 표시 없이 콜이 나오는 '강제배차'를 도입하겠다"고 말했다. 실제로 부천시는 1일부터 개인택시 4부제를 임시 해제하기로 했다.

그러나 택시기사의 근본적인 처우 개선이 병행되지 않는다면 사태는 해결될 수 없다는 게 택시업계의 공통된 목소리다. 코로나19 사태와 맞물려 2020년 운송수입금 전액을 회사에 납부하고 월급제로 임금을 받는 전액관리제가 시행된 점이 영향을 미친다.

지난해 말 기준 도내 택시업체 67%는 전액관리제를 시행하고, 33%는 사납금제를 적용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전액관리제는 법인택시 기사가 하루 10시간 이상을 승무해도 최대 6시간 40분에 대해서만 근로시간으로 인정해 불합리하다는 지적이 제기됐었다. 사납금제 시행 업체의 경우, 기준금이 하루 10시간 이상을 운전해도 채울 수 없을 만큼 과도하다는 비판이 나온다.

전국민주택시노동조합 관계자는 "실 근로시간 생활임금이 보장되지 않으면 지금의 택시 대란은 해결되지 않을 것"이라며 "택시 노동자들에 대한 과도한 사납금을 철폐하고 생활임금 보장 대책을 병행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서승택기자 taxi226@kyeong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