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근로자라며 줄 땐 언제고, 이제 와서 내놓으라니 황당하죠."
실업급여 환수 통보를 받은 전 택시협동조합 기사 이재현 씨.대구의 한 택시협동조합 소속 기사로 일했던 이재현 씨.
조합의 사정이 어려워지면서 지난해 7월 '권고사직'을 통보받았습니다.
그런데 지난달 대구노동청으로부터 황당한 통지가 날아왔습니다.
8개월간 나눠 받은 실업급여 천백만 원을 한꺼번에
반환하라는 것이었습니다.
실업급여 반환 사전통지 공문.협동조합 소속 택시기사는
근로자가 아니라는 게 이유였습니다.
이 씨처럼 실업급여 환수 통보를 받은 대구 협동조합 택시 기사들은 모두 백여 명, 금액은 5억 원에 이릅니다.
이재현/전 택시협동조합 기사
"여태까지 고용보험을 넣었는데 지금 와서 근로자가 아니라고 해 갖고 받은 걸 토해내라 하니까 얼마나 황당합니까. 이미 생활비로 다 쓰고 없는데 어떻게 해야 할지 막막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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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시 조합 택시기사였던 A씨.
2018년 심근경색으로 숨져 '
과로사' 판정을 받았습니다.
그런데 같은 이유로 최근
유족연금 7천만 원을 반환하라는 통보가 유족에게 전해졌습니다.
택시협동조합 업계 관계자
"아내분이 유족연금을 받아 생활비로 사용해왔던 거로 알고 있습니다. 과거 근로복지공단에서 산재로 인정됐는데, 이번에 갑자기 법적인 근로자가 아니라며 환수 조치가 내려온 겁니다." |
■ '대규모 환수 사태'…노동당국 판단 때문?
택시협동조합 차고지.대구에서 발생한
대규모 환수 사태로 택시 업계 혼란이 커지는 상황.
사태의 원인은 협동조합 택시 기사가 '
근로자'인지에 대한
노동당국의 판단이 갑자기 달라졌다는 데 있습니다.
대구에 택시협동조합이 처음 생긴 건 2016년.
출범 당시 노동당국은 택시협동조합 기사들을 근로자로 인정했는데, 지난해 12월 근로복지공단이 갑자기 태도를 바꿔 실태조사를 벌였습니다.
발단은 같은 해 있었던 대구노동청의 판단입니다.
협동조합 소속 택시 기사가 퇴직금 구제 신청을 했는데, 노동청이 근로자가 아니라며 이를 기각했던 겁니다.
실태 조사 이후, 근로복지공단은 대구 내 모든 택시협동조합에 대한 고용보험을 취소했고 이는 대규모 환수 사태로 이어졌습니다.
근로복지공단 대구지역본부.근로복지공단 관계자
"대구노동청의 판단이 먼저 있었고, 이를 인지해 실태조사를 진행한 겁니다. 고용보험의 경우는 사업장이 신고하면 별다른 절차 없이 승인되는 구조이기 때문에 근로자성에 대해 저희가 판단을 내린 부분은 아닙니다." |
■ "소급적용 부당" 업계 반발…근로자 여부는 이견 '분분'업계는 황당하다는 분위기입니다.
협동조합 택시 기사가 '근로자'인지 명확한 법적 근거가 없는 상황에서, 과거에 지급한 사례까지 소급 적용해 환수하는 것은 부당하단 겁니다.
실제로 택시협동조합 소속 기사가 근로자인지에 대해선 여전히
이견이 분분합니다.
노동당국은 출자금을 내고 회사의 일정 지분을 갖는 구조 때문에
근로기준법상 근로자가 아니라고 봤습니다.
하지만
법원은 2021년 '택시발전법' 위반과 관련한 1심 선고에서 협동조합 택시 기사들이
'근로자이자 동시에 조합원'이라고 판결했습니다.
대구지방법원 판결문.노동당국의 성급한 판단으로 협동조합 택시 기사들이 피해를 보고 있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윱니다.
김성오/한국협동조합창업경영지원센터 이사장
"'택시협동조합'이라는 개념이 사실상 우리나라에서 최초로 등장한 것이기 때문에 혼란이 있을 수밖에 없는 상황입니다. 새로운 협동조합 형태에 맞는 관련 법의 개정이 필요하고요. 그렇지 않은 상태에서 사업자의 권리도 주지 않고, 근로자의 권리를 소급 적용해서 박탈하는 것은 굉장히 불공정한 거죠. 이 사람들을 존재하지 않는 존재로 만들어 버리는 거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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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인택시의 대안으로 출범한 협동조합택시.
소속 택시기사의 법적 지위에 대한 당국의 판단이 오락가락하면서, 뒤늦게 대규모 환수 사태와 혼란을 불러 오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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