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비카드 vs. 인천택시조합, 갈등 확산 내막
대기업 횡포인가, 상도덕 위반인가
 
[월요신문 김보배 기자] (주)이비카드와 인천택시업계 간 해묵은 갈등이 법적공방으로 이어지면서 논란이 커지고 있다. 법원은 최근 이비카드가 인천택시들을 대상으로 낸 ‘타 업체 카드 단말기 계약 금지’ 및 ‘자사 단말기 철수 금지’를 요청하는 가처분 신청을 일부 인정했다. 인천택시업계가 이비카드 단말기의 높은 수수료와 단말기 오류를 이유로 타 업체 카드 단말기로 교체한 데 따른 것이다. 이비카드 측의 가처분 신청이 받아들여지자 인천택시들은 당혹스럽다는 입장이다. 지난 2003년부터 동반자였던 이들의 관계가 법정싸움까지 번진 내막을 들여다봤다.

▲ 인천택시조합은 롯데그룹 계열사 이비카드와 택시 단말기로 의견 마찰을 빚고 있다.

이비카드 “계약기간 채 안된 일방적 해지통보, 상도덕에 어긋나”
택시조합 “문제 시정·합의 무시한 이비카드, 명백한 ‘갑의 횡포’”
롯데그룹 계열의 지불결제 전문기업 (주)이비카드와 인천택시운송사업조합(이하 인천택시조합) 간 갈등이 길어질 조짐을 보이고 있다.

인천택시조합은 이비카드에 높은 수수료율과 노후된 단말기 등을 이유로 지난 7월 계약해지를 통보했다. 이에 이비카드는 법원에 ‘단말기 철수 금지’ 가처분을 신청, 지난달 법원이 이를 받아들이면서부터 조합은 난감한 상황에 봉착했다.

인천택시조합 관계자는 “법원이 가처분 신청을 일부 받아들여 소송이 불가피해졌다”며 “조합원들의 뜻을 모두 수용하면서 사안에 대처해 나아가려고 하지만 쉽지 않은 상황”이라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이어 “현재 조합에 가입한 업체 중 일부는 이비카드 단말기를 계속 사용하고 있고, 어떤 업체는 스마트카드 단말기로 교체해 사용하는 식으로 나뉘어져 있어 의견을 종합할 필요가 있다”며 “정기적으로 회의를 하고 있으나 아직 공식적인 입장을 정하지는 못한 상태”라고 설명했다.
이비카드-택시조합 갈등 내막
인천지역 내 60여개 택시업체로 구성된 인천택시조합은 지난 2003년 (주)이비와 계약을 맺고 조합원 택시에 카드결제 단말기를 장착했다. 당시만해도 택시에 카드결제 단말기를 도입해 택시비를 현금이 아닌 카드로 지불한다는 것은 획기적인 일이었다.

이비는 인천택시를 위해 단말기를 지급하고 서버를 증축하는 등 100억원에 달하는 비용을 투자했다는 이유를 들어 인천택시조합 측에 장기계약을 요구했다. 이에 지난 2008년 인천택시조합은 이비와 10년에 달하는 재계약을 체결했다.

이후 2010년 이비는 해당 사업 분야를 롯데그룹에 매각, 롯데그룹 계열사로 (주)이비카드가 탄생했다.

문제는 택시비 카드 결제가 대중화되면서부터 불거지기 시작했다.

택시에 카드 단말기를 처음 도입했을때만 해도 카드 결제 규모는 월 1억원이 안될 정도였다. 재계약이 이뤄진 지난 2008년 10월에는 약 47만건, 18억원 가량의 택시비가 카드로 계산됐다. 그리고 약 6년이 지난 올해 5월, 카드 결제 월별 건수는 약 140만건으로 크게 늘었고, 규모도 100억원을 웃돌았다.

이비카드가 단말기와 서비스 제공을 명목으로 얻는 수익도 크게 늘었다. 이비카드는 지난 2008년 4%의 수수료율로 약 7000만원을 가져가다 지난 5월에는 2.4%의 수수료로 2억4400만원 가량을 챙길수 있게 됐다. 덕분에 이비카드는 사업 초기 들였던 투자금을 대부분 회수했을뿐만 아니라 상당량의 수익을 내고 있다고 업계는 보고 있다.

인천택시조합 관계자는 “이비카드가 카드 수수료 뿐만아니라 유지보수 명목도 수수료에 포함시켜 타사보다 높은 수수료율을 그동안 챙겨갔다”며 “지난 6년동안 수수료로만 120억원 정도를 가져갔으니 이비카드가 주장하는 투자자금을 모두 회수하고도 남았을 것”이라고 말했다.

노후된 단말기의 잦은 오류도 갈등의 원인이 됐다.

이비카드 단말기는 택시에 설치된 미터기에 연결해 사용하는 방식으로 돼있다. 인천택시조합이 처음 이비카드 단말기를 도입했던 지난 2003년부터 오류가 잦았다는 것이 택시기사들의 주장이다.

한 택시기사는 “카드 결제를 하는데 너무 오랜 시간이 걸리다보니 술에 취한 손님이나 주변 차량과 마찰을 빚는 일이 비일비재 했다”며 “서버가 아예 다운돼 오류를 일으키거나 결제가 되지 않는 일도 다반사”라고 불편을 호소했다.

인천택시조합 관계자는 “식당같은 곳에서 단말기 오류가 생기면 손님이 기다렸다가 재시도하는 식의 대처가 가능하지만, 도로 위에서 결제가 이뤄지는 택시의 경우 단말기 오류가 발생하면 도로 방해요인이 돼 위험한 상황을 연출하기도 한다”며 “지속적으로 발생해온 단말기 오류에 대해 이비카드 측에 기기 교체 등 개선을 요구해왔지만 이비카드는 시종일관 무대응과 소극적인 태도로 일관해왔다”고 말했다.

▲ 인천택시업계 관계자가 이비카드의 오래된 단말기에 대해 불편함을 호소하는 동영상 일부 캡처 장면. 이비카드 단말기(위)는 결제가 신형 기기보다 10초가량 느리고, 미터기와 일체형이 아닌 단말기여서 보조석에 장착했을시 승객을 위한 에어백 사용에도 방해가 된다. 반면 타 업체의 신형 단말기(아래)는 미터기와 일체형에 결제 속도도 1.5초 가량으로 매우 빨라 승객과 택시기사의 만족도가 매우 높다.

법정다툼으로 이어진 갈등

인천택시조합은 이비카드에 수수료 인하와 단말기 교체 등을 요구했으나 받아들여지지 않자 급기야 지난 7월4일 이비카드 측에 계약해지를 통보했다.

인천택시조합 관계자는 “이비카드가 여지껏 많은 수익을 올리고도 수수료 인하와 단말기 결제 오류를 방치하는 등 무성의한 태도로 일관하고 개선의지를 보이지 않아 임시총회를 열어 결정한 사항”이라며 “조합원들의 결의 및 위임을 받아 이비카드에 대해 계약해지를 통보하고 타 업체 단말기로 교체해 운행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인천택시조합이 교체한 단말기는 서울지역에서 주로 사용하고 있는 (주)한국스마트카드의 단말기다. 이비카드가 수수료로 2.4%를 가져가는 반면 스마트카드는 2.0%의 수수료를 가져간다. 또 이비카드 단말기를 미터기에 장착해 사용한다면, 스마트카드 단말기는 미터기와 일체형으로 디자인돼 있다.

인천택시조합의 60개 법인택시회사 가운데 약 45개 업체가 기존에 사용하던 이비카드 단말기를 스마트카드 단말기로 교체했다.

조합 측의 계약해지 통보에 이비카드는 “계약해지를 받아들일 수 없다”며 두 차례에 걸쳐 인천지방법원에 가처분 신청을 냈다. 하나는 ‘인천택시조합의 60개 회원사 전체를 상대로 이비카드 단말기 철수를 금지해달라’는 것이고, 다른 하나는 ‘인천택시조합과 (주)한국스마트카드와의 계약체결을 금지해달라’는 것이었다.

이비카드는 “사업권을 박탈당한 상황에서 소송을 못할 이유가 없다”며 “계약기간이 남아있는 만큼 손해배상 청구도 가능하다”며 강하게 반발했다.

인천택시조합 관계자는 “우리로서는 이비카드와 협상을 통해 수수료를 낮추고 문제를 해결하고 싶었지만 계속 묵인해오다 계약해지를 통보하고 스마트카드 단말기를 도입하자 그제서야 수수료 인하 얘기를 꺼내왔다”며 “그러면서 가처분 신청을 한것은 대화의 여지를 차단한 것이나 다름없는 이중적인 태도”라고 꼬집었다.

전국택시노동조합연맹 인천지역본부와 전국민주택시노동조합연맹 인천지역본부는 이비카드 단말기의 문제점을 담은 내용의 탄원서를 지난 7월29일 법원에 제출했다.

탄원서에서 인천택시노조는 이비카드 단말기를 스마트카드 단말기로 교체한 이후 시민들에게 안정적인 서비스가 가능해졌고, 이비카드 단말기를 더 이상 사용할 수 없다는 입장을 밝혔다.

택시노조는 “스마트카드 단말기는 최근 택시업계의 상황을 고려한 성능개선과 빠른 결제로 그동안 이비카드 단말기로 인해 겪었던 정신적 스트레스와 신체적 피해·영업 지연 등으로 입은 손실이 말끔히 해결됐다”며 “이비카드는 인천지역 버스와 택시, 장애인콜택시의 교통카드 단말기의 이용·유지보수 명목의 수수료로 매월 수십억원의 매출을 올리고 있으면서도 ‘10년 계약’을 체결해 계약해지 불가 통지 협박성 문자를 발송하는 등 대기업 횡포의 극치를 보여줬다”고 성토했다.
가처분 신청 받아들인 법원
택시노조의 탄원서 제출에도 불구하고 법원은 지난달 중순, 이비카드 측이 낸 가처분 신청을 일부 받아들였다.

법원은 ‘인천택시조합의 60개 회원사 전체를 상대로 이비카드 단말기 철수를 금지해달라’, ‘인천택시조합과 (주)한국스마트카드와의 계약체결을 금지해달라’는 두가지 가처분 신청에 대해 ‘이미 스마트카드 단말기로 교체해 쓰는 택시회사는 그대로 하되, 아직 이비카드 단말기를 쓰는 회사는 계속 사용하라’는 처분을 내렸다.

이비카드는 현재 자회사의 단말기를 떼지 않고 그대로 운영 중인 회사들에게 ‘이비카드와의 계약을 유지하겠다’는 동의서를 받는 조건으로 2.4%의 수수료를 1.8%까지 낮춰주고 있다. 또 택시 한 대당 30만원을 이비카드 홍보비 명목으로 회사에 지급하기로 했다.

인천지역의 60개 회사가 가입한 인천택시조합은 난감한 상황이다. 이미 스마트카드 단말기로 교체해 운영중인 회사, 이비카드에 동의서를 써주고 수수료를 할인받은 회사, 이비카드 단말기를 달고는 있지만 동의서는 쓰지 않고 소송을 지켜보는 회사 등 세부류로 나뉘게 된 것이다.

인천택시조합 관계자는 “우선은 합법적인 절차에 따라 이의신청을 하는 등 대처해 나갈 것”이라며 “그러나 모든 조합원들이 공감하는 방향으로 움직이려다보니 신중한 입장”이라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이어 “이비카드의 구형 단말기를 그대로 쓰는 조건에 동의서를 받고 계약을 유지하는 회사들의 입장도 존중한다”며 “하지만 높은 수수료와 단말기 오류에 대한 문제를 몇 년째 계속 제기했지만 장기계약을 볼모로 삼아 개선은 해주지 않고 묵묵부답으로 일관하면서 사태를 키운 이비카드의 태도에 문제가 있다”고 질타했다.

그러면서 “특히 동의서는 안쓰고 이비카드 단말기를 계속 사용하는 회사들은 계속 상황을 지켜보기만 할뿐 대책을 세우지 못하고 있다”며 “하루라도 빨리 이비카드와의 갈등을 해소하고 싶다”고 하소연했다.
이비카드 측은 단말기 개발과 보급에 들어간 비용이 막대하고, 장기적인 수익을 내다본 사업인만큼 인천택시조합의 ‘해지 통보’는 부당하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이비카드 관계자는 “조합 측의 일방적인 해지로 기존의 5400대 정도였던 계약 차량의 30%(약 1500대)가 스마트카드 단말기로 교체했다”며 “이비카드 손해가 막심한 상황에서 손놓고 기다릴 수는 없는 것 아니겠느냐”고 반박했다.

이 관계자는 이어 “인천택시는 자사의 오랜 고객이니만큼 사태를 원만히 해결하기를 바라고 있다”며 “남은 계약기간을 지켜주기를 바라며 조합측과의 협상을 계속해서 시도하고 있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