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규 없어 기존면허 사고팔기
서울 2년새 9000만원으로 ↑

서류 재발급 받아 중복계약에
판매 대금 가로채는 브로커도

“지자체·연합회 등 관리 필요”

정부가 택시 공급과잉을 이유로 신규 개인택시 면허를 내주지 않으면서 개인택시 면허를 사적으로 사고파는 시장이 형성돼 관련 범죄가 기승을 부리고 있다.

신규 면허가 나오지 않기 때문에 개인택시 영업을 하기 위해서는 기존 면허 소지자에게 면허를 넘겨받는 수밖에 없다. 이런 이유로 면허를 양수·양도하는 시장이 지방자치단체별로 형성됐는데, 한정된 물량 때문에 시장에서 거래되는 면허 시세는 ‘부르는 게 값’이다.

서울시의 경우 2년 전 6000여 만 원이던 면허 시세가 2017년 1월 현재 9000만 원에 달한다. 3년 동안 사고를 내지 않은 운전자만 개인택시 면허를 살 수 있는 자격이 된다.

개인택시 면허가 높은 가격에 거래되면서 브로커가 끼어들게 되고, 사기 사건도 빈번하게 일어나고 있다. 서울 강서경찰서는 전직 택시 기사 최모(58) 씨 등 7명에게 개인택시 면허를 팔아주겠다고 한 뒤, 판매 대금 5억여 원을 받아 가로챈 혐의(사기)로 김모(55) 씨를 지명수배 중이라고 13일 밝혔다. 경찰에 따르면 김 씨는 지난해 6월 최 씨 등에게 택시 면허를 넘겨받은 뒤, 이를 판 돈을 들고 잠적한 혐의를 받았다. 또 서울 도봉경찰서는 고령의 개인택시 기사들에게 면허와 차량을 팔아주겠다고 접근, 판매 대금 총 1억1000만 원을 챙긴 혐의(사기)로 브로커 이모(59) 씨를 지난해 6월 구속했다.

지자체에서 택시 면허의 개인 거래를 관행으로 인정하기 때문에 브로커들의 사기 범죄가 잇따르고 있어도 피해는 고스란히 택시기사의 몫이다. 관련 업계 종사자들은 택시 면허 거래를 개인에게 맡길 게 아니라, 지자체가 개입해 공정한 거래 문화를 만들어 나가야 한다고 주장한다. 김기용 서울택시랜드 대표는 “개인택시 면허 거래는 서류 직거래 형태로 이뤄진다”며 “사고파는 사람들이 서류를 재발급받아 중복 계약을 하는 일도 있고, 중간에서 브로커들이 돈을 가로채는 경우도 있다”고 말했다. 김 대표는 “중고 매매상에 임시로 택시를 갖다 놓고 운행을 못하게 한 뒤, 계약이 성사되면 서류를 넘기게 하는 등의 대책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김정주 서울개인택시운송사업조합 과장은 “공신력 있는 각 지자체에서 매매에 관여하는 것이 좋다”며 “면허를 살 사람과 팔 사람을 지자체에서 모집한 뒤 수요와 공급에 따라 시세를 결정하는 것이 합리적이고 신뢰가 가는 방법”이라고 주장했다.

서울시 관계자는 “거래의 안전성과 공정성을 위해 지자체가 중간에서 개입하는 게 필요할 수 있다”면서도 “모든 매매를 지자체가 관리할 수는 없기 때문에 전국 시도별 개인택시 연합회 등에 일정 업무를 위임하는 등의 대안이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박효목·윤명진 기자 soarup624@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