택시노동자의 희망-전국민주택시노동조합

택시뉴스

ㆍ작성자	민주택시
ㆍ작성일	2011/03/16

ㆍ조회: 2439

서울시 승차거부 집중 단속

강남역·종로 등 20곳 심야 승차거부 집중단속
단속요원 145명… 역부족, "심야택시 수 확대 등 근본적 대책 필요"

8일 오전 1시 서울 지하철 강남역 부근에는 쌀쌀한 밤 공기를 맞으며 택시를 잡으려는 취객들이 몰려들었다. 비틀거리는 사람들 앞으로 몇 대의 택시가 어슬렁거리듯 다가왔다. 승객들은 차 문 앞에 매달리듯 서서 행선지를 외쳤다.

이때 승객과 택시가 엉키는 대로변으로 경광봉을 들고 다가서는 사람들이 있었다. 심야에 승객을 태우지 않는 승차거부 택시들을 잡아내기 위한 단속요원들로, 이들이 나타나자 승객을 지나치는 택시는 없었다. 이날은 서울시가 택시 승차거부 단속을 강화한 첫날로, 심야 승객이 많은 강남 교보타워 사거리에 20명의 단속원을 배치했다. 서울시는 승차거부 택시를 단속하는 요원을 100명에서 145명으로 늘리고 강남역·종로·을지로를 비롯해 홍대·건대 등 서울 20곳에서 집중 단속을 벌였다.

▲ 8일 승차거부 택시를 단속하는 요원들이 강남역에서 택시들을 지켜보고 있다. 서울시는 이날 처음으로 승차거부 단속요원을 145명으로 늘려 시내 20곳에서 집중적으로 단속에 나섰다. /전기병 기자 gibong@chosun.com

같은 시각 종로 2가~지하철 종각역에선 10명의 단속원이 '빈차' 등(燈)을 켜고 승객을 기다리는 택시 주위를 돌아다녔다. 홍대입구역 일대에도 2명의 단속원이 차도 위에서 위태롭게 서 있는 승객들을 인도로 유도하며 택시를 잡아 세웠다.

서울시에 따르면 택시의 승차거부 신고 접수는 2008년 1만3424건에서 2010년 1만5165건으로 크게 늘어났다. 2010년 기준으로 밤 12시에서 2시 사이에 5445건, 밤 10시에서 12시까지 2824건, 오전 2시에서 4시까지 2242건 등 심야의 승차거부가 신고 건수 중 69.4%를 차지했다. 서울시는 올해만 승차를 거부한 택시 272대를 적발했다. "늦은 밤에는 도무지 택시를 잡을 수 없다"는 민원이 끊이지 않자 서울시가 대책을 내놓은 것이다.

이날 단속에 나선 요원들은 대부분 55세 이상으로, 직장에서 은퇴한 사람들이다. 강남에 배치된 조승천(59)씨는 작년 12월 31일까지 서울 성동구치소에서 수감자를 돌보던 교도관이었다. 기성복 봉제공장의 간부에서 2007년 퇴직한 유재윤(61)씨는 생활이 여의치 않아 여러 취업자리를 알아보다 이번부터 승차거부 단속요원이 됐다. 금천경찰서 문성지구대의 경위로 있다가 2007년에 물러난 이대섭(61)씨는 빌딩 경비원을 하다 작년 3월부터 단속요원으로 활동하고 있다. 1년째 단속요원으로 일하는 이형근(64)씨는 "술 취한 젊은이들이 '택시 잡아내라'며 시비를 걸거나, 승차거부로 적발한 택시기사가 갑자기 내려 멱살을 잡은 적이 한두 번이 아니다"며 어려움을 털어놓았다.

서울시가 승차거부 단속을 강화한 첫날, 승차거부는 한 건도 적발되지 않았다. 그러나 서울시에서 운행 중인 택시가 총 7만2355대(법인 2만2851대, 개인 4만9504대)에 달하는 현실에서 단속요원 145명으로 승차거부를 근절하기란 쉽지 않은 과제다. 승차거부를 한 택시 번호판을 적고 승객에게 일일이 찾아가 사인과 연락처를 받기엔 인력이 부족하다. 1차 적발 시 과태료가 20만원이고 1년 내 4번 걸리면 자격정지를 당해 택시 기사들의 저항도 만만치 않다. "승객이 술에 취해 타지도 않을 택시를 잡았다" "경기도로 가자고 해서 거부했다"는 식으로 얘기하면 그만이라는 것이다.

단속요원이 큰 길가에 쭉 서 있는 것은 실효가 없다는 지적이다. 실제로 강남역 부근에서도 골목으로 들어가자 창문을 내리고 승객의 행선지를 따지는 택시기사들이 눈에 띄었다. 택시기사 정모(46)씨는 "한 시간 넘게 차례를 기다려 승객을 태웠는데 기본요금 거리를 가면 맥이 빠진다"며 "2~3만원짜리 승객 몇 명만 태우면 사납금 10만원 정도를 뽑는데, 승객을 골라 태울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택시기사 정한규(51)씨는 단속 실태를 두고 "서울시의 완벽한 전시행정"이라며 "심야 택시 수를 더 늘리든지, 기사 의식교육을 하는 등 근본적인 대책을 펴야 승차거부를 막을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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