운전기사 등친 택시·LPG충전소 업주들 덜미

【광주=뉴시스】안현주 기자 = 택시기사들에게 지급해야 할 유가보조금을 가로챈 운수업자들과 이들과 짜고 유류비 수억원을 나눠먹은 LPG충전소 업주들, 이를 묵인해준 담당공무원이 경찰에 덜미가 잡혔다.

광주 서부경찰서 16일 택시기사들의 유가보조금을 가로챈 운수회사 대표 A씨(37) 등 운수업자 2명과 LPG충전요금을 높게 청구해 차익을 운수업자와 나눠먹은 LPG충전소 대표 B씨(55) 등 업주 2명을 각각 업무상횡령 및 배임수재 혐의와 배임증재 혐의로 불구속 입건했다.

또 정부에서 지원하는 유가보조금 수백억에 대한 관리감독을 소홀히 하고, 운수업자들의 불법행위를 알고도 묵인한 광주시청 담당공무원 C씨(49)도 직무유기 혐의를 적용해 불구속 입건했다.

경찰에 따르면 'ㄷ 운수' 대표 A씨와 또다른 'ㅅ 운수' 대표 D씨(39)는 지난 2007년 1월부터 지난 9월까지 광주시로부터 유가보조금 각각 7000만원과 8000만원을 법인통장으로 지급받은 뒤 택시기사들에게 지급하지 않고, 자신들의 통장으로 다시 이체해 수익증권에 투자하는 등 개인적인 용도로 사용한 혐의를 받고 있다.

광주 'ㅊ 충전소'와 'ㄷ 충전소' 업주 B씨와 E씨(53)는 같은 기간 이들 운수업체 소속 택시기사들에게 적정 충전요금보다 ℓ당 100원 가량을 비싸게 청구해 차익의 40% 가량인 1억2000여만원을 착복하고, 나머지 60%(3억여원 상당)를 운수업체 대표들에게 상납한 혐의다.

광주시청에서 지난해 7월부터 1년간 관내 76개 운수회사의 유가보조금 지급을 담당해 온 공무원 C씨는 국토해양부로부터 지원받은 100여억원 상당의 보조금을 관리하면서도 단 1차례도 방문 점검을 하지 않는 등 관리업무를 소홀히 한 혐의를 받고 있다.

경찰 조사결과 운수업자 A씨와 D씨는 정부의 고유가 극복대책의 일환으로 택시기사들에게 지급된 유가보조금(2008년 4월까지 ℓ당 182원 이후 220원)을 가로채는 것도 모자라 기사들의 주머니에서 나오는 유류비를 착복하기 위해 지정된 LPG충전소만을 이용하도록 강요한 것으로 드러났다.

또 LPG충전소 업주들은 운수업자들과 짜고 기사들에게 ℓ당 100원 가량의 LPG충전요금을 바가지 씌운 뒤 ℓ당 55~58원씩을 적립해 매달 140만~400만원 가량을 운수업자에게 상납해 온 것으로 밝혀졌다.

이들 충전소들은 평소 운수회사 택시를 주고객으로 상대하면서 일반 LPG차량 운전자에게도 기사들과 똑같이 바가지 씌워 ℓ당 820원 이상의 비싼 요금을 받아 온 것으로 조사됐다.

광주경찰은 이번에 적발된 운수회사를 제외한 74개 회사에 대해서도 유가보조금 유용과 유류비 담합 여부를 추가적으로 조사할 방침이다.

<업체-충전소 결탁에 피멍 든 광주택시기사들>

바가지 기름 팔고 차액은 업체-충전소 배분

(광주=연합뉴스) 장덕종 기자 = 광주의 한 택시업체 운전기사인 김모(40)씨는 업체 지정 LPG충전소의 기름이 턱없이 비싼 이유를 최근에 알게 됐다.

   자신이 일하는 택시업체 사장과 이 충전소 업주가 결탁해 택시기사에게 지급돼야 할 유가보조금을 사실상 가로채 왔기 때문이다.

   16일 광주서부경찰서에 입건된 택시업체 대표 심모(37)씨와 충전소 대표 김모(55)씨 등 4명이 쓴 방법은 택시기사들이 상대적으로 약자인 점을 십분 이용했다.

   입건된 두 택시업체에 소속된 운전기사는 220여명. 이들은 지난 3년간 회사의 강요로 광주 서구와 북구의 지정된 LPG충전소만을 이용했다.

   이 충전소는 다른 충전소보다 15% 가량인 리터당 100원 남짓 비쌌지만 '지정 충전소를 이용해야만 유가보조금을 주겠다' 회사의 방침 때문에 먼 길을 돌아서까지 이 충전소를 이용해야만 했다.

   이들 대부분은 택시회사와 근로계약 없이 운행하는 이른바 '도급택시' 기사들로 사장과 충전소가 결탁해 이 같은 불법이 이뤄지고 있지만 불안한 신분과 경제적 이유 등으로 항의조차 제대로 못했다.

   더욱이 이 같은 불법은 업계에서는 이미 관행으로 굳어져 한번 '찍히면' 다른 회사 취업은 엄두도 낼 수 없는 점도 문제제기를 더욱 어렵게 했다.

   택시 업체 대표는 기사들의 불안한 신분을 악용해 매달 자신의 통장에 입금되는 유가보조금을 내돈처럼 사용하고 충전소 업자와의 '돈독한' 관계를 통해 매달 수백만원의 뒷돈을 챙겼다.

   운전자에게는 기름값을 비싸게 받은 대신 그 차액을 택시업체와 충전소가 6대4의 비율로 서로 나눠 챙겼다.

   이들 택시업체 대표에게 흘러간 돈만 2007년부터 지난 9월까지 4억5천여만원에 달한 것으로 경찰조사 결과 드러났다.

   충전소 업주는 기름값이 다른 충전소보다 비싸 경쟁력이 떨어졌지만 '울며 겨자먹기식'으로 찾을 수 밖에 없는 택시기사들이 있어 짭짭할 이득을 남길 수 있었다.

   이 같은 불법이 수년간 지속할 수 있었던 점은 이를 관리.감독해야 할 행정기관과 관련 공무원이 눈을 질끈 감았던 점이 크게 작용했다.

   경찰 관계자는 "광주 지역에만 76개의 법인택시 업체가 있는데 이 같은 사실이 마치 관행처럼 만연한 것으로 파악됐다"며 "운송업체, 행정기관 등으로 수사를 확대해 이 같은 관행을 뿌리뽑겠다"고 강조했다.

   국토해양부는 고유가 극복 대책으로 택시기사를 상대로 LPG 연료에 대해 리터당 182-220원을 보조하고 있으며, 광주지역 법인택시에는 매년 100억원의 보조금이 지원되고 있다. cbebop@yna.co.kr

등골 휘어도 말못하는 법인택시 기사들

【광주=뉴시스】안현주 기자 = 열악한 근로조건 속에서도 '벙어리'로 살아야 하는 법인택시 운전기사들의 삶은 고달팠다.

기사들은 마땅히 수령해야 할 유가보조금을 받지 못해도 단, 한마디 불평도 없었고, 업주의 강요에 따라 ℓ당 100원이나 비싼 LPG충전소를 이용하면서 싫은 내색조차 하지 못했다.

반나절을 열심히 발품팔아 사납금을 꼬박꼬박 채워도 한달에 90만~110여만원밖에 손에 쥘 수 없지만, 더이상 갈 곳도 오란 곳도 없으니 입을 닫고 살 수밖에 없는 것이다.

16일 오전 광주 서구 모 LPG충전소 앞.

특정 회사의 법인택시들이 돌아가면서 주유구의 입을 벌리고 충전 순서를 기다리고 있었다.

주유기 옆에 세워진 요금안내표에는 일반적인 충전소 LPG요금보다 ℓ당 50~100원 가량이 높은 864원이라는 숫자가 붙어있었다.

이 충전소 업주는 운수업자와 짜고 택시기사들에게 충전요금을 높게 청구해 차익을 나눠먹은 혐의로 경찰에 불구속 입건됐다.

3년 동안 기사들 주머니에서 빼낸 금액만 2억여원. 이렇게 얻은 부당이득의 60%를 운수회사 업주에게 상납했다.

"여기 가스가 비싼 줄 알면서도 울며 겨자먹기식으로 넣는다. 기사들 어렵게 먹고 사는데 그걸 떼어먹는 도둑놈 심보 사장들이 많다. 가스 충전소 사장도 마찬가지다."

막 충전을 마친 A 운수회사 소속 B씨(51)가 말을 끝내자 옆에 있던 C 운수회사 기사 D씨(42)도 한몫 거들었다.

"먼 곳으로 운행을 나갔다가도 지정된 가스충전소로 다시 돌아와서 충전을 해야 한다. 유류비가 늘어나지만 그렇게 하지 않으면 10원도 아쉬운 살림이 더 쪼들리게 된다."

충전소 업주와 결탁한 운수회사 소속 기사들도 눈에 띄었다.

40대로 보이는 한 기사는 충전소 직원들의 눈치를 보며 "누구는 싼 데 몰라서 안가나, 쌓인 게 많지만 자세히는 말 못한다. 여기서 충전을 안하면 유가보조금을 받지 못한다"고 귀띔한 뒤 서둘러 충전소를 빠져나갔다.

또 다른 기사 E씨(51)는 "아쉬울 것이 없는 회사는 이런 불만을 조금만 얘기해도 '딴 데가서 일해라'고 배짱을 부린다"며 "열악한 근무환경 탓에 이직을 하는 기사들의 유가보조금까지 회사가 다 가지고 간다"고 말했다.

운수업자들이 LPG충전소와 결탁해 유류비를 착복하는 것도 모자라, 정부가 고유가 극복대책의 일환으로 택시기사들에게 지급한 유가보조금(ℓ당 220원)으로 장난치고 있다는 말이다.

기사들은 "차량를 구입하고 유류비를 본인이 부담해야 하는 '지입택시'나 일정한 돈을 내면서 유류비도 기사가 내야하는 불법 '도급택시' 기사들 대부분이 유가보조금을 받지 못하고 있다"고 입을 모았다.

이날 경찰이 발표한 운수회사 2곳과 똑같은 수법이었다.

문제는 이를 관리감독하는 행정기관도 손을 놓고 있다는 것.

광주시청에서 지난해 7월부터 1년간 관내 76개 운수회사의 유가보조금 지급을 담당한 공무원은 국토해양부로부터 지원받은 100여억원 상당의 보조금을 관리하면서도 단, 1차례도 방문 점검을 하지 않은 것으로 드러났다.

공무원 몇 명이서 3500여대에 이르는 광주시 모든 택시의 주유 기록을 확인하는 것은 물리적으로 불가능하다는 것이 행정기관의 항변이다.

그러나 기사들은 유가보조금 횡령 의혹과 특정 충전소 이용을 강요하는 운수회사를 단속해 달라고 요구해도 광주시가 이를 묵살했다고 주장했다.

F 운수회사 기사 G씨(46)는 "택시기사가 강도행각을 벌였다는 뉴스만 보면 가슴이 철렁 내려앉는 느낌이다"며 "부도덕한 업주들이 기사들의 등골까지 뽑아가도 행정기관은 나몰라라 하니 강도짓 마저도 이해할 수 있는 심정이다"고 하소연했다.

유가보조금 '꿀꺽' 택시회사·LPG충전소 업주 등 5명 적발    

택시운송사업자가 LPG 충전소 업주와 짜고 국가보조금을 챙겼다가 적발됐다.

광주 서부경찰서(서장 백혜웅)는 광주지역 택시운송사업자 A(37)씨 등 2명과 LPG충전소 업주 B(55)씨 등 2명을 포함한 4명을 업무상 횡령 등의 혐의로 불구속 입건했다.

경찰은 또 이들의 불법 행위를 묵인한 광주시 담당 공무원 K(49)씨도 입건했다.

A씨 등 택시운송사업자 2명은 지난 2007년 1월부터 올해 9월까지 광주시로부터 7천만원과 8천만원의 유가보조금 각각 법인통장으로 지급받은 뒤 택시기사들에게 지급하지 않고 횡령해 개인적인 용도로 사용한 혐의를 받고 있다.

경찰조사결과 A씨 등은 소속 택시운전사들에게 일반 충전소보다 가격이 리터당 1백원 정도 비싼 B씨 등 2명의 LPG충전소에서 충전하도록 강요한 것으로 드러났다.

B씨 등 LPG충전소 업주 2명은 비싼 가격에 LPG를 택시기사들에게 판매해 5억원 상당의 이득을 챙긴 뒤 그 대가로 이득의 60%인 3억원 상당을 택시운송사업자 2명에게 건넨 혐의를 받고 있다.

공무원 K씨는 이들 택시운전사업장 2곳에 해마다 유가보조금을 지급하면서 이같은 불법 행위를 알고도 묵인한 혐의를 받고 있다.

경찰은 이같은 유가보조금 횡령 행위가 나머지 택시회사에서도 일반화된 것으로 보고 수사를 확대하고 있다.

한편 정부는 지난 2001년 7월부터 고유가 극복 종합대책의 하나로 택시운전자들의 경제적 부담을 덜어주기 위해 LPG연로에 대한 유가의 일부(리터당 182원~220원)를 보조해 오고 있으며 광주지역 택시회사의 경우 해마다 100억원 정도를 지원받고 있다. yycub@hanmail.net

택시기사 등친 택시사업자,충전소업자 등 5명 적발

관련 공무원 불법사실 눈감아..광주서부서 70여개 업체 수사확대

(광주=연합뉴스) 장덕종 기자 = 택시운송사업자와 LPG 충전소 업주들이 결탁, 택시기사에게 지급되는 유가보조금 일부를 가로채오다 경찰에 적발됐다.

   광주 서부경찰서는 16일 유가보조금을 수차례 가로챈 혐의(업무상횡령 등)로 택시운송사업자 심모(37)씨 등 2명을 불구속 입건했다.

   또 자신의 충전소를 이용하게 하려고 심씨 등에게 돈을 건넨 혐의(배임증재)로 김모(55)씨 등 업주 2명과 관리.감독을 하지 않은 혐의(직무유기)로 담당 공무원 김모(49.7급)씨를 불구속 입건했다.

   경찰에 따르면 심씨 등 2명은 2007년 1월부터 지난 9월까지 각각 총 5억원, 8억5천만원의 유가보조금을 자신의 통장으로 이체받아 일부인 1억5천여만원을 빼돌려 개인용도로 사용한 혐의를 받고 있다.

   광주 서구, 북구에서 각각 충전소를 운영 중인 김씨 등은 같은 기간 동안 일반 충전소보다 리터당 100원 가량 비싼 '바가지 요금'을 받은 뒤 그 차액의 60% 가량인 140만-400만원을 심씨 등에게 건넨 혐의다.

   심씨는 이 돈을 받고 회사 소속 기사들에게 '바가지 요금' 충전소를 이용하도록 한 혐의다.

   또 담당 공무원 김씨는 2007년 2월부터 지난 8월까지 유가보조금 지급 업무를 담당하면서 불법사실을 알고도 묵인해온 것으로 조사됐다.

   경찰은 광주지역 나머지 74개 사업자를 상대로 수사를 확대하고 행정기관이 불법을 알고도 묵인한 경위 등에 대해서도 수사를 벌일 예정이다.

   국토해양부는 고유가 극복 대책으로 택시기사를 상대로 LPG 연료에 대해 리터당 182-220원을 보조하고 있으며, 광주 지역 76개의 법인택시회사에는 매년 100억원의 보조금이 지원되고 있다.

   cbebop@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