택시노동자의 희망-전국민주택시노동조합

택시뉴스

ㆍ작성자	민주택시
ㆍ작성일	2011/05/12

ㆍ조회: 4954

볼펜굴려 만든 택시정책, 기사 탓만 하는 서울시
[기자수첩] 택시정책 불만에 기사 탓만 하는 서울시

경기도 시흥에 사는 회사원 김모(43)씨는 매일 광화문에 있는 회사로 출퇴근한다. 일주일에 한두 번 부서 회식이 밤늦게까지 이어지면 버스가 끊겨 택시를 잡아야 한다. 택시를 향해 "시흥!" 하고 외치면, 대부분의 택시는 달아난다. 김씨는 "올 초에는 밤 2시에 한 시간 넘게 택시를 못 잡아 온몸이 얼었다"며 "서울에 집을 장만할 수 없어 경기도에 사는 사람으로서 택시 잡기가 '하늘의 별 따기'여서 분통 터진다"고 말했다.

'서울 택시 경쟁력 강화'를 위한 시계(市界) 할증제가 폐지된 지 벌써 2년째, 서울로 출퇴근하는 경기도민이 심야에 벌이는 택시 전쟁이 본격화되고 있다. 전에는 서울 택시가 경기도로 넘어가면서 시계 할증을 받을 수 있었는데 폐지되면서 아예 승차 거부를 하는 것이다.

서울시는 2008년 하반기 택시요금 인상안을 마련하면서 '시계할증을 없애달라'는 개인택시조합과 택시회사의 요구를 받아들였다. 2009년 6월 시계할증제 폐지가 포함된 요금 인상안을 확정했다. 이 과정에서 서울시는 연구용역과 시의회 의견 청취, 물가대책심의위원회의 과정을 거쳤다. 그러나 서울로 출퇴근하는 경기도민이 200만명이 넘는데도 경기도와는 협의 과정을 거치지 않았다.

서울시에서는 "우리는 정해진 절차를 다 거쳤다"며 "문제는 정책 잘못이 아니라 돈을 더 벌기 위해 승차거부를 하는 택시기사들이 대는 핑계에 있다"고 설명했다. 정해진 절차를 거쳤기 때문에 문제가 없다는 말이었다.

정책 입안할 때 경기도에서 서울로 출퇴근하는 사람을 고려하지 않았다면 사후에 보완책이라도 내놓아야 했다. 어젯밤에도 경기도로 가는 택시를 잡지 못해 발을 구르는 사람들의 한숨 소리가 높았다. '정해진 절차'가 아니라 보다 많은 사람의 삶을 편하게 하는 것이 정책 입안자가 취할 기본자세가 아닐까.

현재 서울시는 택시 서비스 전반을 개선하기 위해 전담팀을 운영하고 있다. 이번에 나올 택시 정책은 어떤 것이 있을까. 고민 없이 정해진 절차만 챙기고 문제가 생기면 남 탓만 한다면 또 다른 '택시 전쟁'은 끊이지 않을 것이다.

볼펜 굴려 만든 정책에… 경기 직장인들 '택시 전쟁'

서울택시 경쟁력 강화 명분에 시외요금할증제 없앤 이후 경기도행 꺼려
경기도 직장인들 "금요일밤·비오는 날엔 콜택시 부르나 마나"

지난 8일 자정 무렵 서울 광화문의 한 빌딩 앞 대로변에서 경기도 일산의 집으로 가는 택시를 잡으려는 회사원 장모(26)씨가 차도 위를 이리저리 뛰어다니고 있었다. 일요일 밤이라 택시 손님이 거의 없었고 빈 택시들이 흔했다. 빈 택시가 다가오자 장씨는 "일산!"이라고 외쳤다. 택시는 멈추지 않았다. 20여분 동안 똑같은 일이 네 번이나 되풀이됐다. 그는 "빈 택시가 널렸는데 일산 간다는 택시가 한 대도 없어. 열 받아서 살겠나"며 버럭 소리를 질렀다.

이런 광경은 서울시내 곳곳에서 매일 밤 벌어지고 있다. 성남과 고양, 의정부 등 경기도에 살면서 서울로 출퇴근하는 직장인들이 겪는 '경기도행(行) 택시 잡기 전쟁'이다.

▲ 지하철과 버스가 끊긴 심야에 서울 지하철 1호선 종각역 근처에서 한 시민이 도로로 나와 택시 운전기사에게 행선지를 말하고 있다. /정인학 기자

금요일이나 토요일 밤에는 택시를 잡는 데 1시간 넘게 걸리는 일도 흔하다. 경기도에서 서울로 출퇴근하는 직장인과 자영업자는 200만명으로 추산된다. 야근과 회식으로 밤늦게 경기도로 퇴근하는 직장인들은 택시들의 승차 거부로 골탕을 먹고 있다. 이런 일이 벌어지게 된 것은 서울시가 2009년 6월 서울 택시의 기본요금을 1900원에서 2400원으로 500원 올리면서 경기도 성남·부천·일산 등 11개 도시로 갈 때 적용하던 시외요금할증제도(요금의 20%)를 폐지했기 때문이다.

당시 주무부서인 서울시 택시물류과는 "서울 택시에만 할증이 붙어 경기도 택시에 비해 불리하기 때문에 시외할증 요금을 폐지해야 한다"는 일부 택시업계의 민원을 수용했다. 서울시의 한 관계자는 "'서울택시의 경쟁력 강화'가 명분이었을 뿐 이해 당사자인 경기도 측과 협의는 전혀 없었다"고 전했다.

택시 승객들은 "전형적인 탁상 행정"이라고 분통을 터뜨린다. 할증요금이 없어지면서 서울택시들이 경기도행을 기피해 택시 잡기가 '하늘의 별 따기'가 됐다. 요금을 낮춘다고 할증요금을 없앴지만 오히려 '웃돈'이 생겼다.

택시기사 최모(62)씨는 "영업용 택시가 사납금(하루 12만~14만원) 맞추려면 얼마나 바쁜지 아느냐. 밤 시간에 미터기 요금만 받고 경기도에 갔다가 빈 차로 돌아오면 누가 책임져주느냐"고 말했다. 경기도행 승차 거부가 확산되면서 서울시내를 오가는 택시들의 승차 거부도 부쩍 늘었다. 요즘은 승차 거부로 택시기사와 승객이 멱살잡이를 벌이는 일도 자주 목격된다.

콜택시도 경기도행을 기피하고 있다. 콜택시회사에 전화를 걸면 녹음된 음성이 '출발지나 목적지가 서울이 아니면 몇 번을 눌러주세요'나 '서울 시계(市界) 외 운행은 몇 번을 눌러주세요'라며 경기도 지역 여부부터 확인한다.

경기도 부천에서 서울 강남구 대치동의 회사로 출퇴근하는 이모(32)씨는 "특히 금요일 밤이나 비 오는 날 콜택시는 부르나 마나"라고 말했다. 서울시는 "수시로 승차 거부 단속을 하고 있다"고 하지만 현행법상 서울에 차고지를 둔 택시가 경기도행 승객을 태우지 않는 것은 '승차 거부'에 해당되지 않기 때문에 단속 자체가 불가능하다. 분당에 사는 황모(42)씨는 "시외 할증요금을 내고서라도 편하게 택시를 이용했으면 하는 사람들이 대부분"이라면서 "서울시청과 경기도청의 담당 공무원들이 머리를 맞대고 하루속히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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