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납금 쫓겨 운전 - 택시노동자 건강 빨간 불
사납금 쫓겨 운전 - 택시노동자 건강 빨간 불
사납금 큰 폭 인상에 장시간 운전 어쩔 수 없어
지난해 서울 등 대도시 택시노동자에 대한 최저임금제가 시행된 이후 지난 7월 각도의 시급인 중소도시의 최저임금제가 시작됐다.
고용노동부(이하 고용부)에 따르면 택시노동자 최저임금제 도입은 기본급의 향상과 퇴직금 보장 및 각종 복지혜택을 주기 위함이다.
하지만 실제 현장에서는 고용부의 이 같은 의도와 다르게 택시노동자들의 노동환경이 더욱 악화되고 있다는 지적이다.
◇ 임금보다 사납금 인상폭 더 커
법정 노동시간인 주 40시간에 미치지 못할 경우 최저임금을 유지하면 되기 때문에 택시회사들이 소정 근로시간을 축소하고 있다는 목소리가 제기됐다.
한국노총 관계자는 “주 40시간 통상임금을 산정함에 있어 209시간을 기준으로 계산해야 하지만 대부분 택시회사들이 130~150시간을 기준으로 나눠 최저임금 4110원에 맞춘다“고 지적했다.
민주택시본부 기우석 기획국장도 “경남지역의 경우 종전에는 소정근로시간이 6~7시간이었지만 현재는 5시간 정도”라고 말했다.
하지만 택시노동자들은 실제로 일하는 시간은 이보다 훨씬 긴 12시간이라고 말한다.
지난해 8월 가톨릭대 성모병원 김형렬 교수와 공공운수연맹이 발표한 '버스·택시 운전노동자 정신건강 실태 조사(이하 운전노동자 정신건강 조사)'에 따르면 응답한 택시기사 387명 중 35.9%가 하루 운전시간이 12시간이 넘었으며 8시간 미만은 2.6%에 불과했다.
상당수의 택시노동자들이 12시간가까이 일을 하고 있지만 택시회사들이 기본급을 최저임금에 맞추기 위해 실제 노동시간을 줄이고 있는 상황이다.
또 다른 문제는 최저임금을 보장해 기본급을 높이겠다던 당초 취지와는 다르게 택시노동자들에게 변한 것은 사납금의 압박이 커졌다는 것이다. 대부분의 택시회사가 임금을 올리면서 사납금도 덩달아 올렸기 때문이다.
전국택시노동조합연맹 경기 수원시지부와 수원시택시운송사업협의회가 타결한 ‘2010년 임금협정서’에 따르면 한 달 임금 57만9000원에서 90만2000원으로 올랐다.
하지만 사납금이 7만2000원에서 9만3000천으로 올랐기 때문에 한달간 일하는 25일 기준으로 보면 사납금만 52만5000원이 오르게 된 셈이다. 임금 인상분 32만3000원보다 인상폭이 훨씬 커 실질적으로 임금이 떨어진 것이나 마찬가지다.
이 같은 상황에서 창원시의 대아교통 택시노동자 68명이 집단해고 되는 등 택시노동자들과 회사의 갈등의 골은 더욱 깊어만 지고 있다.
하지만 고용부는 최저임금을 둘러싼 택시업계 임단협이 계속된 파열음을 내고 있음에도 뚜렷한 대책이 없다는 입장이다.
고용부 관계자는 “개별사례로 임단협이 분쟁소지가 있고 사회통념을 벗어난 것은 고용부가 직접 조사를 할 수 있다”면서도 “택시회사의 재정은 한정돼 있지만 고정임금이 오르니 사납금 인상이 불가피한 측면이 있다”고 말했다.
◇ 어쩔 수 없는 장시간 운행…건강 해치는 주범
최근 일련의 택시업계 임단협 결과를 보면 택시노동자들의 노동환경은 전혀 개선의 여지가 보이지 않는다. 사납금의 압박은 더욱 커졌고 이를 채우기 위해 12시간 동안 고된 운전이 계속될 수밖에 없다.
이 같은 장시간 운전은 결국 택시노동자들이 운행 중 위험 상황에 빠질 위험도를 높이고 건강까지 위협하는 상황까지 만들게 된다.
실제 장시간 운전으로 인해 뇌심혈관계질환에 걸린 위험이 높고 잦은 접촉사고로 많은 택시노동자들이 외상후스트레스에 노출된 것으로 드러났다.
가톨릭대 성모병원 김형렬 교수 등이 조사한 ‘운전노동자 정신건강 조사’에 따르면 타인이 다치는 사고를 경험한 택시노동자 194명의 외상후스트레스 점수를 계산한 결과 전체 평균은 24.2점 이었고 광주가 45점, 의정부 36.4점, 목포 35점의 순으로 높았다.
외상후스트레스장애 의심 기준이 25점인 것을 고려할 때 전체적으로 점수가 매우 높은 것이며 외상후스트레스 장애가 의심되는 경우는 34%인 66명에 달했다.
또 노동환경건강연구소 ‘택시 노동자 건강조사 사업 보고서’에 따르면 뇌졸중, 뇌출혈, 심장마비, 심근경색 등으로 대표되는 뇌심혈관계질환 발병률은 택시노동자의 경우 전체노동자 평균보다 3.45배 높았다.
사납금을 채우기 위해 무리한 운전을 하게 되고 이는 결국 택시노동자의 건강을 해치는 결과로 나타난다는 것을 뜻한다.
노동환경건강연구소 산업의학전문의 류현철 과장은 “택시노동자의 경우 장시간 운전스트레스를 비롯해 많은 사람들을 접촉 및 접촉사고에 대한 스트레스, 야간 운전 등으로 인해 내심혈관계 질환이 높다”고 설명했다.
이어 “사납금에 대한 압박이나 임금 문제 등이 직무 불만족으로 나타나 스트레스를 만드는 요인이 될 수 있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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