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인일보=부천/이재규기자]지난해 11월 부천의 택시회사 S교통 소속 기사인 S(당시 53세)씨가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3개월 뒤인 올해 2월 같은 회사 기사 K(49)씨도 S씨의 뒤를 따랐다.

S씨와 K씨는 모두 운전 경력 11년 이상이지만 자살할 당시까지 개인택시 면허를 발급받지 못했다. 보통 10년 이상이면 개인택시 면허 발급 대상이지만 부천시는 지난해 9월 30일자 기준으로 42명의 개인택시 신규 면허를 발급하면서 운전경력 기준을 11년 3개월 7일로 정했다. 그런데 S씨는 4일 부족한 11년3개월3일 경력을 갖고 있었다. K씨도 대략 1개월 정도 모자랐다.

두 사람 모두 이달 30일이면 개인택시 면허 발급 '0순위'인데 극단적인 선택을 한 이유는 무엇일까?

국토해양부는 지난해 7월 2일자로 전국 자치단체에 '택시 지역별총량제 개선 지침'을 내려보냈다. 일선 자치단체에서는 이 지침을 '사실상'의 택시 감차 지침으로 받아들였다.

이 상황에서 S씨는 '올해 개인택시 면허를 받지 못하면 끝'이라는 생각에 무리수를 두면서까지 도지사 표창을 받았다. 도지사 표창을 받으면 1년의 운전 경력이 늘어난다. 그런데도 4일이 부족했고, 주변의 쑥덕거림을 견디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또 한편으로는 "당분간 개인택시 면허 신규 발급이 없다"는 택시업계의 소문이 그를 절망으로 밀어 넣었다.

K씨도 이런 절망감을 피해가지는 못했다. 올해 초부터 시청 주변에서 '국토해양부 지침에 따라 택시 감차를 전제로 한 용역이 곧 발주될 것'이라는 소문이 퍼지면서 그도 극단적인 선택을 하게 됐다. 결과적으로 시는 올 3월 용역을 발주, 지난 6월 발표 예정이었던 최종 용역 결과에 따라 447대 감차하는 것으로 정책 방향을 잡았다.

오는 30일자 기준으로 10년 이상의 택시 경력을 가진 부천지역 택시회사의 운전기사는 총 98명. 이들의 평생 꿈인 개인택시 면허는 이렇게 물건너 갔다.

시 관계자는 "기사들의 자살은 안타까운 일이지만 (감차 계획은)변함이 없다"며 "일개 기초단체가 정부 지침을 어길 수 있느냐"는 말로 더이상의 답을 피했다.

지금 부천 택시회사 업계에선 또다른 제2, 제3의 S씨와 K씨가 나올지 모른다는 걱정이 먹구름처럼 드리워져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