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C Home > 다시보기 > 뉴스데스크

◀ＡＮＣ▶

버스와 택시 운전기사들이 사고를 한번 당하고 나면 그 정신적인 후유증이 생각보다 심각한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본인은 물론 승객들의 안전에도 결국 영향을 줄 수 있다는 이야기입니다.

임경아 기자가 보도합니다.

◀ＶＣＲ▶

얼마 전 서울 상계동에서 일어난 입니다.

만취한 승용차 운전자가 갑자기 후진하면서
버스를 들이받더니 사과를 하기는커녕
놀라서 내린 버스 운전기사를 마구 때립니다.

한 달이 지나 당시 폭행을 당했던 버스기사
박성철 씨를 만나 봤습니다.

병원 치료를 마치고
보름 만에 다시 운전대를 잡았지만,
사고 지점을 지날 때마다
다짜고짜 얻어맞았던 악몽이 떠오릅니다.

◀ＳＹＮ▶ 박성철/버스 운전사
"새벽이나 밤늦게 끝날 때,
늦게 주행할 때는 많이 생각이 나죠.
자꾸 아직은 일이 더 집중이 안 되는 거죠.
사실상."

회사에 노선을 바꿔달라고 요청했지만,
아직 받아들여지지 않았습니다.

택시기사 조병국 씨는
한 달 전 세차장에서
급발진 사고를 당했습니다.

급발진한 차는
청소기와 세차장 직원들까지 들이받고도
멈추지 않았습니다.

조 씨 역시 곧바로 운전을 다시 시작했지만,
시동을 걸 때마다 가슴이 두근거립니다.

◀ＳＹＮ▶ 조병국/택시 운전사
"운전을 그만 둘까 말까,
여러가지 생각도 많았었죠.
그런데 이게 운전을 안 할 수도 없고
또 먹고살아야 하니까."

박 씨와 조 씨가 겪는 증상은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 입니다.

충격적인 사건을 겪은 뒤
그 사건이 계속 떠오르거나
지나친 긴장 상태가 유지되는 겁니다.

민주노총과 한 대학병원이
택시와 버스 운전자 930명을 조사한 결과,
사고를 경험한 운전자 가운데
10명 중 세 명 꼴로
그리고 승객과 갈등을 겪은 운전자는
절반 가까이가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
의심 증세를 보였습니다.

비율이 지하철 기관사보다 두 배 이상 높고,
가장 스트레스가 심하다는 소방관과 비슷합니다.

노사 협상에 따라
근무시간이 고무줄처럼 늘어나고,
도로 위에선 사고 위험 때문에
항상 신경을 곤두세워야 하는데다
승객들을 직접 상대해야 하는
직업 특성 때문입니다.

◀ＳＹＮ▶ 김형렬/가톨릭대 성모병원 산업의학 전문의
"사고 자체에서 받는 충격뿐만 아니라
사고 처리과정에서 받는 스트레스가
굉장히 클 수가 있습니다.
이분들의 정신건강에 영향을 줄 수 있는
작업환경 요인을 제거하는 것은
바로 승객들의 안전의 문제와
또 연결될 수 있는 문제라고 할 수 있겠습니다."

서울에서만 매일 시내버스 8천 대,
택시 7만 대가 도로를 질주합니다.

불안을 안고 달리는 운전기사들에 대한 대책은
지금까진 '마음 굳게 먹는 것'외에는
아무것도 없습니다.

MBC 뉴스 임경아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