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동악법 판도라의 상자 열리다' 한나라당 의원들이 1일 새벽 '노동조합및노동관계조정법' 개정안 처리를 위해 국회  본회의장 단상을 가로막은 후, 김형오 국회의장이 본회의 시작을 알리는 의사봉을 두드리고 있다. 이명익기자

 
'민주노동당 막고 비웃는 한나라'  본회의장 단상을 점거한 한나라당 의원들이 '노동조합및노동관계조정법' 개정안 강행처리를 비난하며 호통치는 강기갑 의원을 비웃고 있다. 이명익기자

국회가 2010년 1월1일 새벽 노동법 개악안을 날치기처리하는 폭거를 저질렀다.

김형오 국회의장은 1월1일이 되자마자 새벽 1시 경 '노동조합및노동관계조정법 일부개정안'라는 이름의 노동운동 말살 악법을 직권상정해 날치기로 통과시켰다.

김형오 의장은 새벽 1시가 조금 넘은 시각 의원 4인의 토론에 이어 차명진 외 34인이 발의한 '노동조합및노동관계조정법' 일부 개정법률안 수정안을 투표에 붙여 2시6분 재적의원 175명 중 찬성 173명,  반대 1명, 기권 1명으로 수정안이 가결됐음을 선포했다.

민주당 김상희 의원은 “날치기다, 날치기다”라며 강력한 저항 뜻을 밝혔으나, 김형오 의장은 자신에게 쏟아지는 비난에 대해 “직권상정을 안한다고 한 것은 환노위에서 합의하라는 것이었다”며 극구 변명을 늘어놨다.

법안 상정에 이어 1시간 여 진행된 토론에서 민주당 김상희 의원과 홍영표 의원, 민주노동당 권영길 의원, 이정희 의원이 항의하며 절규에 가까운 호소를 쏟아냈으나 결국 개악안 강행처리를 막지 못했다.

민주당 김상희 의원은 “국회의장이 무당이 돼서 노동자들 기본권을 죽이기 위해 국회에서 굿을 벌인다, 국민 여러분 깨어나시라, 국회는 죽었다”며 절차조차 무시한 여당의 횡포를 맹렬히 비난했다.

이어 “국회의장은 차라리 청와대 경비로 취직하라, 한나라당은 청와대 용역깡패다”라고 일갈하고 “국민 여러분 뿐만 아니라 우리 모두 오늘 이 법안이 상정될 줄 아무도 몰랐다, 이명박 대통령이 김형오와 안상수를 작살내서 오늘 이 (날치기) 자리가 마련됐다”며 청와대가 노동법 날치기 처리를 종용한 정황을 폭로했다.

김 의원은 “한나라당 의원들은 대통령 요구를 들어주기 위해 국회의원이 됐느냐”며 “대통령의 권력을 견제하는 것이 국회의원들 할 일”이라고 호소했다.

 
'이게 뭐하는 짓이야!' 의사진행 발언을 요구하며 김형오 국회의장에게 항의하던 민주노동당 의원들이 한나라당 의원들에 의해 저지당하자 권영길 의원이 한나라당 의원들을 향해 항의하고 있다. 이명익기자

 
'거대 야당에 둘러싸인 거센 분노' 김형오 국회의장이 '노동조합및노동관계조정법' 개정안을 강행처리하려 하자 민주당 김상희 의원이 분노하며 강력히 항의하고 있다. 이명익기자

민주노동당 권영길 의원은 지난 시기 민주노조를 지키기 위해 산화해간 수많은 노동열사들의 눈물과 땀, 피의 희생을 되새기며 “권력과 자본이, 노동자를 위한다며 만든 어용노조가 그들을 죽였고 이제 노동자를 죽였던 그 어용노조를 여러분이 다시 만들려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민주당 홍영표 의원은 “4대강 예산안보다 노조법이 더 중요하다고 생각해 온 몸을 던져 싸우려고 했다”고 말하고 “직권상정 안한다고 했던 국회의장이 민주주의를 유린하고 날치기를 밥먹듯 한다”고 항의했다.

홍 의원은 “한나라당의 집단광기를 보는 듯 하다”면서 “대한민국 국회 김형오 국회의장이 스스로 국회법도 안 지키며 사기꾼이 됐고, 여러분을 (오늘 이 날치기 현장을) 역사가 기억할 것”이라고 강력히 비난했다.

민주노동당 이정희 의원은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교섭권조차 원천적으로 빼앗는 노동악법이 날치기되는 현장을 낮은 목소리로 그러나 분노에 차서 질타했다. 이 의원은 “하루 임금 3만원을 받는 최저임금 청소용역 노동자들이 그동안 법원에서도 응락한 단체교섭을 하지 못했는데 이 법 시행으로 앞으로는 더더욱 못하게 됐다”고 역설했다.

이정희 의원은 “사용자들은 버티면 복수노조 산별노조 분회가 요구할 경우 법원이 판결해도 교섭에 응하지 않아도 됨을 알고 있다”고 지적하고 “여러분이 그분들의 사정을 조금이라도 안다면 교섭할 권리를 빼앗아선 안 된다”면서 “큰 노조가 있다는 이유로 권리를 박탈 당하는 힘없는 작은 노조를 위하는 것이 우리 할 일 아니냐?”고 호소했다.

민주당과 민주노동당 의원들은 개정안 반대토론을 마친 후 표결에 앞서 모두 퇴장했다. 민주당 김재윤 의원은 퇴장하기 전 "이 법 원천무효"라며 강력히 비난했지만 국회의장과 거대 여당의 밀어붙이기 수순에 속수무책이었다.

민주당과 민주노동당 의원들이 노동법 개악을 막아보려 누차 절규했으나 결국 이명박 집권여당이 날치기를 강행해 악법을 통과시켰다.

2010년 1월1일 새벽을 기해 기습적으로 통과된 노동법 개정안은 지난해 12월30일 환노위 추미애 위원장과 임태희 노동부장관, 한나라당 차명진 법안심사소위원장 등 3자가 야합해 만든 소위 '추미애 중재안', '추-한 날치기야합안'이다. 

이 법은 복수노조 허용은 1년6개월을 다시 유예해 노조 설립 자유를 막고, 산별노조를 교섭단위로 인정하지 않는 등 악조항을 담고 있다. 또 노동조합 전임자임금 지급금지는 6개월을 유예해 올해 7월1일부터 시행된다. 

2010년 새해가 채 밝기도 전에 노조를 파괴하고 노동운동을 원천 말살하기 위한 노동악법이 국회 본회의에서 날치기처리됐다. 민주노조를 기어이 깨버리고 노동을 철저히 억압해 자본의 노예로 만들려는 권력의 굿판이, 가공할 횡포가 시작됐다.

 
'부끄러운 줄 아세요!'  '노동조합및노동관계조정법' 개정안 강행처리에 앞서, 토론의 원칙을 강조하는 김형오 국회의장에게 홍영표 민주당 의원이 항의하고 있다. 이명익기자

 
'강행처리 안됩니다!'  김형오 국회의장이 1일 새벽 국회 본회의에서 '노동조합및노동관계조정법' 개정안을 강행처리하려는 가운데 이에 항의하는 최재성 민주당 의원을 황영철 한나라당 의원이 막고 나서 몸싸움을 벌이고 있다.  이명익기자

<홍미리기자/노동과세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