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노동당 이정희 의원이 4일 오후1시부터 대한문 앞에서 단식농성에 들어갔다. △국정기조 전면전환 △내각총사퇴 △이명박 사과 △노동생존권 보장 등을 위해 결단을 내렸다. 이에 노동과세계에서 5일 오전11시30분 단식 2일째를 맞이한 이정희 의원을 만나봤다. 보리차를 거듭 들이키는 모습이 담담해 보인다. 가끔 눈을 감고 속이 불편한 듯 ‘트림’을 참아내는 모습도 눈에 띈다. 여전히 웃음이 아름다운 소녀 같지만 결의는 남다르다.

전혀 ‘단식’을 할 것처럼 보이지 않는 이 의원은 이미 작년(8월) 기륭전자 투쟁 때 처음으로 11일간이라는 단식투쟁을 벌인 바 있다. 하지만 지금은 그때보다 더욱 어깨가 무겁다. 단식이 언제까지 갈지도 모르는 상황이다. 언변이 유려하고 토론의 장소에서 힘을 발휘하는 여성 정치인(초년생)이 단식으로 앉아있는 모습이 안타깝게 여겨지기도 한다. 하지만 단식투쟁을 통해 쌍용차, 용산참사, 박종태열사 문제 등을 알리려는 모습이 당차 보인다.  

 
△지난 4일부터 '국정기조 전면전환 및 내각 총사퇴'를 걸고 서울 덕수궁 대한문 앞에서 단식농성에 들어간 민주
노동당 이정희 의원이  단식 이틀째인 5일 오전 노동과세계와 인터뷰를 하고 있다. 사진=이명익기자/노동과세계

- 단식 2일째 심경에 변화가 없어 보이기는 하는데.

= 어제(4일 오후1시) 단식을 시작했지만 은근히 어떻게 될지 정확하게 가늠이 되지 않았다. 그런데 단 하루가 됐는데 많은 분들의 반응이 빨리 왔다. 다들 이제 행동해야 할 때라는 분위기가 읽혀진다. 그래서 어제보다는 많이 편안해졌다. 뭔가 이룰 수 있겠다 하는 생각도 들었다. 시민들과 주위 분들의 격려가 과분하기도 하다.

블로그나 홈페이지에 격려가 이어지고 있다. 이제 국민들이 사랑해줄 준비가 돼 있다고 느껴진다. 지금은 기륭전자 투쟁 때 단식보다 더 무겁다. 국민들이 말도 제대로 못하고 ‘울분’에 쌓여 있다. 이러한 아픔들을 풀어내고 성과를 만들어야 한다. 물론 앉아서 굶고 있다고 해서 다 되는 것은 아니지만 같이 얘기하는 자리를 만들고 함께 할 수 있는 계기를 마련한다는 것은 중요한 일이다.

- 단식투쟁이라는 극한 선택을 하는데 있어.

= 조문 500만명은 단순히 슬픔 차원이 아니다. 슬픔이 주를 이루겠지만 이명박 정부가 싫다는 것이 내포된 의미다. 광장은 막히고 박종태 열사, 용산참사, 노무현 대통령 죽음 등 슬픈 일들이 계속 돼서는 안 된다는 여론이 깔려 있다. 이런 것들이 쌓여서 조문사태로 나타난 것이다. 하지만 책임져야 할 사람들은 눈치에 급급하다. 혹시 ‘내가 다치지 않을까’ 하는 보신주의에 쌓여있다. 민주당이 국정감사와 특검을 요구하고 있지만 검찰개혁에 국한될 시국이 아니다. 노무현 특검 한다고 해서 다 되는 것이 아니다. 국민들 요구가 뭐냐 하는 것을 곰곰이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

결국 이런 현안들에 대해 분명히 홍보할 계기가 필요했다. 이런 역할을 할 당은 민주노동당 밖에 없다고 본다. 책임지고 할 것이다. 단식을 결정하면서 여성이라고 특별히 생각해 본 적은 없다. 노동자, 서민들의 생각과 감정을 그대로 표출하고 대변하는 의원의 역할을 할 뿐이다. 나 스스로 울분도 많이 쌓였다. 안타까운 죽음들을 보면서 더했다. 그래서 결단했다. 스스로 풀어내는 과정이기도 할 것이다. 중요한 것은 함께 하기 위한 선택이었다.

 
△지난 4일부터 '국정기조 전면전환 및 내각 총사퇴'를 걸고 단식농성에 들어간 민주노동당 이정희 의원. 사진=이명익기자/노동과세계

- 최근 정치권이 어수선한 상황에서 민주노동당의 역할이 클 텐데.

= 원내 부대표로서 이번 단식농성을 당과 의논 하에 시작했다. 이번 주 일요일부터 당대표와 최고위원들이 10일까지 ‘삼보일배’ 투쟁을 할 예정이다. 시민들도 함께 ‘걷기’ 식으로 참여하게 해 정부에 요구를 강하게 전할 계획이다. 그냥 어영부영 하다가는 미디어법과 비정규법이 대충 타협하고 넘어가게 생겼다. 국민들이 함께 하고 끌어가는 6월 국회가 되도록 하는 노력이 필요하다.

지금 봐선 상당히 유동적이지만 6월 중순경 임시국회가 열릴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이명박 사과와 국정기조 수준에 머물러선 안 된다. 서울시청 광장을 열었지만 언제 다시 닫힐지 모르는 상황이다. 여전히 국회는 다수결로 가는 우려를 안고 있다. 여기서 힘을 모아야 한다. 쌍용차 문제 등 ‘함께 살아야 한다’는 공감대를 넓히는 것으로 6월국회가 돼야 한다.

- 이명박 정부가 상당한 압력을 받고 있는데도 바뀌지 않는 이유가 무엇인지.

= '10년'의 한이 맺힌 수구보수의 완고하고 완강한 집권전략 때문이라고 본다. 보수세력들이 뭔가 생각했던 것 이상으로 절박하고 집요하게 나오고 있는 양상이다. 쉽게 생각해선 안 된다. 지금 이러한 기세를 꺾지 못하면 차후를 기약하기 어렵다. 국민들 힘을 지금 모아야 한다. 강만수 전 장관의 얘기가 사례다. 종부세 통과와 관련해 “야인 생활 해보니까 ‘내가 피해자’다” 이렇게 말하고 있다. 피해자 의식을 갖고 있다는 것이 놀랍다. 보수의 본질이 드러난 일례다. 상식과 양심이 통하지 않는 것이다.

 
△ 단식농성에 들어간 민주노동당 이정희 의원이 4일 오전 강기갑 대표와 당직자들과 함께 덕수궁 대한문 앞에서
 회의를 하고 있다. 사진=이명익기자/노동과세계

- 민주노총 조합원들에게 꼭 전하고 싶은 말.

= 다들 어렵고 힘들 것이다. 임금이 반토막 나고 정리해고 등 경제위기 여파로 인해 움츠려들고 있다. 말 한마디 하기 어렵고 집회가 무산되기 일쑤다. 그런 상황이 되레 우리를 잡아 끌어내리고 있다. 지금은 그래선 안 된다. 이럴수록 뜻을 펼치고 밖으로 나와야 한다. 우리가 이렇게 힘이 있다는 것을 보여주고 서로 확인해야 한다.

민주노총은 민주노동당에 큰 힘을 줬고 키워낸 주체다. 여기에서 그치면 안 된다. 작은 것이라도 호응해주고 함께 해야 한다. 그래야 10일 이후 이명박 정부의 국정기조를 전환시키는 계기를 만들 수 있다. 이런 힘을 바탕으로 정치인들이 국회에 가도록 해야 한다. 박종태 열사 문제가 언제 어떻게 될지도 모르는, 비정규법이 처리될 가능성도 높은 상황이다. 6월 시기를 평소처럼 간주해선 안 된다. 모든 것을 바쳐야 할 때다. 핵심은 노동문제에 있다. 6월 투쟁에 힘을 모으자.

 
△지난 4일부터 '국정기조 전면전환 및 내각 총사퇴'를 걸고 단식농성에 들어간 민주노동당 이정희 의원. 사진=이명익기자/노동과세계

강상철 기자/노동과세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