밤이 무서운 택시기사들

부산 택시강도 올들어 5건 발생…대부분 현금 노린 젊은층 범행

올해 들어 택시강도 사건이 기승을 부리고 있어 경찰에 비상이 걸렸다.
택시강도의 경우 현금을 곧바로 쥘 수 있어 생활고를 겪는 젊은층이 범죄의 유혹에 쉽게 빠져들고 있다. 최근에는 외국인 불법 체류자까지 이 같은 범행을 저지르고 있다. 부산경찰청에 따르면 부산지역 택시강도 사건은 2007년과 2008년 2년 동안 전무했지만 올해는 8월까지 모두 5건이 발생했다.
부산 북부경찰서는 지난 14일 새벽 택시기사를 상대로 두 차례에 걸쳐 강도 행각을 벌인 혐의(특수강도 등)로 정모(18) 군 등 10대 3명에 대해 18일 구속영장을 신청했다.
경찰에 따르면 이들은 지난 11일 인터넷 채팅 사이트에서 만나 빈집 또는 귀금속점에서 금품을 훔치거나, 심야시간 여성을 상대로 한 범행을 꾸미다 여의치않자 택시강도를 하기로 방향을 바꿨다. 이들은 지난 14일 새벽 2시25분과 2시55분께 수영구 남천동과 서구 동대신동에서 잇따라 택시강도 행각을 벌여 기사로부터 각각 10만 원씩을 빼앗아 달아났다. 경찰 조사 결과 이들은 직업 없이 생활고를 겪어온 것으로 밝혀졌다.

지난 3월 18일 0시10분께에는 강서구 대저동에서 30대 남성이 택시기사를 상대로 강도행각을 벌여 20만 원을 훔쳐 달아났다가 일주일 뒤인 25일께 불심검문에 검거됐다. 이튿날 오후 8시10분께도 강서구 대저동에서 30대 승객이 택시강도로 돌변, 택시기사가 저항하자 택시를 몰고 도주했다.
지난 15일 밤 11시40분께 베트남인 불법 체류자인 R(30) 씨가 사상구 덕포동에서 택시기사에게 흉기를 들이대 돈을 빼앗으려다 미수에 그쳤다. R 씨는 지난 17일 오전 10시50분께 덕포동에서 경찰에 붙잡혔다. 경찰은 "R 씨는 지난 3월13일께 생활고로 낙동대교에서 투신했다가 헤엄쳐 살아나온 외국인으로 밝혀졌다"며 "그는 생활고를 비관하다 범행을 저질렀다"고 말했다.
북부경찰서 노상환 형사과장은 "경기침체로 생활고에 시달리는 10~30대 남성들이 주로 택시강도 사건을 일으키고 있다"며 "범인들이 주로 도주하기 쉬운 곳에서 범행을 저질러 검거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