운송기록수집기 설치 놓고 택시노사 이견 팽팽 

택시노사, 전액제 찬반 논리 되풀이

<사업자> "사기업 경영에 불필요한 간섭, 기기 중복설치로 업체부담 증가"

<노  조> "지입·도급제 근절할 담보장치,  IT기술 높아 기기중복 극복할 것"

운송기록수집기(노조는 '운행정보기록계'라 지칭) 설치 의무화 여부가 택시업계 초미의 관심사로 부각돼 있는 가운데 노조는 이의 관철을, 사업자들은 의무화 철회를 각기 요구하고 있어 그 결과가 주목된다.

택시연합회는 이와 관련해 이미 국토부에 1차례 반대의견서 제출을 포함해 추가로 중복규제 개선요청과 재심을 건의해 놓은 상태다. 또한 규제개혁위원회에도 4차례에 걸쳐 '중복규제' 설명을 다녀왔다.

그러나 이같은 사실이 알려지고, 규제개혁위원회에서 택시노조의 의견 청취에 나서자 노조는 기다렸다는 듯 강력히 법안의 원안 통과를 요구하며 정식 건의서를 제출했다. 

다음은 노사 양측의 이 기기 설치에 관해 대립되는 구체적인 내용.

◆ 중복 규제

택시연합회는 이 기기 설치를 대표적인 중복규제로 보고 있다.

그것은 현재 국회에서 디지털 운행기록계 설치 의무화와 영상기록저장장치 설치 의무화가 의원 입법으로 추진 중에 있는데 이에 더해 이 기기 설치까지 의무화할 경우 유사 기능을 가진 장비를 중복해서 설치하는데 따른 비용부담이 지나치다는 것이다.

반면 노조는 유사기능을 기기로 하나로 모으면 중복규제 시비는 사라질 것이며, 이 경우 이 기기의 기능과 관리는 국토부가 당초 입법예고한 방안대로 유지하면 될 것이라고 지적하고 있다.

특히 노조는 우리나라의 높은 IT기술이면 기기를 통합하는 일은 전혀 문제가 되지 않을 것으로 보고 있다.

◆ 지입·도급 근절

노조는 건의서를 통해 "지난 2007년 서울 홍대 앞 여성 납치사건 등 수차례에 걸친, 택시를 이용한 범죄는 택시 지입·도급제의 문제점을 사회에 인식시켰다"고 밝히고 "택시운행정보기록기 설치는 불필요한 규제가 아니라, 승객들의 안전을 담보하고 택시의 투명경영을 가능하게 하는 최소한의 담보장치"라고 주장했다.

그러나 택시연합회는 지입·도급 문제는 현행법에도 처벌규정이 있고 현실적으로도 그 해악성이 널리 알려져 노사가 공히 이의 근절에 동의하고 있는만큼 기기 설치 의무화와는 별개의 문제라는 입장이다.

반면 업계에서는 준공영제도 아닌 택시에 운송기록수집기 설치 의무화를 통해 사기업을 통제한다는 것은 자유민주주의 시장경제체제의 헌법정신을 부정하는 것이며 현행 정부의 기업규제완화 정책에도 역행하는 것이라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 제3의 이유

전문가들은 이 기기 장착 문제를 놓고 노사가 전혀 다른 견해를 보이고 있는 것은 보다 본질적인 택시업계의 이슈인 '전액관리제'와 무관치 않다고 보고 있다.

실제 노조는 규제위에 제출한 의견서를 통해 "운행정보기록기의 설치는 택시 입·출고 내역과 영업거리, 운행시간 등의 정보수집을 통한 택시산업의 높은 사고율 감소와 영업률 향상 등 선진적인 택시경영제도 확립에 크게 기여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전문가들은 바로 이 점을 노조가 이 기기 장착을 적극 추진하고 있는 핵심적인 이유로 보고 있다. 택시 입·출고 내역과 영업거리, 운행시간 등의 명확한 기록·축적은 전액관리제의 전제조건이기 때문이다.

전문가들에 따르면, 사업자들이 이 기기 장착 의무화를 반대하는 것은 결국 전액관리제 반대 논리와 같이 '사기업인 택시운송업체의 내부 경영실태를 외부에 드러내야 하는 것이므로 이는 기업경영의 자율을 결정적으로 저해하는 반기업 논리'라는 주장을 깔고 있는 것이라고 보고 있다.

◆ 경과와 전망

법안은 일단 국토부의 입법예고안에 '관할관청이 인정하는 경우'라는 조건이 추가되는 등 다소 보완돼 규제위에 넘겨진 상태다.

이는, 이 법안에 대해 서울특별시가 줄기차게 의무화를 요구해 와 국토부도 전면삭제는 불가능하다고 판단한 결과다.   

서울시는 택시범죄 등의 근절책으로 수차례 택시 사업개선명령을 통해 이 기기 설치 의무화를 강행했으나 여객운수사업법 상 사업개선명령 등의 권한을 행사하지 못하자 국토해양부에 꾸준히 이의 법제화를 요구해 왔었다.

법안은 이제 국토부의 손을 벗어나 규제위의 최종 판단을 남겨놓은 상태다. 다만 사업자측의 주장에 대해 국토부는 교통안전공단에 유사 장치들의 중복규제 여부를 판단해줄 것을 의뢰해 놓고 있으며 그 결과를 규제위에 제출할 예정이다.

규제위는 기기의 중복설치 여부를 판단하기 위해 전문기관의 의견 등을 기다리고 있다.

검토 결과 기기의 성능이 70% 수준까지 겹치면 '중복'으로 판단, 완화규정을 마련해 국토부로 하여금 수정안을 제출토록 할 것으로 예상된다.